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권오현
권오현이 펼쳐내는 조직 경영 이야기는 여러 사람의 관심을 모으게 된다. 그가 미국의 연구소에서 출발해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 내부를 관통하고 마침내 최고 자리에 오른 과정은 누구에게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잘 갖춰진 이론보다 현장에서 부딪혀 얻은 경험이 오히려 생생한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쌓아온 여정을 예리하게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때로는 사소해 보이는 부분에서도 배움이 찾아온다.
초격차라는 단어는 이름 그대로 꽤 강렬한 뉘앙스를 풍긴다. 경쟁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앞서가기 위한 방법론이 담겨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끈 전략과 리더십이 정제된 모습으로 펼쳐져 있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려는 게 아니라, 다양한 협업과 팀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들이 눈에 띈다.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는, 구성원 개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점이다. 지시만 늘어놓는 상사가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향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개인이 맡은 역할이 사소해 보이거나 자칫 조직 안에 묻히기 쉽다고 한다. 그러나 권오현은 그 지점에서 오히려 개개인의 역량과 의지를 살려야 전체가 살아난다고 말한다.
조직이 커지면서 생기는 비효율도 직시해야 한다고 본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빨리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부서 간 장벽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러 문화가 혼합된 글로벌 기업에서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그가 미국 연구소에서 시작해 한국 본사로 이동하고, 다시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겪은 경험담은 통합적인 시야를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경험이 기업 내부의 다양한 부문을 하나로 묶는 실마리가 된 듯하다.
초격차 라는 책에서는 개인의 실력과 조직의 문화를 어떻게 조화롭게 이끌어가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많다. 다만 가끔 추상적인 표현이 느껴질 때도 있다. 실제로 적용하는 과정은 쉽지 않은 과제다. 그래도 구체적인 예시가 제시되는 편이라, 리더십의 세세한 측면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책 전체를 통틀어 주체적인 사고와 끊임없는 혁신이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경제가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갈 때, 기업은 미래의 위험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혁신이 없으면 도태된다. 반도체 산업은 특히나 신기술의 등장 속도가 빠른 곳이다. 오늘의 승리자가 내일 바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무서움이 깔려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삼성전자를 이끈 결단력은 날카로운 분석과 신속한 실행에서 나왔다고 한다. 여기서 강조되는 점은 단번에 큰 변화를 이루려 하기보다,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꾸준한 개선이다.
고유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반도체 사업을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팀원들 사이에 공유된 가치관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단기 성과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장기 관점에서 인재를 육성하는 방향이 돋보인다. 그래서 끊임없이 교육과 훈련에 투자했다. 능력 좋은 사람을 뽑아놓고 방치하는 게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독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회장 자리에 오르고 난 뒤에도 매일같이 학습한다는 태도를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회사 내부에서 벌어지는 작은 움직임 하나라도 주목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은 끊임없이 변한다. 새로운 경쟁자가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순간도 안심할 틈이 없다는 경각심이 조직에 퍼져 있었다. 모두가 긴장감을 유지하되, 동시에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