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보씨의 1일 관람평
00과를 공부하는 학생으로서는 조금 창피한 일이지만,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고등학교 시절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변명을 하자면, 소설 자체가 큰 사건이나 갈등 없이 조금 지루한 면이 있어서 그 당시 잘 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소설가 구보 씨가 집을 나서 하루 동안 서울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다는 것, 친구로 ‘이상’이 나온 다는 것 정도 기억이 났다. 그래도 장소의 이동이 많다는 것 자체에서 연극적으로 어떻게 그 장소의 이동을 표현해낼 것인지, 과거의 일이나 구보의 상상이나 환상 등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가장 기대가 되었다. 또한 이번 각색희곡 과제를 하면서 이 소설이 과연 연극적으로 어떻게 각색될지 궁금했다. 특히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같은 류의 소설은 더욱 더 각색하기가 어려워, 과제에서도 아무도 선택을 안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운이 좋게도 맨 앞줄의 거의 가운데쯤의 좌석이었다. 100명 정도의 인원을 수용하는 깔끔한 극장의 느낌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연극은 앞에서 볼 때와 뒤에서 볼 때가 느낌이 다른데, 앞에서 볼 때 ‘살아있는 배우’가 더 잘 전해지기 때문에 좋은 것 같다. 연극 를 볼 때는 2층의 좌석이어서 배우의 생생한 연기와 매력을 가까이서 느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연극이 시작되고, 나는 한 편의 소설을 읽은 것 같았다. 마치 영화 와 같이, 문장 그대로를 영상으로 구현해낸 같았다. 연극의 마지막 부분에는 구보가 책을 들고 나와서 직접 읽기까지 하였다. 소설을 그대로 살린 연극답게 정말 문장 그대로를 극적언어, 대화로 사용하였다. 특히 각각의 인물들이 자신과 관련된 부분은 직접 말하는 형식이어서 한 문장을 2명이 번갈아가며 말하기도 하였다. 또한 문장을 정말 있는 그대로 옮기려는 의도였겠지만 초반에 자꾸 문장마다 “컴마(,), 컴마, 피리오드(.), 피리오드.” 하는 것이 좀 과해서 거슬렸던 것 같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새롭게 시도되는 연극에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잘 적응이 되지 않았었다.
아무래도 큰 사건이나 갈등도 없이 계속 장소를 옮겨가며 소설의 대사를 그대로 읊는 구성은, 배우들의 연기가 아무리 탁월하다고해도 큰 재미를 가져오는 데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딘가 산만하고 집중이 잘 안되고, 솔직히 말해서 좀 지루하기도 했다. 또한 이 연극은 물론 내가 잘 못 느낀 점도 있겠지만, 간간히 들어있는 웃음의 포인트도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비록 좀 영화 같은 요소들이 많아서 연극의 묘미를 떨어트리긴 했지만, 연극 자체의 시도는 좋았던 것 같다. 어떠한 하나의 방법만이 꼭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 참신한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간의 이동이나 암전 될 때, 문학사적인 일들이나 혹은 박태원의 개인적인 일들에 관한 일화나 정보들을 보여준 것이 인상 깊었다. 또한 일본 군사들의 일본어를 그대로 살리고, 이해하지 못하는 관객들을 위해 무대 윗부분에 자막으로 처리 해 놓은 것이 신기했다. 마치 정말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어떤 관습적인 연극의 모습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어서 그런지, 그저 신기한 느낌이 있을 뿐이었고, 마음 속 어딘가 ‘그래도 연극인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던 것 같다.
전체적인 연극의 느낌은 몰입이 힘들었다는 것이다. 앞에서 책을 읽어주는 것, 그 책의 내용이 뛰어나게 재미있지도 않고 뚜렷한 갈등조차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스르르 눈이 감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소설 그 자체를 정말 그대로 구현한 것이기 때문에, 연극만의 독특함이나 개성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러한 측면에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갈등구조나 공간의 이동, 인물의 성격 등 모든 요소들이 참 각색하기 어려운 소설이었던 것 같다. 물론 연출자가 소설 그대로 구현해내려는 의도는 이해했지만, 개인적으로 연극을 보기 전에 기대했던, 소설의 일부 에피소드를 따와서 연출자만의 연극을 만들어 보거나, 있는 그대로의 소설 내용을 조금 더 연극답게 각색해 보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영화 같은 요소를 과용한 것이 또 하나의 아쉬운 장면이며, 이러한 것을 놓고 보았을 때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연극보다는 영화로 개작되어 자유로운 공간의 이동, 구보의 내면 등을 보여주는 것이 더욱 재미있고 효과적일 것 같다고 느꼈다.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