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소통의 한계에 대한 위의 식의 논의는 비단 현대 사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미 19세기 미국 문학작품에서도 발견된다. 비록 소통의 구체적인 양상과 의미에는 차이가 있지만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시 The Raven과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Bartleby, the Scrivener, 그리고 Emily Dickinson의 세 편의 시(207, 409, 620)는 공통적으로 고독한 개인의 입장에서 본 소통의 한계를 그리고 있다. 사랑하는 여인과 사별하여 지극히 외롭고 쓸쓸한 The Raven의 화자와 사회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영혼 바틀비, 그리고 은둔자의 삶을 살았던 디킨슨 그녀 자신을 대변하는 것과 같은 시적 화자에게 있어 진정한 의미의 ‘소통’은 어쩌면 그들의 영혼을 고독으로부터 구제해 줄 유일한 길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직접 시도했거나(Poe) 그들을 둘러싼 기존의 소통 방식(Melville, Dickinson)은 오히려 고독감과 단절감을 심화시켜 끝내 그들로 하여금 소통 자체를 거부하게 했다. 무엇이 소통의 부재라는 결과를 낳은 것일까? 간단하게는 고독한 영혼은 소통의 출발에서부터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그 결과 소통의 본질 자체를 상실하면서 온전한 소통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위의 세 작품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성과 非이성 간의 괴리가 극대화되고 이성이 비이성을 압도하려 할 때 온전한 소통 자체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고 그 소통은 오히려 영혼의 고독을 심화시키기만 한다는 것을 깊이 있게 표현하고 있다.
Borges, Jorge Luis.『보르헤스의 미국문학 강의』. 김홍근 역. 서울: 청어람미디어, 2006.
Lee, A. Robert. Herman Melville: reassessments. London: Vision, 1984.
VanSpanckeren, Kathryn.『미국의 문학. 박강순 역』. 서울: 주한 미국대사관 공보과,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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