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서평
서평
근래 2~3년 사이에 유비쿼터스 (Ubiquitous)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는 사용자가 네트워크나 컴퓨터를 의식하지 않고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을 말하는 21C의 신조어이다. 그런데 요즘 이에 더 나아가 유비 노마드(Ubi-Nomad)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유비쿼터스 환경에서의 유목민(Nomad)을 뜻하는 개념이다. 유비 노마드족은 텔레매틱스(Telematics)가 장착된 자동차로 처음 방문하는 지역에서도 가고 싶은 곳을 지름길로 척척 찾아간다. 물건을 고르기만 하면 결제는 자동적으로 끝난다. 무선전파식별(FRID)이 내장된 휴대폰으로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버스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체크할 수도 있고 TV 시청도 할 수 있다. 평소 출근하듯 집을 나섰다가도 휴대폰으로 집안 가스밸브를 걸어 잠그고 무작정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또한 먼 여행지에서 친구에게 ‘나의 위치’를 손쉽게 알려줄 수 있다. 이러한 유비-노마드족은 바쁘게 활동하면서도 빠르고 간편하고 자유롭고 쾌적한 삶을 즐긴다. 그런데 이러한 21C 노마드족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환경에 기인해 자연스럽게 나타난 것인데 비해, 18C 조선후기 경직된 유교사회에서 자유로운 영혼의 정신적 유목을 했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연암 박지원이다.
조선 후기에 활동했던 지식인인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의 를 일반인들이 접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연암 박지원의 글에 대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단편적인 사실들은 『양반전』, 『호질』 같은 다분히 개혁적인 한문소설을 썼다는 것, 한 때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적이 있던 「일야구도하기」는 너무 어려운 내용이었다는 정도이다. 그러나 우리는 『호질』, 「일야구도하기」같은 작품이 바로 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더 나아가의 ‘열하’가 무엇을 뜻하는 단어인지 조차 모른다는 것 등이 바로 연암 박지원의 에의 다가섬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 중의 하나인 것이다. 물론 그 중 일부 기록이나 작품들은 이미 교과서에 소개되어 작품의 존재나 내용도 익숙한 것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한문으로 표기된 원전(原典)은 물론, 번역본조차도 손에 잡게 되면 우선 그 방대한 분량에 주눅이 들기 쉽다. 여전히 라는 텍스트는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금번 읽은 고미숙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그린비, 2003)은 200년 전의 연암 박지원의 를 현시대의 모습에서 재해석함으로써 우리들로 하여금 연암 박지원이 추구했던 삶의 모습과 그의 사상이 녹아있는 를 우리들에게 자세하고, 쉽게 해설하여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은 의 내용이 그대로 실려 있을 줄 알았으나, 주요부분을 발췌하여 쉽게 해설해 주는 일종의 가이드 북이었다.
이 책은 서울 대학로에 자리 잡은 학문 연구자들의 공동체 “수유연구실+연구공간 ‘너머’”의 멤버들이 출판사 그린비와 함께 기획한 ‘리라이팅 클래식’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리라이팅 클래식(re-writing classic)시리즈는 고전에 대한 저자와 원저자의 대화라고 한다. 재료를 바탕으로 젊은 필자들의 시각으로 다시 한번 재구성해 놓은 것으로 참신하고 의미 있는 기획이다. ‘고전을 지금 이곳의 시점에서 새로 쓴다’는 뜻을 품고 고전들에 대한 그들 나름의 연구를 통해 그들의 시각으로 다시 쓰고 있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책으로 연암 박지원의 를 선정했다
는 중국을 다녀온 여행기이다. 동시대의 다른 저작들은 ‘연행록(燕行錄)’이나 ‘연행기(燕行記)’ 등과 같이, 당시 중국 수도인 ‘연경(지금의 북경)을 다녀온 기록’이라는 의미의 제목을 붙이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이 책에는 특이하게도 라는 다소 이색적인 명칭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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