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정의에 의한 정의를 위한 - 표창원, 정의의 적들, 한겨레 출판사, 출판일 2014년 02월 28일
-표창원, [정의의 적들], 한겨레 출판사, 출판일 2014년 02월 28일
나는 정의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내가 법조인이 되고 싶은 이유도 우리 사회의 정의 실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의의 적들(표창원, 한겨레 출판)’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고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선택한 내가 가장 먼저 시도했던 것은 책의 겉표지를 살피는 것이었다. 단순히 제목만 보고 책을 선택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색다른 느낌이 나에게 다가왔다. 표지는 양복을 입은 남자가 밧줄에 꽁꽁 묶여 있는 모습 이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정의에 어긋난 사람들의 최후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정말 인상적이었다.
나는 항상 정의로운 세상을 꿈꿔왔다. 그래서 뉴스나 신문기사를 볼 때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들이나 자신의 죄에 걸맞지 않은 판결을 사람들을 보면 항상 “정의는 살아 있으니까 반드시 찾아 올 거야.” 라고 생각을 해 왔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 책의 부제인 “정의는 때로 천천히, 하지만 반드시 온다.” 라는 말이 가장 먼저 내 눈에 띄었던 것 같다.
책을 살펴보면서 갑자기 이런 책을 쓰는 저자는 과연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본 이 책을 쓴 저자는 나처럼 정의를 좋아하고 또 정의로운 사회를 바라고 있을 것 같다. 제목도 그렇고 각 사건마다 붙어있는 소제목에도 정의라는 말이 많이 쓰였기 때문이다. 또 저자는 왠지 약자의 편에서 강자에게 맞설 수 있는 사람일 것 같다. 그리고 과거에도 현재에도 여전히 변함없이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고 그들을 향해 비판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을 것 같다.
이 책은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우리나라의 권력을 남용하는 부패한 정치인들이나 사람이라면 도저히 저지를 수 없을법한 범죄를 일으킨 범죄자들을 향해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나는 지금부터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몇 가지의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가짜범인 이라고?
정원섭씨 사건은 7번방의 선물이라는 영화를 누구보다 재미있고 진지하게 그리고 감명 깊게 보아서 더욱 기억에 남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죄 없는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서 결국에는 사형에 처하게 만든 내용이 담겨있는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실제 모티브가 된 정원섭씨 사건은 도저히 실화라고는 믿고 싶지가 않을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이 사건은 춘천 경찰서 역전 파출소장의 초등학교 2학년 딸이 싸늘하게 식은 나체로 발견이 되면서 화제가 된 사건이다. 그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사건 수사에 진전이 없자 매우 화를 내며 ‘열흘 안에 범인을 잡으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열흘 안에 잡힌 범인은 아이가 평소에 자주 찾던 만홧가게 주인인 정원섭씨였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아이는 ‘만홧가게에 들러 TV를 보고 가겠다.’며 친구들과 헤어졌고 정원섭씨가 만홧가게에 들른 아이에게 “오늘 우리 집 텔레비전이 잘 안 나오니 다른 가게에 가서 함께 보자”라며 아이를 이끌고 측후소 뒤 농로까지 가게 됐다는 것이다. 정원섭씨는 아이를 강간한 뒤 뒷일이 두려워 목을 졸라 살해하고 옷을 다 벗긴 뒤 도주했다. 문제는 정원섭씨가 평소 만홧가게를 찾는 아이들에게 수시로 성추행을 했고, 사건 당일 피해 어린이를 데리고 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한 만홧가게 종업원들이었다. 그리고 경찰은 정원섭씨의 아들을 데려가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연필을 들고 “이것이 네 연필이냐”라고 물었다. 아들은 자신의 연필을 보고 당연히 자신의 것이라고 말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이것은 유일한 물증이 되었다. 결국 정원섭씨는 만홧가게 종업원들과 변할 수 없는 진술과 물증으로 자백 아닌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법정에서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번복되었다가 검사가 윽박지르자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고, 정원섭씨가 경찰과 검찰의 고문에 의한 거짓자백임을 주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의문점을 가졌다. 정원섭씨가 거짓자백을 주장한 것도 그렇지만 진술번복이라는 것은 결국에는 진술자들의 말에는 어딘가 모순이 있고 그들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고// 그런 일이 단순히 검사의 윽박지름으로 원래대로 돌아갈 일이 아닐 텐데 그 부분에 대해서 당연히 의문을 가지지 않는 것이 수상했다. 하지만 결국 나의 생각과 달리 법원은 정원섭씨에게 유죄판결과 함께 무기징역이라는 엄청난 형벌을 선고했다.
정원섭씨는 누구보다 모범적인 수감생활을 했고 다행히도 모범수로 선정돼 대통령 특별사면 명단에 올라 징역 15년으로 감형이 되었다. 자신의 억울함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그는 서울고등법원에 자신에게 내려진 유죄판결은 잘못되었다며 재심청구서를 두 번 제출했다. 그런데 법원은 두 번 다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정원섭씨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당시 노무현 대통령 정권이 실시했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에 다가갔다. 그 결과 당시 경찰관들에게서 고문방식이 실제 수사 과정에 사용되었다는 사실과 만홧가게 종업원들로부터 자신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국과수에서는 범인이 정원섭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사건에 의문점을 가지고 있던 내가 인터넷에 검색 해 본 결과 실제로 경찰이 사건 현장에 있던 노란색 연필을 정원섭씨의 아들의 연필인 하늘색 연필로 바꿨다는 내용을 보았다. 나는 이 부분들을 보면서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죄 없는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울 수가 있을까? 단순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죄 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살게 할 수가 있다는 게 정말 끔찍했다. 정원섭씨에게는 39년 만에 다행히도 최종확정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후에 정원섭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정은 26억 3752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나는 이 금액이 39년 동안 죄인으로 살았던 정원섭씨의 시간에 비하면 너무 작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나간 시간은 절대로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데 그 긴 세월동안 아동 성폭행 범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했던 정원섭씨와 그의 가족들에게 국가는 과연 합당한 배상을 해 준 것일까?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이 있는 것 같아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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