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후안 룰포의 『뻬드로 빠라모』
중남미 지역에 대한 나의 얕은 지식을 더듬어 보자면,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래 스페인을 위시한 열강들의 무자비한 침략을 받아 그들이 영위해 왔던 문명과 문화가 전멸하다시피 파괴되어가는 과정에서의 억압과 혼란, 무질서 속에서 수백 년간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뻬드로 빠라모』를 ‘정체성, 후기 혁명소설,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세 가지 큰 갈래로 파악해 보려는 욕심을 부려보았다.
정체성 찾기 - ‘아버지’의 부재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문학에 다가설 때에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말은 ‘고독’과 ‘정체성’이 아닐까 한다. 중남미인들의 고독은 자신의 근원과 정체성에 대한 고뇌이며, 식민 지배를 벗어나 완전한 독립체로 서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다. 1982년에 『백년동안의 고독』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수상식 연설을 살펴보자.
“우리의 최대의 적은 우리의 삶을 믿게끔 만들 수 있는 전통적 도구가 불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고독의 핵심입니다. 우리는 바로 이런 고독의 정수에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중략).... 그들이 자신을 재는 동일한 잣대로 우리를 재고자 한다는 것은 이해할 만한 일입니다. ...우리 현실을 타인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행위는 갈수록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갈수록 우리를 덜 자유스럽게 하며, 갈수록 우리를 고독하게 만드는 데 이바지할 뿐입니다.”
작품속에서 후안 쁘레시아도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자신의 아버지인 뻬드로 빠라모를 만나기 위해 꼬말라를 찾아간다. 그의 어머니는 땅에 대한 욕심으로 거짓 청혼을 했던 뻬드로 빠라모에게 속아 결혼했지만 계속되는 그의 폭언과 억압을 견디지 못해 아들 쁘레시아도를 데리고 언니에게로 가서 한평생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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