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맨 처음 접했던 체홉의 작품은 『벚꽃 동산』이었다. 풍문으로만 들어 왔던 위대한 작가의 대표작이라 나는 내심 작품에 바라는 기대가 컸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난 나의 느낌은 실망에 가까운 것이었다. 유달리 많은 등장 인물 중 특별히 인상에 남는 인물도 없을뿐더러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도 없었다. 그렇다고 스토리가 긴박하게 전개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목숨보다 소중하다고 말하는 벚꽃 동산을 처분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진 주인공은 그저 벚꽃 동산이 매각된 날 밤 우는 것으로 모든 슬픔을 끝낸다. 어떠한 심연의 절망이나 자신의 비참한 처지에 대한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연민도 원망도 없이 그저 하룻밤 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다. 어딘지 덜 떨어진 듯한 인물들과 어딘지 부족한 듯한 이야기의 전개에 나 역시 심연에서 우러나오는 감동 없이 그저 한 번 읽고 끝냈다. 『벗꽃 동산』의 인물들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나는 도대체 왜 체홉이 그런 극찬을 받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단조로운 작품을 쓴 작가에게는 너무도 과분한 평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체홉 작품의 피상적인 단면만을 보고 있었음을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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