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행가, 오지 탐험가 한비야에서, 이제 한비야는 긴급구호 팀장 한비야다. 긴급구호는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살리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다. 세계 여행과 오지 탐험을 다니며, 시시한 병 때문에 죽어가는 아이와 난민들을 보면서, 적은 돈과 노력으로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난민 구호의 뜻을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운 좋게도 월드비전 측에서 먼저 연락이 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기쁨과 동시에 문득 겁이 났다. 과연 내가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 것이다. 오래 전부터 다짐해 온 일이었지만, 지금의 열정이 빨리 식어버릴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이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케냐와 캄보디아 긴급구호를 신청했고, 직접 구호활동을 함으로써 긴급구호 활동에 대한 애착과 열정이 끌어 오르기 시작했다. 또한, 구호의 세상은 우리가 아는 세상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 구호의 세상은 경쟁의 장(場)이 아니었다. 구호의 세상에서 우리 서로는 사랑해야할 대상, 가진 것을 나누는 대상이었다. 이런 구호의 세상에 참을 수 없는 매력을 느끼게 됐다.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세가 기운 이후로, 나는 약자의 경험을 줄 곧 해왔다. 이런 경험이 내 마음을 약자들에게 끌리게 했고, 내가 겪었던 상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일상적으로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긴급 구호 단체에 들어가는 것은 이런 약자들을 위해 싸우는 ‘쌈닭 허가증’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 일을 결정한 직후 한 대학생이 “재미있는 세계 여행이나 계속하지 왜 힘든 구호를 하느냐고”, 물어 왔었다. 이에 나는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내 피를 끓게 만들기 때문이죠.”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이는 내 자신을 깜짝 놀라게 했다. 긴급구호 맛보기로 갔던 케냐에서 긴급구호 활동을 하는 유명한 안과의사가 있었다. 그때 나도 위의 대학생처럼 의사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의사는 활짝 웃으며, “내가 가지고 잇는 기술과 재능을 돈 버는 데만 쓰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일이 내 가슴을 몹시 뛰게 하기 때문이에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그 의사가 몹시 부러웠고, 나도 언젠가 저렇게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는데 지금 그 말을 한 것이다. 지금 나의 가슴은 긴급구호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기술을 습득하느냐보다 어떤 삶을 살기로 결정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새장 속에 살면서 안전과 먹이를 담보로 날수 있는 능력을 포기할 것인가, 새장 밖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나의 능력을 펼칠 것인가. 지금 나는 두 번째 삶에 몸을 의탁하기로 했다. 난 긴급구호 활동을 통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새장 밖은 불확실과 위험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새장 밖의 뜨거움과 열정을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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