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동물이 언어를 가지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오래 전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하지만 그것이 언어를 어떻게 정의하는 가의 문제이지 동물이 의사소통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즉, 동물이 그들만의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은 꿀벌, 침팬치, 돌고래 등의 사례만 따져보아도 그것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특별한 의사소통의 방법을 익힌 뒤면 인간과 동물 사이에 간단한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것도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결코 인간만이 언어를 가진 것은 아니라, 인간과 동물이 모두 각자 특유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과연 인간 외에 다른 동물들은 어떠한 언어를 가지고 있는가? 어떤 학자들은 언어학자들은 인간만이 언어다운 언어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새에게 날개가 있듯이, 물고기에게 지느러미가 있듯이, 인간에겐 언어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이 언어만이 동물과 인간을 구분 짓는 절대적 특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물의 언어는 어떠하며 동물의 언어에 어떠한 체계가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이 문제에 접근하기 위하여, 언어에 대한 재정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자주 지적되어 온 동물의 언어와 관련된 정보를 몇 가지 추스려 보며 동물의 언어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2.1. 언어란 무엇인가
국어를 비롯하여 세계의 모든 개별 언어들은 언어로서의 일반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언어의 일반적 특질에 대한 이해는 국어와 국어학의 이해에 밑바탕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어의 일반적 성질을 어느 정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언어의 일반적 특성은 대략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로, 언어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의사 소통의 기본적 수단으로서 창조성(創造性, creativity)이 있다. 언어가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의사 전달의 수단이라는 사실은, 인간의 언어와 동물의 의사 전달 체계의 상호 비교를 통해서 쉽게 밝혀질 수 있다. 동물의 경우에는 무한한 의사 전달의 표현이 불가능하고, 정보의 복합적 표현도 불가능하다. 다만 제한된 몇 가지의 의사 전달 내용만이 전달될 뿐이고, 그 내용도 유전적으로만 다음 세대로 이어질 뿐이다. 따라서 그것은 유한적이고, 비생산적이며, 비창조적이다. 그러나 인간은 무한적이고 생산적이며, 창조적이다. 인간이 언어에서는 누구나 전에 들어 보지도, 써 보지도 않은 문장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또 그것을 듣고 이해할 수도 있다. 인간은 새로운 사물이나 상황에 알맞는 새 단어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단어들을 결합시켜 무한히 긴 문장을 만들 수도 있으며, 동일한 의미의 여러 가지의 다양한 표현으로 긴 문장을 만들 수도 있다.
둘째로, 언어에는 이원성(duality)이 있다. 곧, 언어는 소리(음성)와 의미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소리 체계와 의미 체계가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동물의 의사 소통 체계에서는 소리와 의미가 한 덩어리로 되어 있어서 둘이 구분되지 않으므로 동물은 비슷한 소리로 전혀 다른 의미를 나타낼 수 없으나, 인간의 언어는 소리와 의미가 서로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있기에 비슷한 소리로 완전히 다른 의미를 나타낼 수 있으며, 완전히 다른 소리로 동일한 의미를 나타낼 수도 있다.
셋째로, 언어의 형식과 내용의 관계는 임의적(任意的, arbitrary)이며 관습적(慣習的)이다. 임의적이란 말은 그 둘의 관계가 필연적이 아니라는 것을 뜻하고, 관습적이란 말은 사회적 약속에 의해 맺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의 어느 언어에서나 말소리와 의미가 역사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과 동음어와 동의어가 있다는 사실로 입증된다. 만일 말소리와 의미의 관계가 임의적, 관습적이 아니라면, 언어의 변화는 이루어질 수 없을 뿐 아니라, 동음어와 동의어는 생겨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여러 언어에는 말소리와 의미의 결합이 필연적(必然的)인 것으로 여겨지는 예가 있다. 의성어와 의태어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수효가 그리 많지 않으며, 실제 사물의 소리나 시늉을 완벽하게 그대로 나타낼 수도 없다. 그것은 단지 소리와 짓의 상징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넷째로, 언어는 분석적(分析的, analytic)이고, 체계적(體系的, systematic)이며, 구조적(構造的, structural)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언어는 일정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소리의 연속체이다. 곧, 언어를 음향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단어, 구절, 그리고 문장이 모두 끊임없는 소리의 연속체인 것이다. 따라서 소리의 최소 단위인 음소(音素, phoneme)로 분석될 수 있다. 그리고 언어는 일정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의미의 최소 단위인 형태소(形態素, morpheme)로 분석될 수도 있고, 특히 어휘 항목들의 경우에는 각 단어가 의미 성분(또는 의미 자질, semantic feature)으로 분석될 수 있다. 그러므로 분석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언어는 사실상 문장들의 집합체인데, 각 문장은 단어들의 배열(配列)과 결합(結合)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언어는 통사적(統辭的)으로 분석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들 음소, 형태소, 단어들은 규칙적인 순서와 방법에 따라 배합되는 것이어서 체계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음소, 형태소, 의미 성분 및 단어들과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에 언어는 구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 언어는 문화적(文化的) 전달(傳達)을 가능하게 한다. 인간은 무한한 언어 능력(linguistic competence)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모로부터 어떤 언어를 유전 받았느냐 하는 것과 아무 관계없이 다른 문화권의 언어들을 습득할 수 있다. 그리고 언어로써 지식, 신앙, 예술, 도덕, 법률, 풍습 및 사회 일원으로서 획득한 여러 능력과 습관을 다음 세대로 전승시킬 수 있다.
2.2 동물의 언어에 대한 연구
이상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들의 언어의 정의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동물별로 분류하여 그들만의 언어를 알아보도록 하자. 이 과정을 통하여 우리는 동물의 언어가 언어적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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