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으로서의 정의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평등한 원초적 입장에서 시작한다. 원초적 입장이란 사회계약론에 있어서 자연 상태의 개념으로 계약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나 타인과의 모든 차이에 대해 전혀 모르는 무지의 베일에 가려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원초적 상황이란 실재하는 상황이 아니라 순수한 가상적 상황이다. 원초적 상황에서의 개인들은 합리적이면서 동시에 이기적인 존재이며 자신의 위치나 타인과의 차이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사회적 기본 가치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즉 인간은 원초적 상황에서 타인의 이해에 무관심하며 사회적 기본 가치 외의 다른 것에 대해서는 무지하고 일반적 지식, 정의의 감각만을 가지며 다른 이를 질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원초적 상황에서 계약자들이 맺게 되는 계약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어떤 위치인지 타인보다 유리한지에 대해 전혀 모르는 무지의 베일에 가려져 있으므로 자신들이 낮은 위치에 있을 수도 있음을 감안하여 최소한의 피해를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즉 개인들이 스스로 제안을 한다고 생각해보면, 그들은 무의미하거나 제멋대로인 원칙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예쁜 사람이나 겨울에 태어난 사람에게 특권을 주거나 기본권이 좌우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안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원칙이 무지의 베일에 쌓여있는 자신에게 유리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정한 최초의 상황에서 유사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러한 원칙은 정의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불합리한 것이므로 정의의 감각, 일반적 지식을 통해 모든 것을 고려함으로써 합리적으로 합의한다.
이것으로부터 모든 사람은 자유에 대한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자유 우선성의 원칙과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익을 보장하고 우연성 등으로 인한 기회 불평등의 원인이 모든 사람에게 균등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차등의 원칙이 도출된다. 이런 상태에서의 계약은 아무도 자신의 조건에 따라 유리한 원칙들을 구상하지 않고 무지의 베일에 가린 개인들이 서로의 합의에 따라 공정하게 이루어진 원칙이므로 공정한 것이다. 즉, 이러한 원초적 상황에서의 계약은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여기서의 계약을 공정으로서의 정의라고 말할 수 있다.
정의의 원칙
개인들이 원초적 상황에서 합의로 도출한 정의의 원칙은 두 가지로 나뉜다. 제1원칙은 평등한 자유의 원칙으로 각자는 다른 사람들의 유사한 자유의 체계와 양립할 수 있는 평등한 기본적 자유의 가장 광범위한 체계에 대하여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에서 기본적 자유를 규정하는 종류의 규칙들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모든 사람의 동일한 자유와 양립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치적 자유와 언론과 결사의 자유, 양심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 등이 제1원칙에 의거해서 평등해야 한다.
제2원칙은 차등의 원칙으로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은 모든 사람들의 이익이 되리라는 것이 합당하게 기대되고,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된 직위와 직책이 결부되게끔 편성되어야 한다는 수혜의 원칙과 기회균등의 원칙이다. 재산 및 소득의 분배가 반드시 균등해야 할 필요는 없으나,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도록 이루어져야 하며 동시에 모든 지위에 대해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모든 사람은 그 기본 구조 내에 허용될 수 있는 불평등으로부터 이익을 얻어야 하므로 어떤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불이익이 다른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보다 큰 이익에 의해 보상된다는 이유에서 소득이나 기회 등에서의 차등을 정당화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다. 즉 모든 사람들이 어떠한 유리한 사회적 직위든 취할 수 있는 동등한 법적 권리를 갖는 형식적 기회 균등을 요구한다. 또한 개인의 천부적 재능이나 능력과 같은 자연적, 사회적 우연성으로 인해 얻은 소득과 부의 분배는 부당한 것으로 보고 이들의 출발선상의 기회의 평등을 주장하고 그들의 소득과 부는 최소 수혜자의 최대한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불평등하게 재분배되는 것은 정당하다고 여긴다. 즉, 자유, 소득, 재산, 자존감 등의 모든 사회적 가치들은 이들 가치의 전부 또는 일부의 불평등한 분배가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한 평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이익을 주지 않는 단순한 불평등은 부정의가 된다.
정의의 원칙은 축차적 서열이 적용되는데 이 서열에 따르면 제 1원칙이 충족된 다음에 제 2원칙에로 나아갈 수 있으며 제2원칙 다음에 제3원칙으로 나아갈 것이 요구된다. 하나의 원칙은 그에 선행하는 원칙이 충족되거나 적용되지 않을 때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서열적 배열을 함으로써 모든 원칙들의 경중을 한꺼번에 가리지 않아도 되며, 그 순서상 앞선 것은 뒤따르는 것에 비해 절대적인 비중을 가지며 예외 없이 타당하게 된다. 즉,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을 규제하는 원칙보다 평등한 자유의 원칙을 우선시키고 기회균등의 원칙이 수혜의 원칙보다 우선한다.
평등한 자유의 원칙
평등한 자유의 원칙은 정의의 제2원칙인 차등의 원칙보다 우선적이다. 두 원칙은 축차적 서열로 되어 있어서 자유에 대한 요구가 먼저 충족되어야 한다. 자유란 자유 그 자체만을 위해서 제한될 수 있다. 기본적 자유들은 평등하기는 하지만 덜 광범위할 수 있든가 불평등할 수 있다. 자유가 덜 광범위한 경우는 대표적인 시민이 모든 것을 고려할 때 그것이 자기의 자유를 위해서 이득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때이며, 자유가 불평등해도 좋은 경우는 보다 작은 자유를 가지게 될 사람들의 자유가 그로 인해 더욱 잘 보장될 수 있을 때이다. 즉, 덜 광범위한 자유는 모든 이에 의해 공유된 자유의 전체적 체계를 강화해야만 하고 덜 평등한 자유는 보다 작은 자유를 가진 그러한 시민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만 한다.
차등의 원칙
정의의 제2원칙에서 공정한 기회의 원칙은 최소수혜의 원칙에 우선해야 한다. 즉 기회의 불균등은 보다 적은 기회를 가진 사람들의 기회를 증대해야만 하며 이것은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득이 되는 것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 공정한 기회 균등이란 비슷한 재능과 의욕을 가진 사람들에게 동등한 교육과 교양의 기회를 보장하고자 노력하며 경제 활동과 자유로운 직업 선택에 있어서의 기회 균등을 실시하고 보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는 사회적 최소치를 보장하고자 하여 재분배를 실현해야 하며 이러한 것은 복지국가, 평등국가를 지향한다.
이러한 재분배를 통한 복지국가의 실현에서 무임 편승자의 문제가 발생한다. 최소 수혜자의 최대 이익을 보장해주는 국가로 인해 각자가 자신의 본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개인이 본분을 다하지 않아도, 자신이 세금을 납부하는 것에 상관없이 똑같은 권리와 이익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나태해지고 경제가 악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자연적 의무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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