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허수경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분석
새
남강시편 4
유배일기
국경
허수경의 여러 시 중에서 내 마음속에 남아 그 후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주제는 상처나 고통, 또는 슬픔이 우리에게 닥쳐옴으로써 우리를 한층 더 발전하고 성숙하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픔을 겪고 눈물을 흘려봐야 우리는 인생이 무엇이고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 시의 제목처럼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겠는가? '꽃이 지고 열매를 맺는다'는 자연의 이치처럼 우리는 어려움 속에서 배워나가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탈상
내일은 탈상
오늘은 고추모를 옮긴다
홀아비 꽃대 우거진 산기슭에서
바람이 내려와
어린 모를 흔들 때
막 옮기기 끝낸 고추밭에
편편이 몸을 누인 슬픔이
아랫도리 서로 묶으며
고추모 사이로 쓰러진다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남녘땅 고추밭
햇빛에 몸을 말릴 적
떠난 사람 자리가 썩는다
붉은 고추가 익는다
이 시에서 화자는 이 세상을 떠난 사람의 자리가 썩어 붉은 고추가 익는다고 한다. 이것은 마치 슬픔을 겪음으로써 우리가 더 성숙하고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거름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 시 속에서 화자는 슬픔에 대해 부정적이기보다는 오히려 완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다시 말해 슬픔이라는 거름이 완성의 밑바탕이 되고 토대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슬픔에 대한 화자의 태도는 삶의 깊은 성찰과 깨달음을 통해 가능한 것이며 슬픔을 두려워하는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준다.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