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 소리없이 오랫동안 꾸준히 팔리는 책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1993년 번역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20쇄가 넘게 팔려온 존 그레이의 (친구미디어, 1993)도 그런 책의 하나인 것 같다.
이런 류의 책은 시대의 욕구에 부응하는 바가 있는 책일텐데, 그렇다면 그레이의 책이 테마로 삼고 있는 성차이의 문제, 그리고 남녀간의 소통의 문제가 상당수 우리나라 사람들에서도 꽤 절박한 문제라고 봐야 할 것이며, 이 책을 서점에서 집어든 나도 그런 문제를 안고 사는 사람의 하나일 것이다.
이 책의 멋진 제목은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비너스)와 아레스(마르스)의 사랑으로부터 제목을 따온 것이다. 그런데 사랑의 연금술양 하는 이 책은 뜻밖에도 그리스 신화를 그리 풍부하게 활용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사랑이 불륜이어서일까? 그레이는 미국 백인 중산층 부부의 애정생활을 돕는 책을 쓰면서, 신화이지만 불륜인 사랑에 담긴 표상들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내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았던 듯하다. 이 책의 미덕은 우선 풍부한 임상적 사례를 쉬운 표상들로 요약한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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