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별곡과 서경별곡의 정서
1. 들어가는 말
고려 시대 민중들에 의해 널리 불리다가 궁중음악으로 채택된 고려가요인 청산별곡과 서경별곡은 만전춘과 함께 악장가사에 수록된 노래라는 것 외에 다른 곳에 는 전혀 언급된 바 없다. 그럼에도 가사 내용과 형태가 조선 시대의 작품과 여러 면에서 차별될 뿐 아니라 별곡체로 시적 분위기나 용어가 유사한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의 애창된 속요로 보아야 한다는 일반적인 견해이다. 본문에서는 고려시대 민중들에 의해 불리다가 궁중음악으로 채택된 청산별곡과 서경별곡의 정서에 대해 찾아보고자 한다.
2. 고려 가요의 특징
형식상 특징은 대부분이 분절 식(주로 3·3·2조, 또는 3·4·4조)으로 구성되어 있다. 리듬이 절대적으로 고정된 것은 아니지만, 서경별곡, 청산별곡에서처럼 3·3·2조의 율조가 많이 나타나고, 대체로 분절 체(分節體, 분련 체, 연장 체)이며, 후렴구 또는 조흥구가 발달되어 있으며, 순 우리말로 구전되다가 나중에 문자로 정착되었다. 어느 개인의 독창적, 창작품이라기보다는 구전(口傳)되는 동안 집단적, 민요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
내용상의 특성은 주로 향락적이며, 현세적이고, 대부분 남녀 간의 사랑, 자연에 대한 예찬, 이별의 아쉬움 등 평민들의 숨김없는 인간성을 나타낸 것이어서 소박하고 풍부한 감정과 정서를 진솔하게 표현하였고, 남녀 간의 애정을 솔직히 표현한 작품이 다수 창작 되었으나, 조선조 유학자들이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라 하여 문헌에 싣지 않았으나 그 점은 조선조 정책이 숭유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어서 그런 것이라 짐작이 되나 작품성은 인간적 매력이 넘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주제는 풍류 적이고 현세적이라는 점이 인간적이기는 하지만, 민중을 중심으로 하는 관점에서는 우호적일 수 있으나 고급 문학의 관점에서는 일정 부분 문제점이 지적될 수도 있다.
3. 청산별곡의 내용 연구
청산별곡은 은둔자의 갈등을 술로 달래며 비탄스러움을 삭이고 안주하려는 삶의 문제를 다룬 노래로 남녀의 애정문제를 주제로 한 서경별곡과 함께 고려 가사 가운데 매우 높은 수준의 작품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 청산별곡의 내용에 대한 연구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거란. 여진. 몽고족 등 외족의 침입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안으로는 이자겸의 난, 묘청의 난에 이어, 무단정치가 지속되는 혼란한 고려시대의 상황을 배경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내우외환 속에서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민중 내지 지식인의 고뇌를 그리고 있다는 내용으로 생각할 수 있다.
가요 그 자체만으로 보았을 때의 밑바탕에 흐르는 분위기와 정조는 체념의 슬픔-> 은둔 생활의 갈등-> 속세에 대한 애증과 미련 ->다시 한 번 은둔의 처소를 바다로 바꿔 보고 싶은 또 다른 충동-> 들판을 지나 현재의 도피처인 산으로 가는 도중에서 장대에 앉은 사슴의 깡깡이(조롱하는)소리를 듣지만 개의치 않고->산이건 바다건 아무 곳에서나 돗수 높은 강한 술에 끌려 살기는 어디나 마찬가지라는 노래이다.
청산별곡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속세에서 엇갈리던 일을 다 체념하고 미련 없이 떠나와 푸른 산 아름다운 경치를 벗 삼고 산에서 나는 열매를 먹으며 자연에 묻혀 새 삶을 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출발한다. 그런데 속세의 과거사를 아직도 완전히 단념치 못한다. 화자는 때때로 날아가는 새를 부추겨 함께 울고 싶을 정도로 응어리가 덜 풀린 것이다. 날아가는 모습이 물속에 비친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 떠돌아다니고 싶을 뿐 논밭갈이 따위에는 별 뜻이 없다. 그래서 어쩌다 녹이 쓴 쟁기로 논밭을 가는 산촌 생활이지만 적응이 덜 되어 아직은 엉거주춤한 자아상을 물속에 잠긴 그림자를 통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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