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 소비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
이 세상에 불행해지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현대인의 행복은 어떻게 가능한가? 소비가 그 방법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이미 소비가 행복 추구에 있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베블렌이 주장했던 과시적 소비론도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과시를 통해 행복의 감정을 느끼려는 인간의 욕망이다. 행복을 위한 소비, 소비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충분한 자본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맑스가 추구했던 이상향도 모든 인류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오전에는 양을 몰고, 오후에는 가족과 함께 독서를 하고, 밤에는 달을 보며 강가에서 낚시를 즐기는 삶. 하지만 오늘날 그 누구도 맑스의 이상향을 믿지 않는다.
근대 자본주의도 인간이 행복에 대한 욕구를 침해받게 되면 얼마든지 자본가를 폭력적으로 위협할 수 있음을 깨닫고 자본주의도 자기 생존을 위한 변화를 겪는다. 복지사회로의 전환. 절대적 생활수준의 동질화. 그것이 20세기의 유럽과 미국을 지배했다. 오너 드라이버(owner driver)라는 용어가 일상화되었고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생활양식을 가지게 되었다. 비슷한 생활양식 속에서 사람들은 소비로써 자신을 드러낸다. 우리가 입는 옷, 저녁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 몰고 다니는 자동차. 이 모든 것들은 나를 구성한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명제는 이제 나는 소비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현대의 소비는 재화나 용역의 소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단순히 개인적 욕구 충족 이상의 무엇이 존재한다. 그것은 이데올로기가 될 수도 있고 허위의식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행위와 구조와의 관계 속에서 현대 자본주의의 소비의 의미는 무엇인지, 보드리야르의 관점을 중심으로 소비의 본질과 사회적 의미를 알아보고자 한다.
Ⅱ. 본론
1. 소비욕구의 본질
소비는 욕구충족의 과정이라는 명제에 대한 비판이 소비사회의 실체를 알아보는데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욕구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해서 우리는 주로 그 답을 경제학에 의존해 왔다. 소비는 기본적으로 경제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떻게 말하는가? 경제학자들은 욕구를 효용이라 본다. 재화의 효용을 향유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그 욕망은 사물 지향적인 특징을 지닌다. 사물이 갖고 있는 사용가치를 누리고자 하는 데에서 욕구가 발생한다고 본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의 설명은 욕구가 어떻게 조건지워지는가에 대한 논의가 결여되어 있다.
예를 들어 작년 강남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외제차 판매 1위를 기록하였던 도요타 자동차의 렉서스의 경우 고급 모델은 1억원을 호가한다. 반면에 GM대우의 소형차 마티즈의 경우는 일반형이 6백만원 정도로서 렉서스가 약 15배 이상 비싸다. 하지만 렉서스나 마티즈의 경우 이동 수단으로서 동일한 사용가치를 지니며, 다만 렉서스가 차체의 크기, 편안함, 안정성에서 마티즈를 앞선다 점에서 추가적인 효용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구입비용에서 보여주는 엄청난 가격 차이를 설명해 주기에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사회학자들은 욕구를 사회 문화적인 성격으로 간주한다. 욕구는 사회적, 역사적으로 규정된 거대한 문화모델을 따른다. 같은 문화모델을 따르는 동일 문화권이라 하더라도 끊임없는 타인과의 경쟁을 통해서 욕구라는 것이 발현되며 그 과정 속에서 사회의 통제와 그 순응 정도도 소비 욕구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이동 수단으로써 100년 전에 사용했던 마차는 오늘날 사람들의 욕구의 대상이 아니다. 마차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이동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사람들은 자동차를 갖기 원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자동차에 동일한 욕구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나 배기량에 따라서 서로 나은 차종을 소유하기 위해서 경쟁하면서 욕구의 정도는 차별화된다. 요컨대 욕구는 사회적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자본주의 대량생산 체계는 상품의 양적 팽창뿐만 아니라 상품의 질적 발전을 가져 왔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평균적인 소득수준을 끌어올려 상품에 대한 유효수요를 증가시켰다. 이러한 물질적 풍요는 필요에 의한 소비가 즐김을 위한 소비로 전환되는 기반이 되었다. 소비 사회에서 상품은 기본적인 물질적 욕구를 넘어서 이미지와 상징, 개성과 자유, 쾌락과 환상으로 포장되어 있다. 소비를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제품의 사용가치 자체보다는 그 제품이 부여하는 이미지를 통한 상상적인 쾌락이다.
2. 기호(記號)의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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