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교육론 - 교실밖의 아이들을 읽고 -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
‘교실밖의 아이들’을 읽고
-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
요즘 내가 아르바이트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초등학교 3학년 @@이가 그려내는 하루 풍경을 떠올려본다. 아침에 일어나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학교에 간다. 학교를 마치고 엄마 자가용을 타고 학원으로 간다. 월, 수요일은 영어학원. 오후 내내 1:1로 회화, 문법, 듣기 등등 영어를 배우고 밤 9시에 집에 돌아온다. 갔다와서도 숙제를 한다. 나머지 요일은 올림피아드 수학을 가르치는 학원에서 같은 학년 남자아이와 공부를 같이 한다. 그 남자아이는 @@이보다 수학 실력이 뛰어나, @@이는 늘 집에 돌아와서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숙제도 넘쳐나게 많아서, 매일 밤 늦게까지 숙제를 하지 않으면 안되고, 그것도 모자라 주말에도 숙제를 도와주는 선생님인 내가 가서 같이 공부를 한다. 맑은 눈망울을 가진 @@이지만, 가끔 너무 힘들 때는 내가 왜 이 가족에 태어나서 이 고생을 하나, 선생님 스트레스 받아서 머리가 빠져요, 등등 그 나이의 아이로써는 할 수 없는 깜짝 놀랄만한 말들을 하곤 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찌릿해지면서 @@이에게 진짜 필요한 건 무엇인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건지 하고 생각해보곤 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에 관한 사회문제가 참 많다. 교사 폭행부터 시작하여, 지나친 교육열로 인한 정신적 장애, 가정환경 문제로 인한 정서장애 등등 많은 문제가 불거져 있다. 이 때문에 요즘 애들이 참 못됐고, 건방지다느니 다루기 힘들다느니 말들이 많지만, 나는 사실 제일 큰 문제는 이 아이들과 함께 대화하고 함께 살아가는 어른들이라고 생각한다. 교사의 권위가 낮아진 것은 교사를 얕보는 부모의 영향이며, 지나치게 아이들을 공부로만 몰고 가는 것도 역시 어른들이며, 이혼, 아동학대 등으로 인한 정서장애 또한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은 절대 아니다.
‘교실밖의 아이들’에서는 이렇게 정서적으로 또는 행동적으로 비정상적인 모습을 가진 아이들을 상담한 내용을 실어놓았다. 열등감으로 인해 거짓말을 하고 도벽을 가진 아이, 자신의 의견만 지나치게 내세우는 아이, 왕따 당하는 아이, 분리 불안으로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 등등 많은 사례들이 있었다. 나는 아직 교사가 아니라서 그런지 이 모든 사례들이 손끝까지 직접 와닿지는 않았지만, 모든 비정상적인 행동들이 어른들에게서 비롯되었다는 부분에서 너무 소름끼쳤다.
이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상담은 지희(가명)의 이야기였다. 지희는 거짓말을 스스럼없이 하고, 도벽이 있는 아이였다. 초등학생들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도벽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들어와서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지희는 자신의 시험지에 친구의 이름을 적어서 내는가 하면, 친구의 물건을 훔치고도 끝까지 그 사실을 늘 부정했다. 담임선생님이 잘 구슬려서 다정하게 말을 걸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사실을 이야기하기 마련인데, 지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렇게 지희가 거짓말을 일삼는 아이가 된 이유는 바로, 부모님의 영향때문이었다.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인 오빠와 늘 비교하면서, 너 같은 아이가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 학교에서 말썽만 피우는 너 같은 아이는 내 딸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등등 어른인 내가 듣기에도 충격적인 말을 지희에게 퍼부었던 것이다. 심지어 지희의 아버지는 지희를 심하게 때리면서 야단을 치기도 했다. 지희의 거짓말이 먼저 시작된 것인지 부모들의 비난이 먼저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설령 지희가 잘못을 하더라도 부모로써 지희의 잘못을 고쳐줄 필요가 있는데 아이를 다그치면서 더 큰 잘못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지희의 사례를 읽으면서 이런 부모도 있구나 하는 충격을 받았다. 아이는 부모님이 하는대로 따라가기 마련인데, 조금만 더 사랑을 주면 지희는 금방 정상적인 아이가 될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우에는 교사가 조심스럽게 개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책에서 지희를 상담한 교사도 부모님과의 대화도 시도하고, 지희와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속에서 대화를 하여 지희의 행동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였다. 지희는 의외로 잘 따라와 주었고, 계속적으로 지희에게 관심과 사랑을 쏟는다면 지희는 앞으로도 좋아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보였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고통을 받는 아이들이 전부 어른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아팠다. 요즘은 어느 것이 진짜 중요한 것이고 어느 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인지를 어른들조차도 헷갈려하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 같다(어쩌면 내가 이제서야 사회를 보는 눈이 조금이나마 생겨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내 아이들이 좀 더 하고 싶은 것을 이루면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학교성적도 좋기를 강요하는 것일테지만, 요즘은 앞뒤가 바뀌어서 어느 것이 먼저인지를 분간하기가 어려워졌다. 극단적인 예로는 나쁜 성적을 받고 부모님께 혼나는 것이 무서워서 정신장애를 앓기까지 한다. 이런 주객전도는 비단 아이들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체에 해당되는 문제인 것 같다. 사람이 편하게 살기 위해서 만들어진 돈이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고, 또 죽게 하니까 말이다. 이러한 사회전반적인 흐름이 아이들에게까지 흘러가서 죄없는 아이들이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압박을 받고, 강요를 받는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만들어가는 사회는 어떨지 너무 걱정이 된다. 그리고 그들이 만드는 사회에 앞서, 그들 자신이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삶을 살아갈지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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