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는 말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사라와 브라이언 부부, 이들은 얼마지 나지 않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는데, 바로 딸 케이트가 백혈병에 걸렸으며 남은 삶이 몇 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사는 이 부부에게 케이트의 삶을 최대한 연장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바로, 케이트에게 필요한 각종 장기 등을 이식해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신체조건을 가진 새 아이를 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해 낳는 것이다. 케이트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라 부부는 이 조언에 따라 케이트의 동생 안나를 가진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탯줄에서 혈액을 빼서 케이트에게 제공한 안나는 이후 자신의 골수를 케이트에게 제공하는 힘든 일을 해 나간다. 이제 11살이 된 안나가 케이트에게 이식해주어야 하는 것은 신장 한쪽. 이미 자신이 할 수 있는 바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 안나는 자기 몸을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싶다며 부모를 상대로 법정 소송을 건다. 즉, 부모를 고소한 것이다. 닉 카사베츠 감독의 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My Sisters Keeper)의 줄거리이다.
이러한 영화의 내용은 물론 자식을 살리기 위해 또 다른 자식을 가진다는 스토리에서 충격적일 수 있지만, 유교적 사상이 지배적이던 한국에 있어서는 자녀가 부모를 고소하여 법정에 새우는 것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렇다면 혹시 우리나라의 법제도 하에서는 이런 일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형법 제 224조를 통해 비속의 존속(여기서 말하는 존속은 자신의 존속과 배우자의 존속을 포함한다)에 대한 고소는 완전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우리 형법은 존속에 대한 비속의 범죄는 가중하여 처벌하고 있는 반면, 비속에 대한 존속의 범죄는 다소 가볍게 해주고 있는데, 이는 연혁적으로 조선시대의 경국대전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매우 오래된 법률이라고 할 수 있다. 한석현, 이재일, 존속살해죄의 폐지 논의와 전망. 이슈와 논점 제 234호, 국회입법조사처(2011. 05. 12)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비속의 존속에 대한 고소의 허용에 대한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부모 공경이란 유교적 윤리를 지키고 가족 내 비윤리적 고소를 막기 위해 존속에 대한 비속의 고소를 불허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런 법률 규정을 불합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0년 9월 9일 헌법재판소는 이른바 직계존속 고소 금지 사건에 대한 공개 변론을 개최하여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224조에 대한 위헌소원에 대한 토론을 벌인 바 있다. 결국 이 위헌소원에 대하여 동 재판소는 2011년 2월 24일 5명의 재판관들이 위헌의견을 내었지만 위헌 판결을 위한 정족수에 미달하여 4대5로 합헌판결을 냈다.
이와 더불어 존속을 상대로 한 범죄에 대한 무조건적 가중 처벌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4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형사법개정특위 전체 회의를 열고 형법 ‘살인의 죄’ 장(章)에 존속살해 조항을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시안을 마련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비속이 존속을 고소할 수 없도록 한 조항과 존속 대상 범죄에 대한 무조건적 가중 처벌은 비판의 여지가 현저하다. 이에 따라 본 보고서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 그리고 법과 도덕의 관계라는 두 가지 핵심 축을 통해 위의 법조항을 비판하고 수정을 권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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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형법 224조와 존속 대상 가중 처벌이 부당한 이유
-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법과 도덕의 관계를 중심으로
(1) 헌법상 평등의 원칙 입장에서
참고자료 : 2010가족 실태 조사
형법 224조와 존속 대상 가중 처벌이 부당한 첫째 이유는 이러한 법조항이 헌법상 규정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의 평등권을 규정하면서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할 것을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사회적 특수계급의 인정과 창설을 부인하고 있다. 따라서 비속과 존속의 관계에서 한쪽만의 고소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 그러나 헌법에서 말하는 차별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받는 차별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 논리에 문제가 제기된다. 존속 대상 고소와 비속 대상 고소가 합리적으로 다르게 이해되는, 즉 합리적으로 차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헌재는 존속에 대한 고소 제한은 유교적 효도 사상을 지키고 가족 내 비윤리적인 고소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에서 합리적 차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유교적 색채가 조선시대에 비하면 현저히 옅어진 상태이다. 오른쪽 표에서 볼 수 있듯이 현대 한국인들은 내가족의 범위에 대해, 둘 가운데 한명은 시부모와 장인, 장모는 가족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형제자매를 가족 범주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비율도 크게 증가했다. 또한, 친부모를 내 가족으로 보는지에 대해 그렇다는 응답 또한 2005년에서 2010년이 되면서 15.2%나 감소한 77.6%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유교적 효도 사상과 비윤리성을 내걸어 형법 224조를 합헌 결정한 것은 합리적인 사유라기 보단 시대착오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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