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wball Comedy의 부활을 꿈꾸며 - 영화 Philadelphia Story 와 Intolerable Cruelty
- 영화 Philadelphia Story와 Intolerable Cruelty -
토마스 샤츠는 라는 책에서 영화 장르란 비슷한 내러티브를 지닌 영화 유형을 말하며, 장르 영화는 익숙한 상황 설정 아래 예상 가능한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친숙하고 일차원적인 캐릭터들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는 장르 영화가 하나의 문법 혹은 표현의 규칙체계를 공유한다고 보았고, 관습화된 형식을 통하여 관객들에게 장르 자체에 대한 친숙함과 동시에 관객의 욕구와 기대를 만족시킨다고 보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같은 장르 내에서는 비슷한 형식을 취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 이며, 공식적으로 합의된 플롯 구성이나 캐릭터 등은 장르 영화의 ‘Convention’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장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탄생한 것이 절대 아니며, 대중들의 상업적인 욕구에 부흥하며 점점 진화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관객들은 각 장르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들이 흥미를 느끼는 장르를 갖춘 영화에 더욱 관심을 가집니다. 수잔 헤이워드는 이라는 책에서 장르에 대한 이러한 관객의 기대를 바탕으로 장르는 제작, 마케팅, 소비라는 세 가지 측면을 아우르는 일부분으로 여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장르 영화’의 지나친 이윤추구를 비난하고 있지만, 장르 영화는 상업적인 가치만으로 비난 받기에는 그 가치가 매우 높음을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멀티플렉스의 발달로 관객들은 더욱 더 다양한 영화를 원하고 있으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역시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장르’라는 익숙한 틀 속에 집어넣어 풀어냄으로써 관객들의 호응을 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로자와 기요시는 “쉬운 형식으로 어려운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장르 영화의 장점이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제 생각에 이것은 장르 영화를 논하는데 매우 중요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저는 지금까지 ‘장르 영화’와 ‘비장르 영화’를 제대로 구분하지도 못할 정도로 ‘장르 영화’라는 것에 대한 개념파악조차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았었고, 흥미와 관심도 없었습니다. 또한 ‘친숙한 영화’라는 것은 곧 ‘뻔한 영화’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저의 생각이었고, 뻔한 결말이 주는 익숙함이 저에게는 어떠한 정서적 만족이나 쾌감을 주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던 저의 눈길을 끈 낯선 장르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스크루볼 코미디’였습니다. 사실 요즘 시대의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스크루볼 코미디’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을 것이고, 저 또한 그러하였습니다. 평소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닭살스런 대사에 전혀 호감을 가지지 않았던 저였지만,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와는 조금 다른, 파격적인 ‘스크루볼 코미디’의 캐릭터와 플롯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저의 구미를 한번에 끌어당겼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스크루볼 코미디’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스크루볼 코미디’란 개성이 강하고 고집이 센 두 남녀가 좌충우돌의 사건을 겪어 나가면서 결국 마지막에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짓는 형식을 취하는 장르입니다. 주로 ‘스크루볼 코미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상류층이며, 경제적인 문제가 갈등의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스크루볼 코미디’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빠르고 민첩하며 위트 있는 대사를 들 수 있겠으며, 상당히 진취적이고 당당한, 어찌 보면 당돌한 여성 캐릭터를 내세워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스크루볼 코미디’ 영화 속의 여성 캐릭터는 사회적 관습을 거부하는 것에 대한 어떠한 도덕적인 가책도 느끼지 않으며,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드라마’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보다 상당히 독립적이고 현대적인 여성상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드라마’ 속에서 ‘사랑’의 마지막 돌파구로 주로 ‘결혼’을 언급하는 반면, ‘스크루볼 코미디’에서는 이들에 비해 ‘결혼’을 안이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캐릭터들 또한 진실한 사랑이라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 보다는,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고 티격태격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스크루볼 코미디’는 1930~4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유행하였던 장르입니다. ‘스크루볼 코미디’가 당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로는 우선 영화의 관객들이 대부분 중산층이었던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관객들은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을 보기 위한 방편으로 ‘스크루볼 코미디’를 선택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비꼬기라도 하듯 ‘스크루볼 코미디’에서는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지 큐커의 ‘필라델피아 스토리’에서 신문사는 그 지방에서 힘을 가지고 있는 집안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사하기 위해 잠입취재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데, 이러한 것 역시 시대적 배경과 맞물린 것이 아닐까 추측을 해봅니다.
또한 저처럼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드라마’에 거부반응이 있는 사람들에게(과연 얼마나 많을지는 모르나) ‘스크루볼 코미디’는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였을 것입니다. ‘스크루볼 코미디’가 성행하던 당시만 해도 가부장적 요소들이 사회에 깊숙이 뿌리박고 있었을 터이고,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상당히 억압받는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그러한 여성들에게 ‘스크루볼 코미디’속의 당차고 제멋대로인 여성 캐릭터는 일종의 ‘대리만족’을 안겨주었을 것입니다. 여성과 남성의 대결을 ‘스크루볼 코미디’에서는 허락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여자가 남자보다 더욱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스크루볼 코미디’ 속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이끌리는 것도 이러한 여성의 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입니다.
‘스크루볼 코미디’에 제가 느꼈던 가장 큰 매력은 아마 특유의 ‘아이러니한 결말’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앞서 계속 언급을 했지만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와는 달리 ‘스크루볼 코미디’는 남녀간의 사랑에 대해 그리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비록 남녀주인공이 티격태격하며 다툼을 벌인 끝에 결국 서로간의 이끌림을 확인하고 사랑에 빠지거나 결혼을 하게 된다는 결말을 그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사랑이나 결혼은 어째 순탄할 것 같지 않다는 예상을 누구나 하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낭만적인 포옹으로 결말을 이루어낸다고 하여도, 그들의 결합이 단순히 ‘안정적’일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Screwball 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서도 알아볼 수 있듯이 ‘스크루볼 코미디’는 괴짜들의 영화이며, 비틀림을 기반으로 삼고 있습니다. 비록 친사회적인 결말을 표방하는 듯 해보이지만 그 속에는 강력한 풍자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불평등하고 억압적인 사회문제에 희생당하는 인물들을 그리는 ‘멜로드라마’라던가, 사회적인 관습과 가부장적인 사고가 어느 정도 남아있는 ‘로맨틱 코미디’에 비해 ‘스크루볼 코미디’는 사회적인 관습을 마구 비웃으며, 이를 전복시키려 합니다. 저는 이러한 ‘스크루볼 코미디’의 거침없음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가장 처음으로 접했던 ‘스크루볼 코미디’는 ‘스크루볼 코미디’의 위대한 커플로 유명한 캐리 그란트와 캐서린 햅번 주연의 ‘필라델피아 스토리’입니다.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은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고 있으며, 영화는 아카데미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쾌거를 이룹니다. 그러나 너무나 안타깝게도 ‘스크루볼 코미디’는 특정한 시대를 주름잡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명맥을 후대에까지 잇지 못했습니다. 물론 변형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으나 ‘스크루볼 코미디’의 전성기가 1930~40년대였음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서 90년대에 나타난 ‘스크루볼 코미디’물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코엔 형제의 ‘참을 수 없는 사랑’이라는 영화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지금부터 저는 1940년도에 만들어진 ‘필라델피아 스토리’와 2003년도에 만들어진 ‘스크루볼 코미디’물인 ‘참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해 장르적 분석을 해보고 비교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도상을 분석해보겠습니다. 사실 ‘스크루볼 코미디’에서는 딱히 특징적인 도상을 정의내릴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에 이 두 영화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도상은 바로 주인공들의 의상이나 집입니다. ‘스크루볼 코미디’라는 장르가 경제적인 문제에 상당히 민감함을 드러내고 상류층을 주로 그 주인공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두 영화 속의 주인공들, 특히 여자 주인공들은 상당히 고급스러운 의상과 고급스러운 주택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물론 ‘참을 수 없는 사랑’의 여자주인공인 Marylin (캐서린 제타 존스)은 계급이 높은 것이 아니라, 부를 획득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현대 사회에서 부를 가진 사람은 곧 상류층이라는 인식을 감안했을 때 이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필라델피아 스토리’의 주인공인 캐서린 햅번, 캐리 그란트 등은 그 존재 자체로서 이미 ‘스크루볼 코미디’의 아이콘입니다. 이는 52페이지에도 나와 있듯이 우리는 이들 배우를 특정 인물이나 한 영화에서의 배역이 아니라 스크린 ‘페르소나’, 즉 개별 영화에서의 배역을 초월하는 틀 잡힌 하나의 태도로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참을 수 없는 사랑’의 캐서린 제타 존스나 조지 클루니는 사실 그러한 면에서는 조금 동떨어져 보이나, 사실 이들 배우 역시 상당히 상류층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지는 배우들이고 관객들은 그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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