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말잔치
우리가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상담은, 거의 입시- 진로 상담에 국한되어 있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더욱) 대개 상담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도 없이 학생들에게 입시-진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도 ‘상담’하면 으레 성적에 대한 것이나. 대학 학과 선정에 대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부 외에 가정문제나 교우문제, 이성문제, 선생님에 대한 갈등과 같은 어려운 문제들을 우리는 어떻게 상담하고 있는가? 차라리 상담이라기보다는 교사 나름의 인생철학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키고 있지 않은가? 이 때 우리가 애써서 바른 삶의 모습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냉담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학생을 보기도 하였을 것이다. 또한 굳게 닫혀진 학생의 말문을 도저히 열 수 없을 것 같은 한계를 느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 잘 해보려고 해도 어느 틈에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우리들의 상담, 과연 비결이 있을까?
사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이면서도 우리는 ‘인생상담’에 큰 두려움을 갖고 있다. 우리 자신도 불완전한 존재인데 어떻게... 상담은 심리학을 전공한 전문인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지... 물론 그렇다. 그러나 전문적인 상담교사가 없는 현실에서 우리 아이들의 고민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할 말이 있어도 쭈뼛거리며 망설이는 아이들... 마음을 열어제치고 탁 터놓고 속깊은 얘기를 할 수는 없을까? 가슴 속의 얘기를 밖으로 드러내기만 해도 마음의 고통을 반으로 줄일 수 있을 텐데...
집단상담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간과 전문성의 부족으로 개인상담을 풀어 나가기에 역부족인 교사와, 자신의 고민을 선생님에게 나타내기를 꺼리는 학생들이 한자리에 둥글게 모여 서로의 아픔을 이야기하면서 슬픔, 고통, 열등감에서부터 기쁨, 즐거움까지도 함게 나누는 신나는 말잔치, 이것이 바로 집단 상담이다.
집단상담이란 무엇인가
집단상담은 다른 말로 심성, 인성개발훈련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개인의 문제점을 집단과의 대화를 통해서 해결해 나가는 동시에 개인의 잠재력을 키워나가는, 매우 적극적인 상담 프로그램이다. 상담자는 주어진 프로그램의 순서에 의해 자연스럽게 학생들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 들여, 학생의 내면을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개방하게 하고, 자신을 긍정하게 하며, 다른 사람의 입장을 잘 이해하게 유도할 수 있다. 또 지금 현실에만 집착하지 않고, 과거, 현재, 미래를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할 수 있다. 특히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학생이 바람직하고 적극적인 대인관계를 갖게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실시한 후에 학생들은 자신에 대하여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다른 친구들이 자기처럼 여러 정신적 고통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어, 자신의 고민이 자신만의 불행이 아니라는 사실에 한편으로 안도했으며, 동시에 친구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공감이 생겼다고 말한다.
그리고 선생님에 대한 자신들의 편견(무섭고, 두려우며, 완벽할 것 같은 사람)이 깨졌고,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이 생겼다고 하면서, 자신들 이외에 많은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에 꼭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는다.
또한 상담에 대해 무지했던 교사들도 이 집단상담의 상담자가 되어, 학생들의 놀라운 반응을 지켜보고 모두 집단 상담의 위력에 감탄하며, 교사로서의 보람을 느꼈다고 말한다.
사실 교사들도 집단상담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교실에서 60여명의 아이들을 한송이한송이 꽃이 아니라, 한묶음으로 바라보았음을 반성하게 된다. 즉 집단상담을 통해 아이들의 개성적인 성격을 발견하게 되고, 아이들의 슬픔과 기쁨을 알게 되고, 마음으로 느끼고,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교사로서의 바르지 못했던 무심결의 언행을 깨우치게 된다.
여하튼 이 상담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교사도 기본적인 유의사항을 유념하면 이끌어 나갈 수 있어, 상담이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현재의 학교실정에 매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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