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시절이던 1970년 1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변신》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데뷔 초기에는 질박한 시어로 표현된 《바늘귀를 꿰면서》(1970), 《백씨(白氏)의 뼈 1》(1972), 《불망기(不忘記)》(1974), 《얼은 강을 건너며》(1974) 등의 작품을 비롯해 《삼국유사》에 실린 설화와 향가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주로 발표했다. 1974년에 간행된 첫시집 《답청(踏靑)》에 실린 작품들은 이러한 경향을 띤 초기 시로 사회비판적인 성향보다는 고전적 상상력에 기초한 전아한 시세계를 보여준다. 특히 《유두(流頭)》 《전설바다》 《해가사(海歌詞)》 등은 신화적 세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절제된 시어로 형상화한 작품으로서, 작가의 시적 자기인식의 과정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억압적인 사회 현실에 맞선 시인의 시대적 사명감으로 《새벽이 오기까지는》(1978), 《쇠를 치면서》(1978), 《이곳에 살기 위하여》(1978) 등의 사회성이 강한 시를 통해 인간의 삶을 열정적으로 노래했다. 초기의 시에서 보여준 절제와 균형미보다는 사회적 신념과 용기가 담긴 희망의 메시지를 위해 현실지향적인 의지를 작품화하게 되었다. 이 무렵의 시세계는 현실세계와 밀착되어 시적 보편성과 진실성을 획득하게 된다. 특히 1978년에 발표한 《저문 강에 삽을 씻고》는 구체적 삶의 현장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참여시가 지니는 한계를 극복하고 시적 형식의 자유로움과 감성의 역동성을 확보함으로써 1970년대를 대표하는 문학사적 성과로 평가된다.
이후 두 번째 시집이 나온 지 13년 만인 1991년 세번째 시집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를 펴냈으며, 2001년에는 표제시 《시를 찾아서》와 《술꾼》《첫고백》《세상이 달라졌다》 등을 비롯해 43편의 신작시가 실려 있는 네 번째 시집 《시를 찾아서》를 펴냈다. 오랜 동안 말을 아끼며 시의 본령을 찾아나선 작가의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이 절제된 시어로 잔잔하게 형상화된 이 시집을 통해 더욱 원숙해진 시세계를 엿볼 수 있다. `2008년 7년 만에 다섯 번째 시집 《돌아다보면 문득》을 출간했다.
1960년대에 참여시를 개척한 김수영(金洙暎)·신동엽(申東曄)의 뒤를 이어 민중의 일상적 삶에 내재된 건강성과 생명력을 구체적으로 그려냄으로써, 견고한 사실주의의 시적 성취를 이룩한 1970년대의 대표적인 참여시인이다. 1981년 제1회 김수영문학상과 1997년 시와 시학사상을 수상했다. 저서에 시집 《답청》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시를 찾아서》 등이 있으며, 번역서 《몽유왕국을 위한 음악》과 김태형과 공저인 이론서 《한국시의 이해와 감상》 등이 있다.
※ 참고 - 시대 상황
정희성이 1970년 「동아일보」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여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한 1970년대와 1980년대는 우리 현대사에서 중대한 전환기로 볼 수 있다. 1960년대에 강력하게 추진된 경제 개발계획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현대적인 산업사회로 진입하는 동력을 제공하며, 아울러 동시대인들의 의식 구조와 가치관에도 커다란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산업사회화 과정에서 한국 사회는 물질주의와 이기주의의 팽배, 도덕성과 인간성의 상실에서 오는 비인간화, 전통적 가치관이나 기성 윤리의 붕괴로 인한 가치관의 혼란, 부의 편중화와 분배의 불균형이 가져오는 계층 간의 갈등 심화, 농촌 사회의 붕괴와 가족 공동체의 해체 현상 등의 문제와 직면하게 되었다.
정희성은 이러한 전환기 사호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모순과 부조리를 자신의 비판적 성찰을 통해 드러냄으로써 이에 대한 동시대인들의 관심과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노력한 시인이다.
Ⅱ. 작품 세계
시의 길, 시인의 길, 오세영, 시와시학사, 2002년
정희성의 저문 강에 삽을 씻고, 김미경, 시와 시학, 19992년 겨울호
1970년대 환유적 시론에 관한 연구- 정희성, 김전태 시를 중심으로, 오창은, 한국어문교육연구회,
불온성, 절규성, 역사성, 김춘식, 창작과 비평, 2002년 가을호 통권 117호
정희성과 나, 신경림, 시와시학사, 1997년 겨울호 통권 제 28호
정희성 연구사 개관, 이태희, 시와시학사, 1997년 제 28호
단절과 시의 새로운 발견 정희성의 시를 찾아서, 박영근, 실천문학사, 2001년 가을호 통권 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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