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본 론
3. 결 론
90년대 후반 우리 시의 중요한 변화 중의 하나는 서정시 회복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몇십 년 동안 리얼리즘시와 실험시의 압력에 의해 주변으로 밀려났던 서정시가 새롭게 중심으로 회귀하는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탐색과 맞물린다. 생명시학이 문제가 된 것도 서정시 회복 운동과 무관하지 않다. 서정시가 지닌 은유의 미학을 새롭게 세워보고자 하는 노력이나 정신주의에 대한 추구와 같은 것들 또한 여기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서정시에 대한 새로운 관심은 시에서 형상화된 공간이 지닌 상징성의 회복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서정시의 회복은 자아와 세계 사이의 관계의 회복이며, 자아와 세계 사이의 동일성 즉 서정성 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자리에서 공간은 상징성을 회복하고 풍성한 의미를 지닌 기호가 된다.
90년대 이후의 현대시에서 자연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일어나는 이유 또한 이러한 공간 상징성의 관점에서도 살펴 볼 수가 있다. 자연은 전통적으로 자아와 세계 사이의 합일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장소로 이야기되어 왔다. 주지하다시피 전통 자연시에서 시인들은 대부분 주객합일의 상태를 지향해 왔는데, 이러한 주객합일의 상태가 바로 자아와 세계의 합일, 다시 말해 서정적 세계관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생명시학과 같은 90년대 후반의 새로운 흐름은 현대시에서 자연을 새로운 가치로 부각시키는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생명의 문제를 추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인공적인 것들로부터 벗어나서 자연적인 것, 자연이 지닌 생명에 대한 관심으로 기울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연의 본질이 바로 생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명에의 관심은 그러므로 대상으로서의 세계를 인간처럼 생명을 지닌 존재로 보기에, 자아와 세계 사이의 동일성을 달성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다.
현대시에서의 이러한 자연 회복은 시적 공간에 대한 인식 또한 새롭게 바꿔놓는다. 자아와 세계 사이의 합일을 다시 전제하기 시작하면서 해체적 실험시들에서 상실했던 공간 상징성이 새롭게 회복되는 것이다. 이제 다시 시적인 공간은 차가운 물질성으로부터 벗어나서 의미가 충만한 공간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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