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세계 속, 작은 균열의 시작
Ⅰ. 들어가며
최근 김영하의 단편 , 을 각색하여 영화로 만든 가 개봉된 바 있다. 영화는 김영하의 단편 속에 나타나는, 죽음과 섹스로 표출되는 억압된 욕망의 파괴적 모티브를 가지고 왔다. 이 외에도 는 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고 있고 다른 단편들도 출판되는 동시에 충무로에서 판권이 팔리는 등 그의 소설에 대한 영화계의 관심은 막대하다. 이처럼 그의 소설이 영화화되고 많은 관객들이 거기에 공감하리라 보는 것은 김영하의 소설 속 기호가 지금 현대인들과 가장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의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면 먼저 작가가 어떤 생을 거쳐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Ⅱ. 작가 소개
1968년 강원도 화천 출생. 1986년 연세대 경영학과 입학 1995년 거울에 대한 명상으로 2호를 통해 등단 1996년 로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수 상 1999년 당신의 나무로 현대문학상 수상 2004년 검은꽃으로 동인문학상 수상 2004년 보물선으로 황순원문학상 수상 2004년 오빠가 돌아왔다로 이산문학상 수상
유 년 기: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전국 각지를 전전하며 유년을 보냄. 그는 기억을 빨리 소거하는 재능을 습득하고 사라지는 기억을 대신하여 소설과 신문을 읽음. 주로 계몽사판 세계문학전집과 백과사전류를 탐독.
청소년기: 국민학교 6학년 때 서울 잠실로 올라와 정착하여 한강변과 아파트 숲, 종합운동장 등을 쏘다니며 청소년기를 보내었고 산울림의 음악을 닳을 때까지 반복해서 들었으며, 동갑인 소피 마르소를 흠모하여 사진을 모으는 취미를 갖고 있었다 함.
청 년 기: 86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하였고 경영학과가 대학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됨. 대신 동아리 활동에 열중하여 국악연구회라는 동아리에서 대금을 붐. 대학교 2학년 때, 같은 과 동기였던 이한열의 죽음을 목도 한 후 그 후로 서서히 맑시즘에 관심을 가졌고 두 번의 연애와 두 번의 장기가출을 저지름. 3학년 때, ROTC 후보생이 됨. 맑시스트이면서 ROTC인 모순적 상태가 한동안 지속됨. 대학교 4학년 때부터 동아리연합회 총무부장으로 활동. 89년 4월 19일, 을지로 백병원 앞 가투 현장에서 체포되었으나 ROTC 증명서를 보여 주며 거짓말로 둘러대고 풀려났고 그 해 89년, 임수경이 평양에 입북하던 여름. ROTC 전방입소훈련에 불참함으로써 제명됨.
Ⅲ. 작가론
고향의 부재
김영하의 작품은 흔히 고향이 없는 ‘탈 낭만화된 유목민의 발걸음’으로 일컬어진다. 그의 작품에는 그리움과 상실감의 대상으로서의 고향 또는, 돌아가야 할 원점이 없다. 이것은 어렸을 적 직업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잦은 이사에서부터 유래한다. 이사를 할 때마다 이전의 곳은 빨리 잊는 것이 상처를 줄이기 위한 지름길이었다고 회고한다. 급기야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연탄가스를 마신 후 그 이전의 기억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그래서 그는 가족들의 말과 몇 장의 사진으로 근거로 기억을 추출해야 했다고 한다. 이렇듯 기억이 휘발된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은 90년대의 기억이 사라진 시대를 묘사하는 데 주요한 기여를 한다. 이것은 소설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에서도 나타나는데, 작가에게 있어서 소설은 것이 아니라 것이었다고 한다. 즉 소설은 과거의 기억을 기록함으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쓰여진다는 사실 자체로 존재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소설에는 정체되어 있는 과거가 없고 지금 바로 현재만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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