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은커녕’에 대한 공시적 기술과 논의의 대상
3. 어휘화(lexicalization)와 문법화의 과정
18세기와 19세기에 들어 와서도 보조사 ‘-은커니와’는 다양한 문헌 자료에서 그렇게 생산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시기에 지금까지 확인된 몇몇 용례들을 검토하였을 때, 다음과 같은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즉, 이 시기에 출현하는 ‘-은커니와’는 17.8세기에 이미 확립된 통사적 기능(서술어의 지배를 받는)을 강화시켰다. 그리고 이 문법형태의 구체적인 의미는 중세국어에서 문맥을 통해서 전개된 “물론이거니와” 또는 “말할 것도 없고” 정도에 머물러서, 상호 대조되는 앞선 체언과 뒤따르는 체언을 아우르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였다. 그리고 ‘-은커녕’과 직접 관련을 맺고 있는 긍정과 부정 서술어들이 일정한 기간 동안 함께 허용되었다. 따라서 ‘-은커니와’의 뜻은 대체로 “물론이거니와”로 요약될 수 있으나, 주로 긍정적 의미를 함축하였다.
이 시기에서 ‘-은커녕’이 보이는 이와 같은 쓰임은 그 이전 단계의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여 온 격식체에 한정되어 있었다. 실제의 지역방언을 반영하는 19세기 후반의 구어 자료에서 ‘-은커니와’는 두 가지의 중요한 변모를 점진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하나는 ‘-은커니와’ 형태 자체에 대한 형태․음운론적 변화로서, 오늘날의 ‘-은커녕’에 가까워지는 변화형들이 등장하였다. 다른 하나는 ‘-은커니와’의 쓰임이 긍정 서술어도 허용하였던 종래의 방식에서 이탈하여 부정사 또는 부정 서술어와 호응하여 출현하는 사례가 증가하였다. 그리하여 19세기 후기의 ‘-은커니와’는 오늘날의 ‘-은커녕’의 용법과 동일하게, 주로 어떤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 그 보다 덜하거나 못한 것까지 부정하는 뜻을 함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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