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홀로코스트와 도구적 이성
3. 구조와 권력, 인간
4. 구조와 개인
5. 수용소와 신체, 그리고 새로운 주체
6. 부재하는 죽음과 인간성
그러나 이러한 비판의 부재가 현재 어떠한 사태를 가져왔는지 생각해 보라.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에서 그들이 당했던 일들을 스스럼없이 타민족, 결국은 또 하나의 인간인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자행하고 있다. 그들을 일종의 게토에 가둬놓고 다리를 끊고 보급을 차단하고 감시탑을 세워 철저히 통제하고 그들의 인간성을 마구 짓밟고 있다. 어린애고, 여자고, 노인이고 상관없이 민간인들을 향해 시시때때로 이유도 없이 총탄을 쏟아 붓는다. 그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한다. 그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땅에 원래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자신들의 짓밟히고 있는 인간성을 놓지 않기 위해 저항하기 때문에. 유대인들은 과거에 자신들이 당했던 홀로코스트 사건을 자신들을 향한 비판을 막아내어 주는 방패막이로 삼은 채로 그런 일을 감히 자행한다. 과거에 철저히 그 인간성이 짓밟혀 본 인간들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인간들의 인간성을 너무도 쉽게, 짓밟을 수 있는 것이다. 따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누구라도, 우리도, 비판정신을 버렸을 때 언제라도 비인간으로 전락하고 비인간적 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
홀로코스트 시절의 유대인들을 두고, 프리모 레비는 담담하지만 동시에 피가 배이고 절절한 고통에 찬 목소리로 ‘이것이 인간인가’라고 묻는다. 그래, 그것이 인간의 모습인가?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물어야 한다. 현재 마찬가지로 다른 인간들의 인간성을 철저히 짓밟고 학살을 자행하고 있는 유대인들은 과연 인간인가하고. 그것을 묵인하고 있는, 또 우리 사회의 인간성을 짓밟는 온갖 부조리를 묵인하고 있는 우리들은 과연 인간인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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