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멘토를 감상하고
감상하기 전
영화 「메멘토」에서 (memento)는 ‘생각해내다’라는 뜻이며 memory+movement의 합성어이다. 이 영화는 아내의 살해 충격으로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 한 보험 수사관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물로 비평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수작이다. 그런 영화라 그런지 바쁜 가운데 너무 정신없이 보면서도 흥미진진한 나머지 영화에 흠뻑 빠져들었었다. 역사학과 전공 수업에 이런 영화가 언급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기억과 사실과 과거의 구성문제의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서인가? 하는 생각과 고민을 계속 했다. 내 나름대로의 결론은 주인공이 역사가(사관)의 입장에서 기록하는 그 자신만의 기억(사료)을 나중에 보는 그(소비자)가 다시 볼 때 진정한 의미의 사실(역사적 사실)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하려고 이 영화를 선택한 것 같았다. 즉 주인공이 자신의 몸과 폴라로이드 사진, 메모 등을 활용하여 기억을 유지하려 하지만 그것마저도 조작당하고 자신의 기억이 조종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역사에 대한 기록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역사에 대한 지식은 얻을 수 있지만 과연 그 지식이 진실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우리의 임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사실과 기억 그리고 기록의 문제, 더 나아가 역사와 사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사실과 기록
주인공은 단 몇 분만 지나면 중요한 일도 잊어버리는 단기 기억 상실증 환자다. 몸에 문신을 새기고 늘 펜을 가지고 다니면서 메모를 하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이 남겨놓은 메모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메모는 자신의 기억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기록은 전적으로 신뢰할 만한 것이 아니다. 주인공과 우리는 어떤 사실을 바라볼 때,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바라본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사실을 받아들이려 해도 우리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실은 우리의 주관과 이념, 언어에 의해 왜곡된다. 주인공에게도 사실은 주인공의 기록에 의해 왜곡된다. 주인공은 메모와 문신을 통해서, 우리는 뇌의 기억력을 통해 사실을 기억시킨다. 아무리 정확하게 사실을 바탕으로 기록을 남겼더라도 그 기록에는 기록자의 주관적 개입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영화에서 테디(주인공이 죽이는 사람)의 사진 아래 주인공이 “그의 말을 믿지 마라”라고 남긴 기록은 그가 테디를 아내를 죽인 살인범으로 생각하게 만들게 되고 결국 테디를 살해하도록 만들게 한다. 주인공의 기록은 그의 주관적인 생각이 담긴 것이므로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즉, 기록과 사실은 다르다. 기록을 할 때 그 사건에 대한 기록자의 견해가 들어가게 되므로 기록의 절대적인 신뢰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실과 기억
또한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기억은 사실과는 다르다. 그는 자신의 아내를 강간하고 죽인 범인을 이미 죽였지만 그는 조작된 자신의 기억 속에서 그 사실을 모른 채 범인을 잡기 위해 찾아 헤맨다. 그의 기억의 끊임없는 조작으로 인하여 결국은 그는 테디를 죽이게 된다. 주인공에게는 모든 사실이 왜곡되어 그가 적어놓은 메모에만 의존하게 된다. 이 영화는 극단적으로 짧은 순간 밖에 기억 못 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려놓았지만 우리 자신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기억상실증 환자이다. 아무리 슬펐거나 기쁘던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망각 속으로 사라진다.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기억은 사실과 일치한다기보다는 내가 많이 기억하고 싶은 부분은 자세히 생각나고, 기억하기 싫은 기억은 나의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즉 기억은 사실을 나의 주관에 따라서 조작한 것이고, 내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사실이 변형된 형태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정확한 기억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완벽한 사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사실을 주관적 기억들을 바탕으로 서술한 역사 역시 그것이 아무리 완벽한 검증을 거쳤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완벽한 진실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과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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