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넘쳐나는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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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어린이와 넘쳐나는 에너지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어린이와
넘쳐나는 에너지’
웬만한 미대생들이 그랬겠지만 나도 어렸을 때 그림 그리는 것을 정말로 좋아했던 아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너무나 고맙게도 우리 부모님들은 어렸을 때부터 내가 그림 그리는 것을 반대하지 않고 열심히 지켜봐주시면서 지원해주셨다. 벽에다 크레파스로 낙서 하는 것도 말리지 않으셨고, 내가 밖에서 쓸모없어 보이는 조잡한 만들기를 해서 가져와도 함부로 버리는 일이 없으셨다. 그리고 약간은 자유방임(?)적인 태도로 나를 온전하게 풀어놓으셨던 것 같다. 뭐든지 귀찮아하는 가족 특성상 어디 좋은 여행지를 잘 찾아가지는 않았지만, 나는 동네 뒷동산이나, 체육공원이나, 집 앞 놀이터에서 놀면서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감탄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것에서 못 채운 것들은 많은 책을 읽으면서 꿈과 상상을 키워나갔다. 그 시절의 나는 아마 어떤 무엇 것이든 에너지가 넘쳤던 것 같다. 그것이 미술에 관한 것이든, 별과 밤하늘에 관한 것이든,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이든지 말이다.
미술교육 강의를 들으면서 나의 유년 시절의 기억이 많이 났다. 느꼈던 점도 많았다. 강의 중에 수없이 많은 아이들이 등장했는데, 아직 순진하고 여린 아이들이지만 그 작음 심장 속에선 힘과 에너지가 넘쳐나는 것 같다. 그 모습을 보다보면 이 늙고 피폐해진 대학생보단 어린애들이 훨씬 더 낫다는 생각마저 든다.
어린아이였을 옛날의 나는 어땠었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비록 지금은 이렇지만 잘 생각해보니 나도 그 나이 땐 만만치 않게 열정적인 아이였다.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직성이 풀렸고, 고집도 있었고, 좋아하는 것에는 온 시간과 정성을 다 바쳤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 나는 네발자전거를 타고 있었는데, 친구들이 두발 자전거로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고 견딜 수 없이 부러워졌다. 그래서 딱 하루만 친구의 두발 자전거를 빌려서 하루 종일 연습했다. 오전 오후 내내 타다가 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불러서 저녁 먹고 바로 다시 나와서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결국에 난 하루 만에 두발 자전거를 뗐다. 그리고 또 다른 일화는, 친한 친구가 구름다리 위를 그냥 서서 걸어 다니는 묘기를 잘했었고 난 또 그것을 너무 부러워했었다. 구름다리 위를 자유자재로 걸어 다닐 수 있으면 ‘탈출’이라는 게임에서 굉장히 유리했기 때문이다. ‘탈출’은 어린이들 사이에서 대인기였던 게임이었다. 그런 식으로 나는 원하는 것은 꼭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였다.
또한 내가 하고 싶어 했던 미술활동도 왕성하게 했다. 그림이든 만들기든 뭐든지 열정적으로 임했다. 그 때는 정말로 미술이 재밌었나보다. 지금은 부끄럽지만 아주머니들에게 신동이라는 소리도 들으면서 칭찬을 받아왔기 때문에 더 신났고, 더 재밌었나보다. 지금에서야 나는 그 시기를 나의 가장 왕성하고 열정적이었던 시기로 회상한다.
모든 어린이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넘쳐나는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러나 어느새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더니 무기력한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은 그저 어린아이들의 왕성한 창작활동을 부러워 할 뿐이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미숙한 존재로 여겨지지만 가끔씩 보면 더 똑똑한 것 같다. 그들은 마치 스펀지처럼 아는 지식을 모두 흡수해버린다. 얼마 전에 대전시립미술관에서 하는 [모네에서 워홀까지]전을 보러갔었다. 전시장 안에서 특히 피카소의 그림이 당연 돋보였었는데, 내 뒤로 어떤 초등학생 저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와 그 어머니가 지나가면서 그림에 대한 감상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어린 꼬마 남자아이가 자기 엄마에게 유창하게 피카소의 그림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피카소는 입체주의의 영향을 받고 그의 그림은 후대에 이러저런 영향을 미치고 어쩌고저쩌고…….나는 나름대로 미대생이라는 자부심을 갖고서 나 자신도 서양미술사에 관심이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유 있게 그림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그 일로 인해 너무 창피하고, 자신감을 읽고 말았다. 저 어린아이는 고작 십몇 년을 살아왔고, 나는 십몇 년 동안 미술교육을 받았는데 여기서 오는 차이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또, 내가 어릴 적 다녔던 미술학원에는 어린아이가 많았었는데 그 중에서도 유달리 뛰어나 보이는 아이들이 많았다. 딱히 그림을 잘 그린다기보다는 어린아이치고는 아는 지식이 방대했다. 공룡의 종류와 특징을 모두 다 꿰고 있는 남자아이가 있는가 하면, 심해에 관심이 많아서 심해어들의 이름을 다 외우고 마리화나 해구가 얼마나 깊은지도 알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나는 그것에 또 적잖이 놀랐다. 그리고 그 지식을 자신의 미술작품 활동에 열정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 아이들에겐 그들이 알고 있는 세계가 최고로 멋진 세계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아이들만 특별한 것인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모든 아이들은 다 지식의 스펀지 같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막 이제 세상을 조금씩 알게 된 어린아이들에게는 세상이 모두 신기하고 아름다울 것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왕성하게 모든지 다 알고 싶어 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번뜩이는 순간이다. ‘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아이들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점점 나이를 먹고, 생각이 자라나면서부터는 우리에게 일종의 선입견이 생겨나는 것 같다. 본인의 경우에는 내가 싫어한다거나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예 시도도 하지 않고 꺼려했었다. 예를 들어 내가 수학을 못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때, 나는 수학을 못하고 싫어한다고 결론을 내려버리고 거들떠보려고도 하지 않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최할것만 취하고 나머지 쓸모없어 보이는 것은 취급하지 않는 어른들의 사고방식이다. 이게 효율성은 더 좋아보일지라도 어린아이들의 따뜻하고 풍부한 동심의 세계는 찾아보기 힘들다. 어린에게서 어린아이의 에너지가 가득한 모습을 보기 힘든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혼자서 생각해보았다.
미술교육 기말 레포트 주제를 받고서 한참동안 여러 고민을 했었다. 내가 선택해서 읽은 책은 바탕소의 ‘우리는 가르치지 않는다.’ 라는 책이다. 이론서인줄만 알았는데 이론뿐만 아니라 다양한 실습내용들도 많이 담겨있어서 쉽고 재밌게 보았다. 그리고 이론도 어려운 말로 쓰여 있지 않았기 때문에 술술 금방 읽혔다. 책을 읽고서 든 생각은 ‘아, 나도 어렸을 때 저런 곳을 다녀보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