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나의 사건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5월 18일)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5월 23일)를 전후로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습니다. 이 사이트의 극단적 보수편향과 역사 왜곡, 호남 비하, 여성 및 외국인 혐오 등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죠.
일베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인터넷 비즈니스 사이트 랭키닷컴에 따르면 일베는 국내 인터넷 사이트 전체 순위에서 113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일부 포털 사이트와 언론사, 쇼핑몰, 은행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하루 평균으로 조회수는 435만 건, 방문자수는 22만 명 이상입니다.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화(무시하다는 뜻으로 왜곡된 일베 용어)의 의미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걸그룹 시크릿의 멤버와 케이블 방송에서 차량의 추락 장면을 운지했다.(노 전 대통령의 투신을 희화한 일베 용어)고 표현한 가수의 예는 일베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깊이 뿌리내렸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입니다.
국제 해커단체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북한 사이트 우리 민족끼리의 회원 명단 9001건을 신상털기하면서 외신에까지 소개된 일베는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폭동절, 노 전 대통령의 서거일을 중력절이라고 비하한 사실이 최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최근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법원에 일베 운영자를 상대로 운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모욕한 일부 회원들을 고소하는 등 법적대응 방침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인터넷상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일베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글의 윤리적 문제와 별개로 정치권력이 사이트 폐쇄라는 형식으로 표현의 자유에 개입하려 한다는 부분이 쟁점이 됐습니다.
2. 두 개의 시선
가. 찬성 (강제 폐지해야 한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광주 항쟁으로 희생된 열사의 관을 택배상자라 하고, 열사의 시신을 홍어쓰레기라고 하지 않느냐며 진보와 보수를 떠나 이성과 양식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건전한 이성과 상식,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사수하는 차원에서 역사 왜곡과 인간성 파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가처분 신청 방침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민주당, 일베 운영금지가처분 신청하고 문제 글 올리는 회원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하기로. 박수, 잘했다.라고 남겼습니다. 조 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이 아니라 헌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행해져야 하며, 이를 벗어난 표현의 자유는 민형사 및 행정법상 규제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일베에 올라온 518 관련 게시물은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 훼손으로 형사상 범죄요건이 성립되고,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과 유족들을 명백하게 피해자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민사소송의 조건도 충족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이트 운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규제의 형식으로 적절한가란 질문에 대해서는 일베 사이트 내에서 자율적 규제가 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가처분 신청이 자율적 규제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방통위에서 제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나. 반대 (강제 폐지는 안 된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펼쳤습니다. 홍 교수는 현재 불거진 문제로 일베 사이트를 폐쇄하려 한다면, 천안함에 대한 의혹제기나 북한군 남침 유도설을 올렸다는 이유로 다른 사이트도 폐쇄조치를 당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전반적 표현의 자유 위축이 우려된다.며 현재 일베 사이트가 문제가 있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무작정 칼을 휘두르는 것(사이트 폐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홍 교수는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려면 정교한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정치권이 할 일은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범위를 마련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절차를 거쳐 규제할 것인지 방법을 정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독일의 선동죄(나치의 홀로코스트를 옹호하는 죄) 등 명백한 법 조항을 만들고 이에 근거해 규제하지 않으면, 자기 편의 표현의 자유는 확대하고 남의 편의 표현의 자유는 위축시키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져 논리적 일관성도 떨어지고 설득력도 갖기 어렵다고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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