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최척전
17세기에 쓰인 소설이다. 제목만 들으면 최척의 이야기인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나 곡 최척 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어떤 이야기인가?
이 소설은 조선 전기의 문신인 조위한이 쓴 것이다. 기우록이라는 책의 첫머리에 쓰여 있다. 1621년에 한문으로 쓰인 이 작품은 최척이라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간적 배경은 왜적이 들끓던 조선 중기이다. 이야기는 병자호란까지 이어진다. 소설의 흐름이 처음부터 끝까지 전쟁의 참혹함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보아도 주인공의 삶이 평탄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간 또한 명 청의 중국과 조선, 일본에 이르는 정말 넓은 공간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주인공 최척은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함께 남원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얼굴과 외모가 아름다운 계집아이가 창틈으로 쪽지를 주었다. 마음이 심란하던 중, 여종 춘생이는 자신이 섬기는 낭자가 최척을 보고 싶다고 말을 한다. 그 처녀의 이름은 옥영이인데, 한문도 알고 글을 쓸 줄 아는 유능한 여인이었다. 서로의 생활을 편지로 주고 받으면서 좋아하는 감정을 키워갔다. 그런 후에 옥영은 최척과 혼인을 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반대가 심했다. 가난하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옥영은 최척의 능력과 마음을 들어 부모를 설득하였고 마침내 혼인을 결정하게 된다.
세월이 어느 정도 흐르고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남원에도 의병을 모집하였는데, 최척이 활쏘기와 말 타기를 잘 하여 의병에 뽑히게 되었다. 진중에 있는 시간 동안 혼인 날짜는 왔지만, 최척은 결혼식을 허락받지 못한다. 최척이 이렇게 종군하면서 돌아오지 않자, 정공부부가 자신의 자식(양생)과 옥영이 결혼하도록, 옥영의 어머니인 심시를 설득했다. 옥영이 어머니를 찾아가 간절히 호소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옥영은 비단수건으로 목을 매었다. 이에 모두 깜짝 놀랐고, 춘생이 물을 먹이자 겨우 숨을 쉬었다. 그렇게 해서 양생과의 혼인이 없었던 일이 되었다.
옥영은 자신과 정혼하지 않은 사람과 결혼하게 되자 자살을 시도한다. 당시의 관념으로는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결혼은 정해진 사람과 하는 것이었고, 자살은 가장 큰 불효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옥영은 이를 깨고 자신이 원하는 결혼을 하게 된다. 가살이라는 극한 방법을 쓴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이지만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루려는 모습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최척이 휴가를 나와 결혼을 하였고 아이가 생겨서 낳았는데, 그 아이의 이름은 몽석이었다. 그들은 피리도 불고 시를 나누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정유재란이 일어났다. 최척일행은 피해 다녔다. 최척은 전쟁에 나갔다가 패하여 연곡사로 들어가게 되었다. 신음소리가 들려 가보니 춘생이 쓰러져 있었다. 가족들이 적병에 끌려가고 춘생은 몽석을 업고 나오다가 아이를 잃었고, 자신이 칼에 맞아 죽었다고 했다. 최척은 이를 듣고 섬진강에 갔지만 시체가 널린 것을 보고 슬프게 울었다. 가족의 안위가 걱정은 되었겠지만, 혈육을 살려준 춘생을 수습하지 못한 것은 인물의 아쉬운 점으로 보인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최척은 중국의 군대에 들어가게 된다. 최척의 가족은 왜병에 붙잡혀 살다가 방비가 소홀한 틈을 타서 빠져나와서 연곡사로 들어갔다. 거기서 아이를 얻었다. 이 때, 옥영(최척이 남장을 하고 피하라고 한 모습 그대로)은 왜병에 붙잡혀 있었다. 그런대 이 왜병은 돈우라는 사람인데, 인성이 인장한 편이라서,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않았다. 옥영은 돈우를 도우며 장사일과 부엌일을 도왔다. 여공이 죽은 후 최척은 갈 굿이 없어서 유랑을 하였다. 주우라는 사람과 술을 들고 촉으로 갔다. 거기서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어느 날에는 일본인 배에서 피리소리와 애절한 가락이 들려왔다. 그런데 그 소리는 옥영이 직접 지은 가락인 것을 알고 소리가 나는 배로 갔다. (표현이 과장되긴 하지만)놀라서 서로를 끌어안고 백사장을 뒹굴었다. 죽을 고비를 넘긴 두 부부가 못 만날 줄 알고 만났으니 그랬을 것이다. 줄거리가 아닌 개인적 감상이나 소견으로 잠시 시야를 돌린다면, 옥영이 돈우를 만나는 장면부터 돈우가 돈을 쥐어주며 최척과 옥영을 보내는 장면을 재구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뮤직비디오나 단편드라마나 이 부분을 차용해서 재구성하고 싶다. 사랑을 나누면서 들려준 노래와 피리가 죽음의 문턱을 왔다가 가더라도 어느 새인가 다시 만나는 장면. 우연적 요소가 너무 많은 것도 거슬리기는 하지만 이 부분은 진정한 인연은 하늘도 이어준다는 점을 들어 이 부분이 가장 좋은 장면이라고 하겠다.
이 재회를 시작으로 최척은 만남이 이어진다. 세월이 지나 몽선이라는 아이를 얻고, 옆집의 진위경의 딸 홍도를 몽선의 아내로 맞는다. 진위경은 유총병을 따라서 전쟁에 참여했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도 한 번의 이별이 있었다. 누르하치가 반란을 일으키자 명나라 황제가 토벌을 명한다. 그래서 최척은 서기로 가게 된다. 다시 못 볼 것이라 생각한 옥영은 마지막 마디를 남기고 칼로 목을 찌르려 한다. 그렇지만 최척은 옥영을 안심시키고 떠난다. 명과 누르하치가 이끄는 군사가 싸우다가 최척은 생포당한다. 이 때 몽석도 잡혀 들어온다. 처음에는 이들이 서로 의심을 하였다. 말을 더듬는 최척과 추궁하는 듯한 몽석의 말에서 그런 감정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부자 사이인 것을 알고 반가워했다. 옆에 잇던 늙은 오랑캐도 사정을 듣고 둘을 풀어주었다. 둘은 남쪽으로 가다가 최척이 등창이 났고 치료의 경황이 없어서 병이 더 심해져갔다. 때마침 신분을 숨기고 가던 중국인이 치료해주었다. 며칠 후 몽석은 사례하려 이름과 사는 곳을 물었다. 중국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듣고 최척은 놀랐다. 두 사람이 기이한 인연이 되어, 같이 살 것을 다짐한다. 조선에 있던 옥영은 몽선과 홍도와 남서풍이 불기를 기다렸다가 배에 탔다. 중국인의 배도 만나고, 일본인의 배도 만나며 갔다. 어느 섬에서 해적을 만나 배를 빼앗겼지만 조선인의 배를 만나 순천에 닿았다. 거기서 5, 6일을 걸어 남원에 도착하였다. 옛날에 살던 집터로 걸어가 보니 최척이 있었다. 가족 모두가 반가워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만복사에 가서 제를 올리고 잘 살았다고 한다.
부유한 양반이나 왕족의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조선의 백성의 이야기이다. 젊은 남녀가 느낄 수 있는 연정에서 시작했지만 단순 통속소설로 끌려가리라는 생각을 완전히 잊게 만들었다. 스토리에 많은 굴곡과 반전을 주고 있다. 밋밋하지 않고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감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네 인생사가 평탄길을 달리는 것만이 아니듯, 조선의 어느 백성 최척과 옥영이라는 여인에게도 곡절의 사연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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