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고통의 축제』- 바람 속에 추는 춤, 춤 속에 부는 바람
◉ 춤
◉ 바람
◉ 별
◉ 거지
2.『나는 별아저씨』 - 천상에서 내려와 지상에서 낮게 날기
◉ 1970년대, 현실을 보다.
◉ 자연과 인간의 합일
◉ 의의
3.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안과 바깥의 거리 메우기
◉ 세 번째 시집
◉ 숨결과 웃음의 시학
◉ ‘벗음’의 미학
◉ 의의
나오며
정현종의 작품과 그의 작품 활동은 이전 세대의 유산이었던 허무 의식과 실존주의로부터 벗어나는 과정과 더불어 동시대의 다른 시인들과 구별되는 정현종 자신의 독특한 길을 보여준다. 그는 서정주의 여성적 서정, 김수영의 현실 비판, 김춘수의 내면 탐구의 길과는 그 행로를 달리하며 역사와 사회에 대한 폭넓은 성찰 대신에 저항의 제스처로 떨어져 버린, 자아와 세계 사이의 긴장을 잃고 일상적 세계 내에 평안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들에 대한 무반성적 묘사로 떨어져 버린 지점을 극복하고자 한다. 주체와 대상(세계)와의 대면의 형식에서 지향의 형식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말을 비틀고 이미지를 중첩시켜 일상적인 세계에 길든 의식을 일깨우는 그 길에는 약동하는 생(生)이 있고 억압과의 싸움이 있다.
정현종의 세 작품집『고통의 축제』, 『나는 별아저씨』,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을 중심으로 그가 걸어온 그 자유의 길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
1.『고통의 축제』- 바람 속에 추는 춤, 춤 속에 부는 바람
정현종의 시 속에서 그는, 그의 시어들은, 그 시어의 대상들은 걷고, 뛰고, 춤추고, 날아오른다. 먼저『고통의 축제』를 중심으로 그 약동하는 모습들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
「독무」에는 육체(몸)의 언어, 약동하는 언어 체계를 이루며 숨을 쉬고 있다. 생각하는 주체로서, 시적 화자의 몸의 일부분인 ꡐ내 귀ꡑ는 화자 전체를 가리키고, 심술궂고 무서운, 귀쪽으로 가늘게 좁혀진 눈의 구석인 망자들의 ꡐ눈초리ꡑ 그리고 이를 가리기 위해 운행하는ꡐ손ꡑ.ꡐ건장ꡑ하고ꡐ거듭 동냥 떠나ꡑ는 등 언어화된 몸이, 육체가 드러난다. 넘어지고 ꡐ종골 뼈ꡑ가 ꡐ부은 발ꡑ을 하고 또 걸어가고, 한동안 일어섰다 기리 눕고 틈틈이 마주잡는 몸의 언어들은 이어진다. 떠나려는, 마중 가는, 출렁거리며 가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ꡐ율동ꡑ, ꡐ웃음ꡑ, ꡐ비틀거림ꡑ, ꡐ딴딴한 발정ꡑ. ꡐ살ꡑ은 원앙금을 덮으며, ꡐ생동인 불칼을 쥐고ꡑ, ꡐ손 사이에 끼이고ꡑ, 놀고 있다.
이처럼 정현종의「독무」에는 육체(몸)의 언어, 행동의 언어 체계가 숨쉬고 있다. 언어가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 춤
춤에 대한 정현종의 남다른 애정의 동인을 우리는 그의 경험으로부터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때 중앙극장에서「로열 발레」라는 영화가 상영됐는데「수정 옹딘느」니 「불새」와 같은 유명한 고전 무용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영화였어요. 그때 그 춤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전무후무한 정화를 체험했는데, 문자 그대로 전율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성적 억압과 거기서 연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육체에 대한 경멸로부터 일시에 벗어난 거예요. 비로소 육체의 아름다움에 눈떴고 육체의 빛을 본 것이지요. 요컨대 최초의ꡐ육체의 발견ꡑ이었습니다. - 김승희와의 대담, 「죽음이 없는 리듬의 불」
성적인 호기심과 이를 금기시하는 종교적 원리에 대한 강박관념, 즉 정현종의 육체에 대한 혐오와 그 무거움은 ꡐ춤ꡑ과의 만남을 계기로 ꡐ감격적으로ꡑ 벗어나게 된다. 춤이라는 예술의 원천이 되는 몸, 육체를 발견하게 되고 시인은 그것에 애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율동의 방법만을 생각하는 때,
생각은 없고 움직임이 온통
춤의 풍미(風味)에 몰입하는
영혼은 밝은 색채이며 대공(大空)일 때! - 「독무」
김병익, 김현 『鄭玄宗』 , 도서출판 은애, 1979
정현종,『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문학과 지성사, 1984
정현종, 『거지와 광인』, 나남출판사, 1985
정현종, 『고통의 축제』, 민음사, 1995
정현종, 『정현종 시전집 1,2』, 문학과 지성사, 1999
이영섭 외 19인,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 문학동네, 1999
이광호 엮음, 『정현종 깊이 읽기』, 문학과 지성사, 1999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