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환상과 심리적 현실
오늘날 문학과 현실에서 환상의 의미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현대의 판타지는 허구의 경계를 넘어 현실 공간에서 이데올로기처럼 우리를 호명하고 있다. 현대는 이데올리기 자체가 판타지로 작용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지젝에 의하면, 현대의 이데올로기는 단지 실상을 은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현실 자체를 구조화하는 환상으로서 작용한다.
그러나 환상이 여전히 모호한 그늘 속에 남아 있다. 그것은 꿈이나 환상이 우리의 시야에서 단지 눈 녹듯 사라지는 경험이기 때문일 것이다.
심리적 현실이란 무의식의 차원에서 현실과 관계하는 은밀한 삶의 영역이다. 그것은 보이진 않지만 마치 무의식처럼 정신의 수면 밑에 잠겨 있는 아주 역동적인 심층이다. 물리적 현실이 의식에 의해 재현되듯이 심리적 현실은 무의식에 의해 꿈과 환상으로 생성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물리적-심리적 현실이 의식- 무의식의 관계처럼 긴밀히 상호작용한다는 점이다. 즉 일상적 현실은 의식의 렌즈에 비쳐진 것이지만 거기에는 무의식과 심리적 현실의 은밀한 흔적이 남겨진다. 반대로 심리적 현실은 무의식이 활성화된 경험이지만 여전히 의식 보다 정확히 말하면 전의식의 통제가 얼마간 작용한다. 전의식은 의식의 전단계이지만 합리적 사고의 흐름으로 되어 있다.
과 현실 원리의 통제가 작용한다.
2. 합리적 현실의 균열과 환상
근대 이전에는 환상이 지금보다 삶의 중요한 요소였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원시인들은 심리적 현실이 실제 현실에서 실현되도록 그것을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프로이트, 이윤기 역, , 2003, 240쪽.
또한 고대인과 중세인의 경우 환상은 자기 자신의 세계관의 한 부분이었다. 그들은 순수한 무의식을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지만 신화적 세계관에 의해 구조화된 무의식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신화시대 이전의 주술 단계 사람들의 무의식에는 자연을 닮으려는 욕망이 포함되 있었다.
환상적 상상력이 퇴색하기 시작한 것은 근대의 합리적 사고가 부각되면서부터였다. 합리적 사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모두 현실의 영력에서 추방시킨다. 그러나 합리적 의식은 생각과는 달리 이른바 실재계를 모두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없었다. 즉 합리적 사고는 자연과 세계를 자신의 체계에 완전히 담을 수 없었다.
합리성은 여전히 인간이 신뢰할 수 있는 가장 필요한 기반이지만 그에 전적으로 의존할 경우 균열과 구멍이 생겨난다. 그것은 합리성이 인간의 원래의 욕망을 모두 충족시켜줄 수 는 없기 때문이다. 그 합리적 현실의 균열의 위치가 이성 대신 무의식적 욕망을 통해 세계와 교섭하는 심리적 현실의 영역이다. 심리적 현실은 일상세계에서는 수면 밑에 잠겨 있지만 일상의 규범이 비일관성을 드러내는 틈새에서는 전복적인 힘으로 활성화된다. 합리적 규범과는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는 그런 심리적 현실에 근거해 일상 현실의 균열의 틈새를 메우는 이미지들이 바로 환상이다.
그처럼 근대 이후의 환상은 합리적 현실의 균열의 위치에서 나타난다. 여기서 무의식의 동요가 증폭되어 상처와 균열을 간신히 억제하는 한계상황에 이른 것이 바로 신경증 신경증은 이처럼 상처의 기억의 요인을 무의식 속에 가둬 억압하고 있는 상태이다.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