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 소리에 눈이 떠졌다. 잠간 누운 것 같은데 벌써 다섯 시였다. 침대가 내 몸을 놓아주지 않았지만 겨우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었다. 다들 비행과 잠을 얼마 못자 피곤해서 그런지 얼마 먹지 못 했지만 난 처음 먹어보는 음식에 호기심이 생겨 이것저것 많이 먹었는데 특유에 향과 오묘한 맛이 강했지만 모든 음식이 다 맛있었다. 아침식사가 끝난 후 우린 바로 출입국 수속 없이 VIP 통로로 캄보디아 포이펫에 입국했다. 국경을 넘어 간다 해서 두려움과 불안, 경계심이 느껴졌는데 출입국 사무소만 제외하면 이곳이 국경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표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할 일 없이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경찰의 모습에서 외려 평온함이 느껴지며 마음이 좀 놓였다.
국경 마을에서 가장 먼저 만난 것은 나무판을 얼키설키 붙인 낡은 손수레와 한가로운 표정으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짐꾼들이었다. 그중에는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자기보다 몇 배나 무거워 보이는 물건을 싣고 가는 모습에 도와주고 싶었다. 입국 심사대에 짐을 투시하고 확인하는 장비가 있긴 했지만 매우 낡아 보여 과연 제대로 작동은 되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국경 마을의 즐비한 손수레들은 여행객과 분리된 짐을 국경 너머로 별 제약 없이 옮기는 역할을 하는 것뿐 특별하달 것은 없었다. 손수레를 끄는 거무튀튀한 사람들은 대부분 캄보디아인들이라고 한다. 어디를 가나 계층별로 맡는 일에 분화가 일어나듯 이곳에서는 힘들고 고된 짐꾼 역할을 그들이 맡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 얼마나 쥐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에게서 유일한 생계 수단인, 곧 망가질 듯한 허름한 손수레와 그것을 끄는 그들의 얼굴을 통해 세계 최빈국이라는 캄보디아와의 첫 만남을 가졌다.
얼마 안 있어 씨엠립까지 실어다 줄 버스가 도착했다. 우리나라에서 건너온 소형버스인데 낡을 대로 낡아 과연 제대로 움직일까 싶은 고물이지만, 그래도 이곳에서는 좋은 축에 드는 것이라 했다. 앙코르와트가 있는 씨엠립까지는 4시간 정도 걸리는데 길이 다 비포장이었다. 차선 이런 것도 없기 때문에 정말 조심해서 운전해야하고 차가 지나가면 흙먼지가 날려서 앞이 잘 안 보이는 그런 흙길 이었다. 하지만 여기선 이것이 우리나라 고속도로 같은 것이라고 하는데 중간 중간 비 때문에 생긴 구덩이가 있어 차는 심하게 덜컹거리고 구식버스라 그런지 에어컨 성능도 좋지 못해 덥고 엉덩이가 아팠다. 잠을 많이 못 자서 피곤하고 졸렸지만 울퉁불퉁한 길을 계속 달려야 하기 때문에 잘 수가 없어 창밖만 계속 보았다. 땅과 하늘이 맞닿은 평원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고 우리나라 소와는 좀 달라 보이는 희고 마른 소들이 여기저기서 풀을 뜯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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