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518과 기억, 그리고 소설
1980년 5월 광주에서 발생한 5·18민중항쟁은 복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역사적 사건이다.
국가 권력에 의해 아무런 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것과 그에 대한 무장저항의 문제로, 사건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과 관련해서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이 장에서는 ‘5·18’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소설 양식을 통해 재현되고 있는지 그 양상에 대해 4가지로 살펴보기로 한다.
첫번째로 기억의 간접화에서 기억은 일차적으로 기억되는 순간의 우연성을 통과하면서 최초로 굴절되며, 나아가 현재와 과거라는 물리적인 간격을 통과하면서 다시 한번 왜곡된다. 그러므로 기억은 결코 과거를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다. 그 결과 역사, 이야기 , 기억은 처음에 지녔던 연속성과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현재의 관심과 이해에 무게의 중심을 둔 당사자가 시도하는 과거의 추방이다.
5·18민중항쟁 소설에서 오월의 기억은 우선 간접적인 형태로 알아보도록 한다.
‘목부이야기’를 포함해서 단편소설들은 발표된 시점만 보면 굳이 간접화의 방법으로 오월을 이야기해야 할 까닭이 따로 있어 보이지 않는다. 기억의 간접화한 방식은 항쟁의 실체 중에서 지극히 작은 한 부분만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소설을 통한 역사적 진실 찾기라는 작업의 측면에서도 아쉬운 게 사실이다.
두번째로 비극의 역사성을 살펴보기로 하는데, 역사를 소설이라는 매체로서 중재하고 재현해 내는 작업은 역사를 ‘사회적인 것’, 즉 사회적 기억들을 통해 중재하는 작업을 이미 포함하고 있다. 이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연원을 갖고 있으며 집단적 기억에 의해 그 비극성은 왜곡과 변형을 넘어설 계기가 마련된다. 비극적 사건의 역사적 연원이 텍스트로 재현되어 문화적 기억으로 전승 될 수 있는지 비극의 역사성이라는 주제에서 살펴 볼 수 있다. 우리가 1980년 5월 광주에서 있었던 국가 폭력의 기억을 망각의 창고에 가두지 않고 꾸준한 소설적 탐구를 거듭하는 까닭은, 그것이 거대한 폭력에 대항해서 끝내 지켜내야 할 인간성의 옹호라는 본질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유효한 성찰의 대상이기도 때문이다. 그런데 폭력을 동반한 어떤 역사적 사건이라는 것은 필경 역사적 연원을 지니게 마련이고, 소설에서의 탐구 역시 그러한 역사적 문맥과 관련지을 때 개인적인 구원을 넘어서는 역사적 통찰과 대안 제시가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5·18 민중항쟁 소설에서 역사적 연원이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작품이 생산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세번째로 망각과 기억을 통해 정체성을 복원하려면 우선 기억의 현재적 의미를 탐색해 봐야한다. 그래서 기억의 현재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기억된 과거는 정체성 확보의 문제이자 현실의 해석이며, 가치의 정당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는 그 날의 기억의 재구를 통해 항쟁의 현재적 그리고 미래적 의미를 탐색하는 작품들을 살펴본다.
정찬의 ‘광야’는 광주공동체의 실체와 그것의 의미를 형이상학적으로 구명하는 소설이다.
광야의 핵심은, 결국 ‘절대는 일상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는 것, 꿈이 삶을 이길 수는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즉, 죽음과 삶이라는 형이상학적 문제를 오월에 끌어들여 그것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임철우의 ‘봄날’은 역사적 서술 방식을 연상시키는 연대기적 서술은 독자로 하여금 서술 내용이 상상된 내용이기보다는 현실의 내용이라고 믿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또한, 여러 인물들의 시점을 통한 묘사는 광주 문제에 대한 작가의 입체적, 총체적 접근의 서사 전략으로 보인다.
네번째, 5·18민중항쟁은 억압에 저항하는 모든 국민의 봉기이면서 나아가 ‘광주’를 넘어서서 모든 종류의 억압에 저항하는 인류의 보편적 저항의 역사라는 의의를 가지고 있다.
이 나라의 현대사에 있어서 민주화의 출발점으로, 무엇보다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고취하는 모든 억압에 대한 항쟁으로 그 의의를 자리매김할 것이 필요하다.
5·18 민중항쟁 주체의 민중성이라는 측면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소설은, ‘그들의 새벽’인데 ‘봄날’이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시선을 빌어 오월 광주의 사실적 재현에 비교적 충실했다면, ‘그들의 새벽’은 주로 이들 뿌리 뽑힌 존재들의 시점에서 광주를 복원해 내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차이란 ‘서로 다름’이라기보다는 광주의 총체적 재현이라는 면에서 서로 훌륭한 보완적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보인다.
5·18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소설로서 다양하게 재현되는 양상을 읽어 보았는데 처음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5·18에 대한 관점과 인식을 통해서 읽어보니깐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리고 5·18에 대한 소설이 이렇게 다양한 의미에서 해석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새삼 느끼게 되었다. 1980년 광주라는 특정한 시공간의 특수성과 소설이라는 장르가 지니고 있는 보편적 가치를 얼마나 잘 조화시켜야 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는 5·18 소설에 대해 읽어서 뜻깊은 문학 활동을 한 것 같아 의미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는 다양한 관점과 시각으로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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