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작가 탐방 보고서
-신경숙 「부석사」
2009년 4월 11일, 신촌의 거리는 더웠다. 우리는 제 1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너와 나의 이야기’라는 부대행사에서 신경숙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이 행사는 최근 50만부 이상 판매된 『엄마를 부탁해』를 중심으로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이었다. 작가와의 대담 중간에 책으로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북밴(book band의 약자)’의 공연도 더해졌다. 그녀가 『엄마를 부탁해』의 에필로그를 낭독해 주기도 했는데 이를 듣던 많은 청중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작가 신경숙을, 혹은 그녀의 작품을 모르는 사람도 그 순간만큼은 소설을 모두 자기 이야기인 냥 듣고 있었다.
미리 인터뷰 약속을 잡고 간 만남이었지만, 우리는 행사가 끝난 후에도 그녀를 한참동안 기다렸다. 만남이 지연될수록 우리는 그녀가 더욱 궁금해졌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 전에, 글 쓰는 사람 혹은 여자로서 그녀는 어떠한 사람일까? 오랜 기다림 끝에 우리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열렸던 아트리온 영화관 9층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카페테라스에 앉아있던 그녀는 우리를 보자마자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다.
Q.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먼저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저희는 ○○ 대학교 문예창작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소설 창작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입니다. 최학 선생님의 수업 내용 중, 직접 문인을 찾아뵙고 그 분의 작품을 통해 창작 기법을 배우는 과제가 있습니다. 저희가 신경숙 선생님께 인터뷰할 내용은 제 25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에 대한 것입니다.
Q. 가 기행소설의 새로운 방향점이 되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기행소설의 대부분은 목적지에 도착하여 깨달음을 얻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는 결국 부석사를 찾지 못하고 다른 공간(낭떠러지)에서 그 여행을 매듭짓기에 굉장히 새롭습니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이 소설은 기행소설이기보다는 ‘길 위에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부석사’라는 도착 지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길을 통해서 외부를 보고자 하는 시선을 중점으로 두었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항상 밖의 풍경이 개입되곤 합니다. 저는 이에 한 공간에서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미세하게 따라가 보고자 했습니다. 이들에게는 서로의 틈이 존재합니다. 마치 부석사에 있는 돌처럼 말이죠. 인간관계에 있어서 이 틈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완벽하게 하나가 되지 못함으로써 가능한 소통을 ‘부석사를 찾아가는 이들’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Q. 부석사 이야기와 관련하여 질문 드리겠습니다. 여자는 자신과 남자가 ‘뜬 돌’, 부석처럼 느껴진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 진술이 소설의 결론에 해당하는 메타포가 아닌가 싶습니다. 부석의 사이는 여자와 남자가 서로 좀처럼 맞닿지 못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고, 각자가 세상과 유리되어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이 외에 여러 해석이 분분한데, 부석에 대한 어떤 해석이 선생님의 집필 의도와 가장 근접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A. 작가로서 다양한 해석은 반길만한 일입니다. (웃음) 일단, 여자와 남자는 연인도 아니면서 같이 여행을 떠납니다.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통해 두 남녀가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짐작은 가능케 하지만, 사실 두 사람은 같이 있는 내내 서로보다는 예전 연인을 더 많이 떠올립니다. 이것은 서로 맞닿지 못하는 부석과 닮아있습니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이를 통해 그 인간만이 가지는 고유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서로의 고유성은 그 틈을 만들어 내고, 이 틈을 서로 존중해줘야 한다는 점입니다. 소통은 ‘완벽하게 하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생각해요.
Q. 아. 그렇군요. ‘부석사’를 향한 길과 연관하여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정확하게 길을 안내해주는 오늘날, 저는 가끔 길을 잃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가보지 않은 낯선 곳으로 향하는 여행이라……, 생각만 해도 짜릿합니다. 많은 작가 분들이 집필 전 타지로 여행을 떠나곤 하시는데요. 작가님은 글쓰기 영감을 얻기 위해서 여행을 즐기시는 편인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부석사를 쓰기 전, 실제로 영주에 있는 부석사에 가보셨으리라 예상되는데, 맞는지요? 맞는다면, 사전조사를 어떻게 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를 쓰기 전까지 부석사에 4번 정도 가봤습니다. 갈 때마다 계절이 달라서 부석사의 모습이 다르게 보이는 게 나를 자극했어요. 혹시 가본 적들이 있나요?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는 부석사는 무척 고요합니다. 그런 풍경 속에서 마음이 비워지면서 자연스레 영감이 충만해지지요. 그리곤 새로운 생각들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는 그런 생각들이 모여 쓰여진 소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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