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의료생협 연수를 다녀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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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일본 의료생협 연수를 다녀와서...
출발하기 며칠 전서부터 긴장을 많이 했다. 선물이니 돈이니 하는 것들을 챙겨가게 된 것도 부담이었지만, 적어도 폐는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저 조금 더 과외적인 것에 관심이 있고, 그래서 의료협동조합에서 선택실습을 하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일본에 가게 되는 것뿐인데, 각지에서 모여든 에너제틱한 사람들을 내가 잘 섬길 수 있을까 걱정도 했었다.
과외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고 했었지만, 사실 의료협동조합이 하는 일들은 사람의 삶의 중심까지 뻗어있기 때문에, 이것을 과외적인 것이라 칭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의사, 특히 전문의가 되면 장기 중심으로 진료를 하게 되는데, 그보다는 하나의 인생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대하고 그 삶의 행복을 위하여 의료뿐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한 제반 활동들을 위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 의료협동조합이다.
일본의 의료협동조합은 전후 황폐해진 가운데 누구나 공정하게 의료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 시작이 되었고, 협동조합에서 진료를 하는 의사들도 의료 제공자로서 우월감 같은 것을 갖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다고 한다. 또한 조합원들도 자신들이 원하는 활동을 제안해서 그 제안에 민감하게 반응해 실행에 옮기게 되는데, 이러한 것들이 일본의 의료협동조합이 오랜 기간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하였다. 값싼 진료를 받기 위해 출자금을 낸다는 의미보다는 ‘미병’이라 해서 질병을 가지기 이전에 그것을 예방하고 건강하여 행복하게 살기 위한다는 의미로서 보다 여러 사람들이 참여하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병원은 사실 규모가 크다는 것 외에 큰 인상을 남겨주지는 못하였는데, 단지 조합원들을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들이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개호라 해서 전체 인구의 25퍼센트를 차지하는 노인인구를 보살피는 서비스를 하는 곳이 아주 많이 있었다. 히카와시타 노인 요양원과 키시보진 진료소 또한 day care center로서 훌륭한 시설이었고, 치매 노인이 집처럼 거주할 수 있는 곳인 부엉이마을도 깨끗하고 풍요로운 시설이었다고 생각한다. 부엉이마을에서는 치매 환자를 위한 침대만 대여를 하고 나머지 가구는 집에서 가져오도록 하는데, 정말 따뜻한 집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또한 치매 노인이라 해서 보살핌만 받는 것이 아니라, 빨래를 돌리지는 못하지만 널고 개는 등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하는 것도 좋았다.
히카와시타 노인 요양원에서는 침대의 3.5면을 막아 안전하게 하면서도 구속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또 방마다 꽃그림을 붙여 놓아 주소로 사용하여 치매 노인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시설을 돌아다니면서 대체적으로 따뜻하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시설의 디자인이나 색채와 같은 것뿐 아니라 봉사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정성과 따뜻함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요양원 지하의 목욕탕에서는 하루 40~50여명의 노인분들을 목욕시키고 머리까지 말려드리는데 고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화장실의 손잡이를 한쪽은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게 하여 편의성을 증진하고 양쪽의 손잡이를 통해 오른손잡이든 왼손잡이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도 설명해 주셨다.
키시보진 진료소에서는 아리랑에 대한 답가로 일본 민요(?)를 하모니카 반주로 메들리로 불러 주셨는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도 답가로 노래를 더 불러 드렸고 허명석 군이 부른 사랑가에 어떤 할아버지께서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기도 하셨는데 덕분에 나도 그 할아버지의 마음에 감동하였다. 또한 카키노키(감나무) 하우스의 조합원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는 손수건을 이용하여 직접 바느질하여 만든 주머니를 선물로 주셨고, 조합원들에게 500엔으로 대접한다는 식사를 맛보게 하여 주셨는데, 아주 맛이 좋았고 식탁도 풍성하여 그 정성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카키노키 하우스에서 하고 있는 조합 활동에는 21개의 반회와 6개의 동호회가 있었는데, 일본어를 읽을 수 없었고 일일이 다 설명을 해주지는 않으셨지만 그 중에는 카라오케 동호회가 세 개를 차지하고 있어서 웃음을 주었다. 하고 싶은 활동을 한다더니 정말이었다. 어디까지 하고 싶은 활동을 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오키야마 선생님과 콘도 선생님 두 분 의사선생님의 강연이 있었다. 앞서 봐왔던 사람들은 직원이거나 조합원이었기에, 의사 선생님들과의 만남이 기대가 되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의사선생님들은 어떤 마음으로 일하는 것일까 싶었는데, 콘도 선생님이 말한 것처럼 가정의가 일하기 좋은 곳이라는 데에는 아주 동의하게 되었다. 스스로도 어렴풋이 궁금했던 점은 일반의와 가정의가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었는데, 바로 유의권이 날카롭게 질문해주어서 답을 알 수 있었다. 답을 해줄 수 있었던 콘도 선생님도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의의 중요한 점에 대해 국제 모임에서 발표를 했었다고 한다. 가정의는 아주 중요한 7개의 항목이 있는데, 첫 번째로 몸의 병, 정신적 병, 사회적 병, 모든 것을 보면서 판단하는 것, 두 번째로 가족의 관계성, 즉 가족의 상황을 배려서 진료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 세 번째로 Community Care가 가능한지, 네 번째로 예방의학 (금연 등), 다섯 번째로 지속성(환자를 꾸준히 관리하는 것), 여섯 번째로 가정 의료 진료소는 환자들이 오는 집 같은 병원이며 환자들이 집처럼 생각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일곱 번째로 환자 중심의 의료를 하여 환자의 병, 가치관, 예방, 현실적 치료 대안 제시 등을 진료하는 것 등 다양한 환경 요소들을 파악한다는 측면이 중요다고 하였다. 앞서 가정의의 하루라는 제목으로 열 명의 환자 케이스를 보고, 이렇게 설명을 듣고 나니, 가정의란 정말 대단히 중요한 의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가정의는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주변 친구들에게도 이런 것들을 이야기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 가기 전 한국의 의료협동조합에 대해서도 실습할 기회가 있었다. 주로 체조나 운동 등과 같은 활동을 하는 것이 한국의 의료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의 활동인 것 같았다. 고령화가 일본을 따라가고 있는 한국에서도 노인보건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서, 노인들도 조합에 많이 참여하고, 점차 길어지고 있는 여생에 대해서도 뜻 깊은 시간들을 보낼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우리 부모님도, 가능하다면 의료협동조합의 혜택을 받게 하고 싶고, 특히 우리 어머니는 평생을 한의사로서 환자들을 위해 헌신해 오셨는데, 협동조합의 혜택을 받으시게 하는 것이 본인과 주변의 정서상 용납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궁금증도 든다. 요즘 넘어질까 두려워 계단 오르내리기가 겁나신다는 우리 어머니, 일본에서 했던 하지의 근력을 강화하고 균형감각을 잡아준다는, 전문가의 손길이 닿았다는 그 체조를 하시게 하고 싶다.
사실 일본에 다녀오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람이었는데, 마치 생활밀착형 의사처럼 일본에 도착할 때부터 떠날 때까지 항상 우리와 함께 하였던 토쿠보상과, 뛰어난 통역과 지성, 그리고 풍부한 감성을 겸비한 통역사 두 분의 수고로 무사히 연수를 마칠 수 있었다. 그분들의 열정과 따뜻한 마음에 깊이 감사드린다.
또한 함께 갔던 사람들과 나눴던 나눔들이 커다란 배움이 되고 나를 살리는 길이 되었다. 열 사람의 지성이 모이니 훨씬 더 풍성한 나눔이 될 수 있었고 나 혼자로서는 배우지 못했을 만한 것들도 함께여서 배울 수 있었다.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큰 힘이 된다는 것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내 나름 그 기간 동안 긴장감을 가지고 임했던 것도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얻은 힘에 감사하고 이것을 오래도록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