소설은 인물들의 동거내용으로 이뤄진 ‘키친’과 미카게가 그 집을 나온 후의 이야기 ‘만월’ 로 이뤄져 있다. 함께 ‘달빛 그림자’ 라는 단편까지 총 합치면 세 가지 제목의 단편이 실려 있지만 ‘달빛 그림자’ 는 키친과 연관이 없는 독립된 이야기 이므로 제외하겠다.
미카게는 이 세상에서 부엌을 가장 좋아한다. 고아인데다 자신을 길러준 유일한 피붙이인 할머니마저 죽은 상황에서, 미카게를 위로해주는 장소는 부엌이다. 그곳에서 잠을 자고 그곳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이다. 하지만 특정한 부엌으로 국한 된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는 그 어느 곳에 있던지 간에 부엌이기만 하면 고통스럽지 않은 것이다.
나와 부엌만이 남는다, 나 혼자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아주 조금 그나마 나은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기진맥진 지쳤을 때, 나는 문득 생각에 잠긴다.
언젠가 죽을 때가 오면, 부엌에서 숨을 거두고 싶다고.
-본문 「키친」중 8쪽-
어둠 속에서 비에 젖은 밤풍경이 번져 있는 커다란 유리창, 에 비치는 자신과 눈이 마주친다. 세상에, 나와 핏줄이 닿는 인간은 없고, 어디에 가든 무엇을 하든 모두 가능하다니 아주 호쾌했다. 세상은 이렇게 넓고, 어둠은 이렇게 깊고, 그 한없는 재미와 슬픔을, 나는 요즘 들어서야 비로소 내 이손으로 이 눈으로 만지고 보게 된 것이었다. 지금까지,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아왔어, 라고 나는 생각한다.
-본문 「키친」중 16쪽-
나이든 사람과 둘이서 산다는 것은 아주 불안한 일이다. 건강하면 할수록 더욱 그렇다. 실제로 할머니와 둘이 살 때는 그런 생각 할 겨를도 없이 재미있게 지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생각이 절실하다.
-본문 「키친」중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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