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정체성 재일한인문학
목차
1.가족관
2.정체성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1968- )의 『가족시네마』,『비와 꿈뒤에』는 과제 때문에 만나게 된 책이지만, 한 사람의 가족 구성원으로서 또한 몇 년 뒤에는 가정을 꾸려가게 될 나에게는 의미 있는 책으로 여하튼 두 번 씩 읽게 된 책이다.
저자는 일본에서 태어난 교포로서 부모의 별거로 10대 초반부터 분가해 생활하기 시작하였고 잦은 자살미수로 여러 차례 정학 처분을 받아오다가 급기야 고등학교 1학년 때 퇴학당하고 2년여의 칩거생활 중에 작가로서의 거름이 될 동서양의 고전을 섭렵하였다.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면 불우하고 정상적이지 않은 학창시절을 보낸 셈이지만 어찌해볼 수도 없는 제도권 교육을 받고 있는 적지 않은 미래의 예술인들에겐 어쩌면 부러울(?) 수도 있는 ‘탈피’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녀에게 이러한 성장과정이 있었기에 오늘날 유능한 작가로 존재할 수 있다는 인생의 인과법칙 같은 것도 생각하게 되었다.
뿔뿔이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영화촬영을 위해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인 『가족시네마』, 작가 스스로가 가족붕괴를 체험한 바탕 위에 쓰인 것이기에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1. 가족관
‘개는 오른쪽 다리를 올려놓았을 분, 조금도 마음을 허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무슨 수를 써서든 이 개를 움직이게 하고 싶다.’(가족시네마, 고려원 pp48-49)에서는 작가가 검정색 사냥개를 빌어 자신의 마음 즉 가족에 대한 냉담함과 동시에 조금은 다가서보고도 싶은 잠재적인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자기가 머릿속으로 그린 행복한 가정의 삽화가 현실과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자 미련 없이 어머니역을 내던졌다.’(pp20-21)에서는 비현실적인 엄마에 대한 섭섭함을 그렸고, 경마와 사치에 빠진 아버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하여 순수하게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처음에는 하반신만 벗고 후카미가 요구하는 대로 포즈를 취했는데, 금방 전라(全裸)가 되는 편이 자연스럽고 부끄럽지도 않겠다는 생각에 윗도리도 벗었다.’(pp64-65)를 번역자는 자신을 물상화시키고 싶지 않다는 욕구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는데, 내게는 붕괴된 가족관계를 경험한 사람이 갖는 일종의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구절이다.
‘이걸로 너도 혼자가 된 거야, 집을 빠져 나온 거라구.’ (pp118)에서 ‘가족’에 대한 최종적인 자기의 입장을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이 작품을 발표한 나이가 서른 살이니까 시대적. 공간적 거리는 있겠지만 대략 우리 정도의 나이대가 갖게 되는 가족관과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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