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7년 8월 30일 서울 출생
시위대에서 후두닥거리며 터져 나온 총소리를 나는 소격동 종친부 앞 개천가의 우거진 고목 밑에 혼자 우두커니 서서 나무 위에서 선들히 울어 재치는 매미소리와 함께 선잠에서 깨인 아이처럼 멀거니 듣고 있었다. 어린 가슴에도 무슨 생각을 품었던지? 저벱 비분강개할 만큼 철이 들었던지는 몰라도 그 총소리가 조금도 무섭지 않던 것은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뒤미처 군대가 해산되던 날, 진일토록 서울장안은 총성에 싸였으나, 누구나 초상집의 곡성을 듣는 것쯤으로 알았으리라. 나도 놀랄 것이 없었고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초상집에서 울음소리가 안 나면야 도리어 이상하다고 욕을 먹을지도 모를 일이다.
염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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