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독후감] 깊이에의 강요를 읽고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예술적 깊이에 대한 집착과 생에 관한 문제를 이야기하는 '깊이에의 강요'. 예기치 못한 포석과 공격으로 진부함과 관습에 찌든 승부 세계의 허를 찌르는 젊은 체스 선수. 그의 패배가 과연 패배인가 의문을 던지는 승부. 닫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주는 '장인 뮈사르의 유언'. 쥐스킨트는 커다란 이야기 속에 함몰되어 지나치기 쉬운 삶의 작은 이야기들에 따스한 눈길을 돌리고, 현실을 비켜 보는 예술이라는 비유의 언어를 통해 현실 원칙이 지배하는 세상살이의 모습을 유유하게 표현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쥐스킨트의 눈은 근본적으로 우울하다. 아니, 혐오에 가까운 냉소적인 시선이다. 세상의 수군거림에 상관없이 현실의 언저리를 잰걸음으로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좀머씨, 향수 하나로 세상을 지배하겠다는 병적인 낭만적 욕망에 사로잡혀 천연덕스럽게 살인을 저지르는 『향수』의 주인공 그르누이, 관습과 인식의 경직된 세계에서 절망하는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세상에 대한 불신과 무감각에서 벗어나려는 『비둘기』의 조나단 노엘, 이들 쥐스킨트의 인물들이 그들의 현실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우리는 쥐스킨트의 시선을 바라볼 수가 있다. 그러나 그의 우울한 시선은 단순히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 시선 이면에는 닫혀 있는 경직된 현실과 세상에 대한 혐오와 동시에 그러한 세상에 편입되어 맞서려는 낭만적 반항이 깃들여 있다. 그리고 이 낭만적 반항이라는 감정의 구도 속에는 순수와 경험의 대립이라는 의미 구조가 은근히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이원적인 대립의 구조로 이해하려는 편협한 시각이 올바른 현실 이해로 나아가지 못하듯, 문학 역시 단순한 구도로 현실을 그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대립 속에 보여 지는 팽팽한 긴장의 현장이 문학이 보듬어야 할 공간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쥐스킨트의 작품들이 보여 주고 있는 순수와 경험의 갈등 구조는 다시 한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