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콘서트
박경미
수학콘서트를 펼쳐 보며 느낀 감상을 조금씩 적어 본다. 수에 대한 두려움을 처음부터 극복하기는 쉽지 않았다. 교실에서 배웠던 무미건조한 공식과 정의 때문에 쌓인 거리감이 컸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수학 관련 주제를 친근하게 다루는 것이 가능할까, 그런 의문이 생겼다. 그러나 책을 몇 장 넘겨보자마자 신선한 이야깃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수식만 가득한 책이 아니라, 실제 사례와 흥미로운 역사적 맥락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덕분에 좀 더 편안하게 그 내용에 다가갈 수 있었다.
수학이 일상에서 적용되는 양상을 다루는 내용이 두드러졌다. 거울 속 대칭에서부터 휴대전화 속 암호화, 스포츠 경기에서 목격되는 확률 이론의 흔적까지 여러 갈래의 예시가 넘쳐났다. 프랙탈 구조를 자세히 들려주는 부분도 인상 깊었다. 처음에는 조금 어렵다고 느꼈지만, 자꾸 익숙해질수록 주변 세상에서 반복 구조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눈 내린 풍경에서 나뭇가지의 모양을 비교해 보고, 또 인공위성 사진에서 본 해안선의 패턴도 돌아보게 되었다. 사실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주변 자연환경이 크고 작은 유사 패턴의 집합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자는 소수의 특성과 암호의 연관성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소수가 왜 중요한지, 암호 기술에서 어떤 이유로 소수를 활용하는지 알게 될 때 묘한 즐거움이 찾아왔다. 신비로운 연산 구조를 통해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전송되고 있다는 점이 새롭게 느껴졌다. 마치 비밀스러운 문양 하나가 거대한 세계를 움직이는 열쇠인 것 같았다. 그 부분을 읽을 때, 무심코 스마트폰 메시지를 전송할 때도 머릿속에서 작은 계산이 미친듯이 돌아가는 듯한 상상을 했다. 실은 우리 생활에 깊이 파고들어 있는 수학적 요소가 무척 많음을 새삼 깨달았다.
스포츠 이야기도 많은 호응을 얻을 만했다.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통계 모델이나 승률 계산이 평소에는 잘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경기판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을 간단한 확률 문제로 풀어내는 과정을 보니,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야구에서 특정 타자와 투수의 상대 전적을 계산하는 방식, 축구에서 승부차기를 둘러싼 확률적 사고 방식, 농구에서의 3점 슛 성공률 등이 예시로 제시되었다. 평소에는 이런 면을 놓치고 관람만 해왔는데, 조금 더 주의 깊게 수치를 생각해 보면 경기의 재미가 다르게 다가올 것 같았다.
행렬과 관련된 부분 역시 눈길을 끈다. 2차원 표 같은 느낌을 가진 행렬이 사실은 무척 강력한 도구라는 사실에 감탄하게 된다. 컴퓨터 그래픽, 인공지능, 음악까지 연결된다고 하니, 한 장의 표가 아니라 아주 정교한 이론적 건축물처럼 보였다. 문득 예전 교과서에서 배웠던 행렬식 계산이 떠올랐다. 그때는 어디에 써먹을지 몰라서 지루하게만 여겼다. 하지만 주위의 기술 환경 대부분이 행렬 연산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니, 나름의 새로운 시각이 형성되었다.
책이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역사적 배경을 곁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 수학자들의 도전과 실패담, 그리고 예상 못 한 발견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조금씩 들려준다. 고대 문명부터 근대에 이르는 흐름에서 어떻게 숫자와 기호가 발전했는지 살펴보면, 지금 누리는 수학의 성과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곤 한다. 가령 미분 개념이 발명되던 시점의 이야기나, 로그가 한때 세상을 뒤흔들었던 혁신으로 취급받았다는 사실 등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 덕분에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것들이 당시에는 대단한 돌파구였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실제로 책 속에는 논술에서 자주 나오는 주제도 꽤 있다. 소수나 행렬, 미분과 적분, 로그 등은 여러 방면의 시험 문제에서 등장할 때가 많다. 문제를 푸는 것 자체에만 몰두하기보다는, 그 배경과 실제 사용 사례를 엿보면서 배우는 편이 훨씬 와닿았다. 게다가 인문학과 예술, 사회과학과 연관 지어 소개되는 파트들이 재미를 더했다. 그림 속 구도나 작곡 기법에서 수학적 구성이 숨어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니,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미적 요소가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도 했다.
수학사를 두루 훑으며 생각해 보면, 어느 분야든 기초 원리가 숨겨져 있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온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 하나의 발견이 또 다른 분야로 연결되고, 서로가 얽혀서 커다란 지식망을 이루는 느낌이다. 책 속 예시에서 보듯, 카오스 이론이 기상학에서만 쓰이는 게 아니라 경제학, 생물학, 공학 곳곳에서 활용된다. 그런 범위를 폭넓게 열거하는 내용을 읽으면서, 한때 막연히 먼 학문처럼 여겼던 개념도 조금씩 친근하게 다가왔다.
함께 제시된 일화 중에는 수학자들이 깨달음을 얻기까지 이어진 우연과 집요함이 녹아 있다. 진리를 탐구하고자 노력했던 모습은 때론 집념의 극치로 보이기도 했다. 특별한 실험 도구 없이 머릿속 구상만으로 시작해, 시시각각 추론을 교정해 가는 모습이 떠오른다. 어떤 문제는 수십 년 동안 정답이 나오지 않은 채 방치되었다가, 전혀 다른 맥락에서 해법의 실마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인류가 쌓아 올린 수학의 역사는 그렇게 다양한 이정표들이 교차한 결과물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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