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동일 사안을 어떻게 다루고 있나.
같은 사안이라도 매체에 따라 보도태도를 달리 하는 것은 매체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같은 사안일 경우 제목으로 차별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매체에 따라 동일 사안을 전혀 다른 시각이나 내용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많은 게 달라진 세태중 하나다. 제목은 물론이고 같은 말의 해석을 놓고 전혀 다른 시각을 보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일례로 최근 양승태 대법원장의 격려사 보도를 보자. 해당 기사는 양 대법원장이 신임 법관들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법관의 기본 덕목을 강조한 내용이다. 이날 보도는 대법원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근거로 작성한 기사다. 양 대법원장의 훈시 내용은 다음날 주요 신문과 방송에서 일제히 다뤘다. 그러나 제목은 물론 중점적으로 부각시킨 내용은 각 사별로 천차만별이다. 이날 기사는 기자들이 현장을 취재한 것도 아니고 대법원이 배포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기사라는 점에서 같은 사안을 두고 얼마나 다른 보도 행태를 보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우선 경향신문은 양 대법원장이 “법관 개인의 주관과 양심을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한 부분을 부각시켜 그의 발언이 자칫 재판 독립을 해칠 수 있는 문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얕은 정의감이나 설익은 신조를 양심으로 내세우다가는 오히려 재판의 독립이 저해될 수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그의 말을 첫 머리에 소개했다. 양 대법원장의 이 같은 발언이 최근 새누리당과 몇몇 보수 언론들이 법원 판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했다. 결국 하지 말아야 할 얘기를 했다는 취지다. 기사의 제목에도 법조계 ‘판결 우려’라는 것을 덧붙였다. 양 대법원장 얘기는 자칫 재판부를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부적절했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양 대법원장 “주관과 법관의 양심, 혼동 말라”… 법조계 “판결 위축” 우려
양승태 대법원장(65)은 “자기 혼자만의 독특한 가치관이나 주관적 신념을 재판에 있어 법관이 따라야 할 양심과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얕은 정의감이나 설익은 신조를 양심으로 내세우다가는 오히려 재판의 독립이 저해될 수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의 발언은 최근 몇몇 판결에 대해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 제기한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장의 발언은 법원 판결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향신문 보도)
반면 조선일보는 같은 기사를 정반대로 다뤘다. 이 신문은 ‘얕은 정의감, 설익은 신조는 재판 독립 저해’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의 발언도 “법관은 자신이 공감 받을 수 없는 독선이나 아집에서 헤매는 것이 아닌지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문장을 앞세웠다. 이 신문은 이어 이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이 최근 서울지법에서 진보당 당원 45명에게 무더기 무죄 판결을 내린 뒤 ‘튀는 판결’에 일침을 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양 대법원장이 적절한 시기에 이른바 튀는 판사들의 판결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했다. 양 대법원장의 지적이 시의 적절 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같은 말을 갖고 경향신문과는 정반대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얕은 정의감·설익은 信條는 재판 독립 저해"
양승태 대법원장은 2일 "법관은 자신이 공감 받을 수 없는 독선이나 아집에서 헤매는 것이 아닌지 항상 경계해야 한다"며 "얕은 정의감이나 설익은 신조를 양심으로 내세우다가는 오히려 재판의 독립이 저해될 수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양 대법원장의 이날 발언을,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통합진보당 대리 투표 사건 관련자 45명에 대해 무더기 무죄 판결을 내리는 등 일선 법원에서 최근 잇따르는 국민의 법 의식과 동떨어진 튀는 판결에 대한 일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조선일보 보도)
같은 뉴스를 다른 한국일보 기사를 보자. 이 신문의 같은 날 기사는 ‘편향된 시각으로 법관에 부당 공격 늘어’라는 제목이 달렸다. 양 대법원장의 얘기 중 “근거 없는 억측이나 편향된 시각으로 재판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법관을 부당하게 공격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한 말을 앞세웠다. 사법부 판결 내용을 둘러싼 재판의 공정성 시비에 대한 양 대법원장의 우려를 전한 것을 앞세워 보도한 것이다. 앞서 경향신문과 조선일보가 다룬 것과는 주제 자체가 전혀 다르다. 언뜻 보기엔 한국일보는 앞선 2개 신문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보도한 것으로 착각이 들 정도다.
대법원장 "편향된 시각으로 법관에 부당 공격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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