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구성상의 묘미는 작가가 원하든 원치 않든간에 그의 소설을 두 가지 방향으로 접근할 것을 유도한다. 《불의 강》에서 작가가 요구하는 것은 한 작가가 형상화한 문학 세계에 대해 그것이 마련되기까지의, 그리고 종래에는 그의 문학의 가장 근원적인 동기 혹은 심상으로 파들어가는 것이고, 반면 《유년의 뜰》에서는 주인공들의 성장하는 삶의 모습 또는 부챗살처럼 펼쳐진 여러 세대의 삶의 파노라마를 한눈에 보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의 소설들을 최초의 것으로부터 최근의 것에 이르기까지 그다운 한결 같음을 폭넓게 깔고 있으면서도 두 소설집 사이에 상당한 양상의 차이를 드러낸다. 다시 말하면 시적이고 이미지를 동원한 은밀한 문체, 삶에 대한 비극적 비전이 여전히 지적될 수 있지만, 첫 번째 창작집의 강한 모티브로 사용되는 비정상적인 성 관계와 태아의 죽음이 두 번째 창작집에서는 조용히 사라지고 대신에 아이를 기르고 남편과 더불어 사는 정상적인 가족관계가 자리잡는다. 이러한 변화가 작가 자신의 생애에서 말미암은 것인지 그의 상상력의 자연스런 성숙에서 비롯된 것인지 분명치 않지만, 그 어느 하나 또는 둘 다에서 빚어진 것이건간에 그의 소설사에 중요한 분기를 이루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작가의 이 미묘한 변화를 발견함으로써 그의 문학이 품고 있는 삶 혹은 존재의 진상에 대한 그의 인식을 밝히고 그 의미를 두텁게 하려는 것이 이 글의 의도이다. 그러나 존재의 진상에 대한 작가적 비전을 밝힌다는 것은 특히 오정희의 경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그가 존재 혹은 세계를 이미지로 표상하거나 형상화할 따름이지 거기에 어떤 설명이나 해석을 덧붙이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소설들은 우선 줄거리의 해석에서의 차질부터 야기할 정도이다. 그 몇 가지 예를 살핀다는 것은 오정희 소설의 이해에 중요한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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