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로 열어가는 상담이야기
박성희
박성희 교수가 전하는 이야기는 의외로 경쾌해 보이는 면이 많다. 청주교육대학교에서 강의하는 분이라 해서 학문적이고 무거운 내용을 예상했지만, 상당히 편안한 흐름이었다. 마음을 두드리는 동화들이 연달아 나타나고 상담과정의 본질이 조금씩 드러나는 모습이 독특했다. 달과 공주 이야기에서는 달의 존재감이 얼마나 부드러운 위로를 주는지 떠올리게 된다. 너무 어두운 밤에 달이 떠오르면 심리적으로 그 빛에 의지하게 된다. 공주 역시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갈망을 달에게 털어놓는 듯 보였다. 그 순간 독자는 상담자가 되기도 한다. 공주가 속삭이는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공감의 문이 열린다. 상담이란 머리로만 하는 작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와 피리 이야기는 마음속의 감정을 해소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 한 남자가 피리를 불어 자신의 감정을 토로한다고 할 때, 누군가는 그것을 시끄럽다고 여기거나 뜬금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처한 내면의 울림은 피리 소리를 통해 밖으로 새어나오는 셈이다. 상담의 장면에서도 소리로 표현되든 언어로 표현되든, 사람은 내면을 드러낼 공간이 필요하다. 그 대목이 심리적 환기가 중요한 이유라는 생각을 자극한다.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상담자와 내담자가 함께 만든 무대 위에서 어떤 감정이 흘러갈 수 있는지를 느끼게 된다.
공주의 장신구 이야기는 욕망이나 소유에 대한 집착을 돌아보게 만든다. 공주가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이 있다고 할 때, 그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그 물건이 지닌 의미나 상징이 때로는 공주의 정체성을 좌우하기도 한다. 상담이라는 장면을 떠올리면, 누군가가 자신의 중요한 무언가를 놓지 못하고 괴로워할 때가 많다. 그걸 붙잡고 있는 이유에 대한 물음이 시작될 때, 그 뒤에는 서툰 외로움이나 두려움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 점에서 장신구라는 소재가 적절하게 쓰였다고 느꼈다. 모든 사람에게는 가치 있다고 믿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을 지키려 애쓰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가두는 일이 일어나곤 한다. 그 미묘한 지점을 공주 이야기로 잘 보여준 것 같다.
수용의 구조라는 이야기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가는 면이 느껴진다. 상담을 하면서 내담자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 잘 들어주려고 해도 자꾸 판단하게 되고, 말로는 공감한다 말하면서도 내면에서는 잣대를 들이대고 있을 때가 많다. 책에 등장하는 동화 속 상황을 보면, 서로 다른 입장의 사람이 어떻게 상대를 받아들이고 또 받아들여지기를 원하는지 볼 수 있다. 무조건 받아주기가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하는 이분법적 관점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움직임이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점이 강조된다고 느꼈다. 상담자 입장이라면 먼저 스스로의 태도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미혼모와 수행승 이야기는 보통 보기 힘든 소재를 다루어서 신선했다. 미혼모의 처지라든가 승려의 고뇌는 흔히 말하지 않는 이면의 이야기 같았다. 상담이라는 틀 안에서, 그 두 인물의 만남은 색다른 파장을 일으키게 될 것 같다. 개인의 삶에서 일어나는 상처와 사회적 편견, 그리고 영적 수행을 하는 사람의 관점이 서로 얽힌다. 그 지점에서 작중 인물이 보여주는 태도는 때로는 불가사의해 보이기도 했다. 미묘한 경계를 슬쩍 건드리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어떻게 좁혀질 수 있는지 되돌아보도록 만든다. 상담자라면 쉽사리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동화라는 형식을 빌려서 제시되니 한층 부드럽게 다가온다.
상담 대화 자체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깃든 의미가 언급된다. 인간이 직접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대답을 들을 때, 그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소통의 흐름이 있다. 이것이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고, 한 번의 상담으로 모든 것이 명료해지지도 않는다고 작가는 말하는 듯했다. 반복적인 대화를 통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했다. 언어와 비언어가 함께 얽혀서 의미의 층을 만들어낸다. 그 과정에서 상담자와 내담자가 공유하는 순간이 있을 때, 어느 정도 진전이 생긴다. 서양 심리학 이론이나 특정 상담 기법을 설명하기보다는, 동화를 통해 그 과정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시도가 인상적이었다.
틀을 새로 짜면서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보통 상담이라고 하면 누군가 잘못된 상황을 바로잡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보다는 관점의 전환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익숙해진 방식으로만 문제를 대하면 해결도 비슷한 틀 안에서 맴돌기 마련이니까. 작가는 동화 속 이야기를 읽고, 거기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상담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이끈다. 어떤 사람은 상담실 안에서 아이가 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동화 속 마법사를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한 비유는 굳었던 사고방식을 부드럽게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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