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찾기 - 마르스 - 소료 후유미
오토바이, 레이스, 출생의 비밀, 자살, 비뚤어진 성격, 반항심, 성폭력의 상처를
갖고 있는 소녀,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집을 나와 있는 소년, 그리고 그들의 가슴
아프고 비극적인 사랑.
“불을 보듯 뻔하다”라는 속담처럼 위의 단어들을 보고 있자면, 이 만화책이 무슨 내용일지 짐작이 간다. 어렸을 때 잊지 못할 마음의 상처를 입은 주인공들이, 그들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으로 많은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이런 식상한 내용들 덕분에 이미 내 머리와 가슴은 모두 질려버렸다. 그럼에도 나는 왜 이 만화를 나만의 고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이 일본 작가가 흰 쌀밥과 참치 통조림을 가지고 신선한 초밥을 만들어냈고, 그리고 그 맛의 깊이 또한 깊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만화책을 통해 맛본 3가지 인생의 맛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첫째 쌍둥이 주인공들의 성격을 통한 우리 인간의 야누스 적인 모습이다. ‘레이’는 활동적이고 진취적인 전형적인 골목대장이었다면 ‘세이’는 그림을 그리고 내성적이며 감수성이 풍부한 소년이었다. 그러나 ‘레이’가 자신들이 어머니의 부적절한 관계를 통해 태어난 쌍둥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 사실을 동생에게 폭로 이 일로 ‘세이’는 자살을 한다. 그 이후 이야기는 ‘레이’가 강인했던 외적인 모습과 달리 오히려 감수성이 풍부한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가졌다고, ‘세이’는 는 유서를 통해 형의 난폭성을 즐기며 자신의 잔혹함을 감추려 했던 냉소적인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의 마음에 내재되어있는 동전의 양면을 보며 놀란 적이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 이 만화를 통해 내 인생의 질풍노도시기를 철학적 사색을 통해 보낼 수 있었다.
둘째 “오토바이는 차가운 금속이지만 굉장히 관능적이야” 라는 여주인공 ‘키라’의 대사이다. 오토바이, 서킷, 레이스 등을 남자들의 스포츠만이라고 생각해왔던 내게 ‘키라’의 이 대사는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아마 텔레비전의 드라마나 책에서 본 사진들로는 그 느낌들이 전해지기 힘들었겠지만, ‘레이’의 몸에 맞춰진 오토바이에 작은 체구의 키라가 힘겹게 올라타며 나지막하게 내뱉었기에 그 느낌이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이 만화만큼 내게 그 동안 금기시 혹은 무관심했던 소재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다가가게 한 적은 없었기에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잊혀 지지가 않는 대사가 되어 버렸다.
셋째 완벽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캔디’처럼 슬퍼도 웃는, ‘츠쿠시’처럼 대쪽 같은 성격을 지닌 캐릭터도, 천재적 영감을 가진 ‘코난’도 이 만화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아픈 기억들을 가지고 삶을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그 상처들을 애써 잊으려고 혹은 치유하려고 노력하자는 도덕적인 메시지도 찾아 볼 수 없다. 지금까지도 짧은 인생동안 얻은 몇 몇 마음의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내게 그것들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라는 말보다는 그 상처들을 인정하고, 마주 볼 용기를 내라고 말하는 이 만화책의 내용은 내게 있어서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없는 훌륭한 약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순정 만화의 이야기를 가지고 이토록 거창한 것들을 느꼈다고 한다면 다소 위선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참 방황했던 나의 열아홉 스무 살 무렵 이 책은 그 흔하고 진부한 소재들로 내게는 탈무드나 명심보감보다 더 큰 의미들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그 경험으로 나는 아직도 내가 만화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내 자신을 세뇌하고, 부모님을 설득하는데 이용하기도 한다.
Mars 이기도 하면서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 ‘기무라 타쿠야’를 모델로 한 캐릭터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 그리고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와 더불어 내 짧은 인생의 폭을 한 뼘 더 넓혀준 만화책. 이 정도면 내게 나만이 고전 작품이라고 말할 충분한 자격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