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시각으로 분석한 놀이의 기원과 기능
『놀이와 문화에 관한 한 연구, 호모 루덴스』. 이 책을 읽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읽고 있는 내용이 즉각적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소설이나 희곡 작품들을 볼 때는 사용된 단어나 내용이 우리 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물 흐르듯 읽어나갔지만, 이번 책의 경우는 용어자체가 추상적이어서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책 속의 내용을 내 식대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과제는 책을 읽으며 내 방식으로 해석한 부분을 정리해 적어보기로 했다.
「1. 문화 현상으로서의 놀이의 본질과 의미」의 도입 부분에서, 저자는 놀이의 본질을 이루고 있는 역동적인 원칙을 “본능(instinct)”, “정신(mind)", "의지(will)" 등의 단어로 표현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라고 했다. 요한 호이징하, 『호모루덴스』, 「문화 현상으로서의 놀이의 본질과 의미」. 김윤수 옮김, 도서출판 까치, 1993년, 10쪽
놀이에 대한 정의를 확실히 내리지 못한 저자는 바로 다음 장 ”지금까지의 놀이의 뜻매김은 불충분하다“에 심리학과 생리학에서의 놀이에 대한 관찰, 서술, 해석의 내용을 담고 있다. 나는 그 중에서도 생물학적 시각으로 분석한 놀이의 기원 또는 기능이 무엇인지를 나의 경험을 토대로 밝혀보려 한다.
책에 의하면 놀이의 기원 혹은 생물학적 기능을 정의하려 했던 많은 시도들은 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2) 위의 책, 10쪽-11쪽
첫 째, 놀이의 기원은 과잉된 생명력의 발산이다. 흔히,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가족, 부족 등 어떤 무리를 지어 생활하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특성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인간에게만 국한되는 내용은 아니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생명력이 있는 것이라면,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혹은 협동하여 살아남기 위해서 무리를 이루기 마련이다. 이 무리들은 위험이 없는 편안한 생활을 할 때나, 풍족하여 의식주 마련을 위해 특별히 해야 할 일이 없을 때 그들이 갖고 있는 생명력을 발산할 기회가 없다. 이렇게 한가로울 때 생명력을 발산하기 위해 행하던 것이 놀이의 기원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둘 째, 놀이는 모방 본능(imitative instinct)의 충족이다. 아이들이 하는 놀이 중에는 학교 놀이, 소꿉놀이, 병원놀이 등 어른들의 세계를 모방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이는 나보다 멋져 보이거나 닮고 싶은 대상이 있으면 그 사람을 따라하고 싶은 본능이 우리들 속에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모방 본능은 원시시대 사람들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와서 놀이의 기초를 다듬었을 거라는 추측도 할 수 있다.
셋 째, 놀이의 기원은 긴장완화에 대한 욕구(need)에 있다. 충분히 타당한 해석이라고 본다. 나의 어릴 적 경험에 비추어 보면 엄마에게 혼날 일을 저질렀을 때 불안한 마음 달래기 위해 친구들과 “방방”을 타러 가거나 고무줄과 같은 놀이에 열중했었다. 놀이에 열중하다 보면 어느 새 불안한 마음을 잊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원시시대에도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인데, 천재 지변이 일어나거나, 다른 부족의 침입 등이 있을 때 등 그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면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놀이를 했을지도 모른다.
넷 째, 생활이 요구하는 뒷날의 중요한 일에 대비하여 젊은이들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놀이를 통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을 아이들이 모두 받아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놀이를 통해 필요한 내용을 배우게 되면, 학교 수업보다 더 높은 교육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교육이라는 것이 확립되지 않았을 시대에, 놀이는 유일한 교육 수단이었을 것이다. 물론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여 놀이를 시작했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사냥을 배울 때 처음부터 실전에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사냥을 흉내내고 동작을 익히는 과정을 지나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 때에야 실전에 투입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실전에 투입되기 전에 동작을 익히고 흉내내는 과정의 필요로 인해 하던 연습 등이 놀이로 발전되었을 거라 추측 할 수 있다.
다섯 째, 놀이는 개개인에게 필요한 자제 훈련의 역할을 한다. 어떤 일을 하던 간에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경우에는 내 뜻을 굽히고 자제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는 놀이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시합을 한다든지, 함께 어울려 놀이를 할 때 상황에 따라 내 의견을 굽히는 자제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놀이는 우리에게 자제 훈련을 연습하는 기회를 제공해준다고 생각한다.
여섯 째, 지배 욕구와 경쟁 욕구 속에서 어떤 재능을 발휘하려는 천성적인 충동에 기인한다. 누구나 시합 혹은 경쟁에서 남을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그것을 발휘할 기회가 없으므로 전쟁을 흉내낸다든지, 나름대로의 룰을 정해 경기를 하는 등의 놀이를 통해 경쟁 욕구를 발산한다. 경기에서의 승자는 지배 욕구까지도 발산할 수 있다. 이러한 천성적인 충동도 놀이의 기원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일곱 째,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소망을 허구를 통해 만족시키는 소망 실현(wish fulfilment)이다. 내가 어릴 적 즐겨했던 학교 놀이를 예로 들면, 그 당시 나는 선생님이 너무 멋져 보였지만 어른이 되기 전까지는 절대 선생님의 위치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학교 놀이를 통해서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실현 할 수 있었다. 또한 병원놀이를 통해 의사도 될 수 있고, 간호사도 될 수 있었다. 이것은 두 번째 언급했던 모방 본능과도 연관지을 수 있는데, 누군가를 닮고 싶다거나 누구처럼 되고 싶다는 모방 본능으로 인해 생긴 소망이 놀이를 하도록 만든 것이다. 또 고스톱, 포커게임 등의 경우 현실에서는 돈이 걸려 있기 때문에 하기 꺼려지는 것이 온라인 상에서는 진짜 돈을 잃고 얻는 것이 아니기에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이러한 게임은 비록 허구에 불과하지만, 게임에 임하는 사람은 그것이 사실인양 열중하여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소망을 실현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예를 들어, 게임을 하다가 게임 머니를 잃게 되면 속상해 하고, 게임 머니를 얻으면 매우 좋아한다. 게임 머니를 불려가면서 마치 나의 재산이 늘어나는 듯한 착각과 함께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소망이 실현되는 듯 느끼는 것이다. 이렇듯 소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놀이의 기원이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놀이는 인격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네 번째 것과 비슷한 선상에 있는 거라 생각되는데, 놀이는 미래에 대한 뒷날의 중요한 일에 대비하여 젊은이들을 훈련시키는 것 이상으로 놀이를 통한 인격형성을 이루게 한다. 놀이 안에서 선생님이 되어보고, 엄마아빠가 되어 봄으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렇듯 놀이를 통한 간접 경험은 책을 읽어 본 것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어줍잖은 해석이 저자의 생각과 어긋났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이해한 놀이의 생물학적 기원과 기능을 적어 보았다. 쉽게 이해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몇 번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여섯 번 째 것은 내용도 비슷하고 용어 자체가 이해되지 않아, 애를 많이 먹었다. 하지만, 독자가 작가의 생각을 모두 꿰뚫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 꿰뚫었다 할지라도 그것을 모두 수용할지 일부만 수용할지는 읽는 이의 선택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생각한 나름대로의 해석이 아주 틀렸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과정을 해 보게 된 것이 의미 있게 느껴지며, 이번 과제를 발판 삼아 도약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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