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중의 종교사상
Ⅰ. 서론
고소설은 언제 어떻게 비롯되었는가. 그리고 그 효시가 되는 작품은 무엇인가. 이와 같은 문제는 고소설 개념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 즉 무엇을 고소설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그 효시작과 시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미 아는 바와 같이 고소설은 현대 소설과 같이 일정한 작가에 의한 창작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소설은 작자를 알 수 없거나, 또는 일정한 작가가 없이 오랜 세월에 걸쳐 다수의 집단층에 의하여 자연적인 형성을 통하여 누적적으로 이루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고소설의 배경으로서 사상 문제를 논의함은 곧 내용에 대한 고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내용이야말로 주제를 결정짓는 요인이다. 그러므로 사상은 주제의 배경이 되고 주제는 사상의 핵심이 된다. 사상에는 정치 사상, 사회 사상, 경제 사상 등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으나, 이러한 사상은 모두 종교 사상에 바탕을 두고 형성될 수 있는 것이므로 여기에서는 김만중의《사씨남정기》라는 작품을 통해 이것의 배경이 된 종교 사상을 중심으로 고소설의 사상을 다루고자 한다. 우리 선조들이 살아온 정신 생활의 참 모습은 오직 종교 사상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 이러한 고찰을 통해 종교가 인간 정신면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를 알 수 있겠다.
인간이란 본래 종교적인 동물이라고 한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는 다른 우위적 입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靈的인 생활을 사유하는 독보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곧 인류의 정신사는 종교적인 신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우리 선조들의 생활과 이상으로 표현되는 문학에 이르러서는 그러한 요소들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없다.
일찍부터 한국인에게 있어서는 儒, 佛, 道(仙), 巫의 사상이 병존하면서 한민족의 생활을 지배하여 왔다.
이러한 정신의 바탕은 시가와 소설에도 잘 반영되어 있으니, 조선 초에 이르러 설화가 작가의 의도적인 창작 행위로 바뀌면서 나타난 한국의 고소설에도 유교 사상, 불교 사상, 도교 사상 및 무격 사상이 전반적으로 작품내용의 배경이 되고 있음을 주지할 수 있다. 사씨남정기의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을 보면 그 배경을 이루는 사상이 어느 한 쪽에 치우쳐 나타나기보다는 적어도 두세 가지의 사상들이 혼용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유교 사상을 배경삼은 소설이라느니 불교 사상에 입각한 소설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왜냐하면 이러한 유불도 등의 사상들은 우리 한국인에 있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수용되어 우리 선조들의 의식세계에 깊이 뿌리를 박고 존재하여 왔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 불, 선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작품 속에 섞여 있다고 해서 작자가 반드시 그 여러 사상들을 똑같이 신봉했다거나 작가로서의 주관이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러한 사상들이 이미 우리의 체질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시대의 사조나 작가의 취향에 따라서 傾倒되어 있을 수 있게 마련이다. 흔히 유교를 으뜸가는 사상으로 내세우면서도 불교나 도교를 내면으로 깊이 신봉한 작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선조에 이르러 형성된 우리의 고소설은 조선이 유교 立國이라는 조선사회의 사조를 감안할 때 유교적 입장이 강화되고 있고 유교적 사상을 근본으로 작품에 반영시키려는 의도가 강한 반면, 유교의 현실주의가 드러내는 모순이나 한계를 불교나 도교로서 극복하려는 이면을 찾아볼 수 있다.
조선조 소설 가운데 특히 미묘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무격 사상이 아닌가 한다. 무격 사상은 표면에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한다면 네 가지 사상 가운데 가장 약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조선시대에 있어서의 무격은 道, 佛보다도 한층 대우를 못 받는 위치에 있었지마는, 그 이면에 있어서는 사람들의 사고 방식이나 행동을 좌우하는 힘으로 상당히 크게 작용하고 있었던 듯하다.
불교나 유교 사상을 표방하는 작품에 있어서도 무격적 요소가 간간이 삽입되어 있는 것은 유교나 불교, 도교가 수용되는 과정에서 무격적 사고의 영향을 크게 입고 있었다는 것을 말하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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