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 관람기
연극 의 제목을 듣자마자 소설 을 연극으로 옮긴다는 것이 의아했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진행되는 이 소설에는 연극으로 만들 만한 ‘사건’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설은 주인공의 세계와 상대의 세계의 충돌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통해 극을 진행하는 연극의 특성과 정반대의 지점에 서있다 해도 될 만한 작품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연극을 보기 전 이 소설을 어떻게 극화 시켰을지 기대 반 두려움 반의 궁금증을 가지고 관람을 시작했다.
연극은 흥미로웠다. 여기서 흥미롭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 처음에는 한편의 잘 만들어진 라이브 비디오 북을 보는 듯 한 기분이었다. 경성을 배경으로 젊은 소설가의 하루 일상을 다양한 문자 이미지로 그려낸 소설을 연극으로 그려낸 잘 만든 비디오북.
연극의 시작은 소설가 박태원이 소설을 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재밌는 것은 박태원과 구보는 같은 인물이지만 동일 배우가 연기 하는 것이 아니라 두 배우가 연기한다는 점이었다. 그 후 원작에 등장하는 구보와 구보의 어머니는 연극에서 원작의 문장을 대사화해서 주고받는다. 문장의 콤마와 피어리드까지 동일하게 말이다. 내용이 소설과 같이 의식의 흐름으로 진행되니 아예 소설처럼 느껴지게 의도한 듯 보였다. 두 배우의 호흡은 뛰어났다. 그러나 내용을 빠르게 전달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분명 관객에게 호불호가 갈릴만한 연출이었다.
가장 돋보였던 점은 영상기술의 활용이었다. 다른 영역의 연출기법을 적극 활용해 무대배경이 아닌 무대 중앙의 이동식 막을 통해 투사되는 것은 매우 아름다웠다. 더 좋았던 것은 이것이 단순이 화려한 기술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극의 내용과 연관이 있었다는 것이다. 3D영화는 70년대부터 있었지만 아바타가 3D영화의 판도를 바꿀 수 있었던 이유는 아바타가 특수효과에만 머물러 관객을 깜짝 놀래만한 영상을 의도적으로 집어넣은, 즉 기술이 내러티브를 압도해버리는 다른 영화와 달리 3D효과가 내러티브를 풍부하게 하는 것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에서 영상기술은 주인공 구보의 동선이 한정된 장소에만 머물지를 않아 공간제약이 많은 것이 불가능한 연극에서 공간을 효과적으로 이동시키고자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더 나아가 찰리채플린의 영상 등을 삽입해 관객에게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거나 영화자막처럼 인물의 배경에 대한 활자 이미지도 등장하는 파격을 보여준다. 영상이미지에 익숙한 젊은 관객에게는 몰입이 어려운 내용의 연극을 좀 더 친숙하게 이해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활용이었다.
연극은 2시간 동안 구보가 느끼는 외로움, 고독, 죄책감과 같은 감정 등을 함축적으로 담아낸다. 개화기 때의 이야기이지만 현재인의 심리와 만나는 부분이 있어 관객들이 내용에 공감 할 수 있지만 이것은 원작의 힘에 있다. 캐논의 현태인 두 세계관의 충돌을 그린 연극이 아닌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연극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소설 속에서 언급된 음악을 영상과 음악, 음향으로 재현하려는 시도는 독특했지만 그것은 소설을 극화하는데 있어 기본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는 극화하기 힘들다는 소설문체를 영상이나 음향 같은 기술적 요소와 접목시켜 새로운 연극을 시도했으며, 몰입 극이 아닌 소설처럼 의도된 몰입방해로 소설과 같은 성찰을 주려 한 것과 동일한 말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몰입 극에 익숙한 관객에게 이와 같은 시도가 의도대로 전달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소설의 이미지화는 독자의 머릿속에서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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