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어학 영화 밀양의 서사전환 전략에 관한 소고
1. 서론
소설과 영화는 서사예술로서 동질성을 갖고 있으며 상호텍스트성 아래 발전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소설은 기법 면에서 영상화된 방식의 글쓰기를 추구하는 시도를 계속해 왔고, 영화는 소설에서 소중한 자양분을 얻으며 문학적인 허구를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이에 따라 수많은 이야기들이 문자에서 영상으로 옮겨졌으며 기호 체계로서 소설의 세계는 보다 다채로운 영상의 세계로 확장 가능하게 되었다.
소설의 영상화를 위해서는 문자 매체인 소설을 영상 매체인 영화의 특성에 맞춰서 재구성하는 작업이 요구되는데, 이때 서사적 전환(Adaptation)이 이루어지게 된다. 여기서 ‘전환’이란 동일한 스토리를 문자에서 영상으로, 매체만을 달리해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문학이라는 문자의 추상적 세계를 영상의 구상 세계로 옮겨 놓는 일이며 따라서 새로운 텍스트의 구축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청준 원작의 ‘벌레이야기’를 영화 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창동 감독은 어떤 전략으로 새로운 텍스트를 구축했을까? 원작의 언어모티프들을 어떻게 영상모티프로 변환시키고 확장시켰는지 두 작품의 비교를 통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2. 캐릭터의 창조와 변용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 은 소설 속에서 평면적이었던 ‘알암 엄마’의 캐릭터를 복합적이고 다중적인 ‘신애’의 캐릭터로 전환시킨다. 소설의 전통적 방식인 서술에 의한 묘사가 아니라 ‘재현’으로써 신애라는 한 여자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보다 입체적이고 문제적인 캐릭터가 필요했던 것이다. 따라서 감독은 신애를 ‘불행한 과부’로 설정함으로써 그녀에게 내재된 불행을 한층 강화 시키며 속물적 허세의 캐릭터를 부여함으로써 입체성을 갖게 한다. 이 입체성으로 인해 인물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사건을 만들어내며 스토리를 전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신애의 속물적 허세(좋은 땅을 알아봐 달라는 허세)가 결국 아들의 죽음을 부른다는 설정은 결국 캐릭터의 강화를 통해 얻어낼 수 있었던 계산된 장치이며 감독의 주제 의식을 돕는 의미 고리의 역할을 한다.
소설 속에서 ‘알암이’가 장애를 가진 아이로 설정되었다면, 영화 속 ‘준’은 정상적이고 평범한 아이로 그려진다. 장애보다는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결핍과 소극성을 ‘준’에게 부여함으로써 보다 현실적인 캐릭터로 감정이입이 가능하게 한 것이다.
또한 영화 속에서 감독은 소설에 없던 새로운 등장인물들을 포진시킨다. 신애를 지켜주는 종찬과 준을 죽인 웅변학원 원장, 원장의 딸, 옷가게 주인, 약사 부부, 신애의 남동생, 교회 사람들이 그들이다. 이들의 등장으로 영화는 특유의 영화적 공간을 형성하게 되며, 소시민의 군상들이 빚어내는 다양한 상황들로 인해 영화적 재미와 리얼리티를 더하게 된다
3. 셔레이드를 통한 내면의 외면화
원작소설은 화자인 ‘나’를 통한 1인칭 회상 형식의 관찰자 시점으로 진행된데 반해 영화는 매체의 특성 상 3인칭 객관적 시점을 유지하게 되며 이런 시점의 변화는 서사적 전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 서술자의 존재를 대신할 다양한 기법들이 필요해 지는 대목이다.
서술을 주 모드로 이야기하는 소설이 재현 매체인 영화로 전환될 때, 영화에 부재하는 서술자, 시간성, 내면 묘사 등은 필연적으로 변형을 야기한다. 다시 말해 문학 기호의 가치에 상응하는 영화 기호를 모색해서 대체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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