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희곡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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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감상문 희곡 행복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대학로 단막극장에서 만난 ‘행복’
주중 일과를 마무리하고 나는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대학로로 향했다. 연극을 보기 위해 대학로를 찾은 것은 이번이 겨우 두 번째다. 연극에 그다지 관심이 없던 나였기에 직접 표를 예매하고 혼자 찾아간다는 것은 내 지루한 일과 속에서 꽤 신선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혼자라는 것에 주눅이 들어서였을까, 나는 표를 찾아보면서 한창 흥하고 재미난 내용보단 조금 더 가족적인 내용을 찾게 됐다. 커플이 많다보면 연극을 보기 전부터 관람 의욕이 확 떨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에 잘 팔리는 연극들은 술술 지나쳐갔다. 그러다 문득 마음에 확 꽂힌 제목이 있었다. 그게 바로 ‘행복’이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가족애와 뭉클한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혼자 연극을 보러가는 내게 큰 위안이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고민 없이 바로 이 연극 티켓을 예매했다. 길치인 내가 과연 제시간에 극장을 찾을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이 되어 대학로에 시작 시간 30분 전에 도착했다. 역시나, 내 예상은 적중했다. 단막극장은 정말 찾기 어려운 골목에 자리해있었다. 저녁에 만난 단막극장은 정말 작고 간판마저 오래된 느낌이 자욱해, 보는 입장에선 조금 침울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만나게 된 ‘행복’은 짧고 굵게 감상평을 하자면, 행복했다. 긴 서두를 지나 지금부터 그 연극의 감상평을 시작하겠다.
연극 시작 직전에 들어온 나는 컴컴한 방 안에서 혼자 우물쭈물하며 자리를 찾으려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뒤에서 한 남자가 허겁지겁 뛰어오더니 맨 앞의 여성분께 혹시 대리 불렀냐고 물었다. 연극 경험이 별로 없던 나는 그 남자가 진짜 대리운전기사인줄 알고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만취하셨다고, 얼른 차에 타시라고 말하는 순간까지 그 여자 분을 그저 취객으로만 바라봤다. 그렇게 연극은 시작됐다. 남자는 운전을 하는 내내 끊임없이 자기 이야기를 중얼거린다. 안 해본 일이 없으며 보험회사 일도 하고 있다고, 꿈은 권투선수라며 온갖 수다를 떨다 아내에 대해 말한다. 정말 사랑스럽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과분한 아내라고, 그런 아내가 ‘코넬리아 디란지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한다. 이 병은 웃거나 울면 기도가 막혀 죽게 되는 희귀병이다. 자신의 어여쁜 아내는 앓는 병의 이름마저 예쁘다며 남자는 서글퍼한다. 병을 완화시킬 수 있는 약과 혹시 기도가 막힐 것을 대비한 의료 기구를 처방받은 남자는 차마 아내에게 그 병을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같은 무대에서 조명을 통해 공간이 나뉘며 아내가 등장한다. 여자는 여리고 마른 체형을 가진 여성스러운 외모의 소유자로, 꼭 남편이 말한 대로였다. 여자는 자신에겐 키도 크고 멋있는 남편이 있다고 한다. 그 남편은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하며 권투 대회에 나가고 싶어 한다고 한다. 어느 날, 그런 남편이 치매를 앓고 있다는 의사의 말을 전해 듣는다. 충격을 받은 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고, 병원에서 치매를 늦춰주는 약을 처방받으며 이를 차마 남편에게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아내는 동화작가 아니 동화작가 지망생이다. 그래서 아내가 쓰는 소설의 독자는 언제나 남편 한 사람 뿐이다. 남편은 이런 아내를 지겨워하지 않고 매일을 읽으며 재미있다고 웃어준다. 이 연극에서 상징적 의미와 비유를 담은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아내의 동화다. 동화의 내용은 이렇다. 어떤 섬나라에 매일 웃기만 하던 공주가 살았는데,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웃어대는 공주를 모두가 싫어했다. 그러던 공주는 자신을 웃겨주는 광대를 만나게 되고, 서로 좋아하게 된다. 공주가 아버지인 왕이 죽어서도 웃기만 하자 사람들은 그런 공주를 높은 탑에 가둬버린다. 갇힌 공주를 만나기 위해 매일 탑을 오르다 떨어지던 광대를 사람들은 내쫓아버린다. 오랜 시간이 흘러 탑을 잠그던 자물쇠가 풀리자 공주와 광대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섬을 찾아 떠난다. 망망대해를 거쳐 도착한 그 섬은 무인도였고 이에 광대는 웃겨주지도, 웃지도 않는 바보가 된다. 그런 광대를 보며 공주는 웃음을 터뜨리게 되고 마침내 자신이 웃겨주지 않아도 광대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그 둘은 웃음을 찾게 되고, 여러 세대를 걸쳐 아이를 낳아 그 무인도를 행복의 섬으로 만들게 된다. 이 동화 내용은 부부의 생활 중간 중간에 등장하며 그 스토리를 진행해나간다.
치매에 걸린 남편은 사소한 것을 자꾸 까먹거나 하던 말을 반복하게 된다. 아내와의 옛 추억마저 깜빡대는 남편을 보자 아내는 점점 불안해진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고 항상 밝게 행동한다. 그런 아내를 보며 남편은 일부러 크게 웃는 아내를, 깜빡대는 자신을 보며 울먹이는 아내를 노심초사해 한다. 언제 기도가 막힐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에. 중간에 장모가 등장하며 아내 없는 집에 찾아와 사위에게 서로가 치매에 걸렸으니, 자기 딸에게 더 이상 민폐 끼치지 말고 떠나자고 하며 통장을 집어던진다. 마냥 슬프기만 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연극은 그 슬픔에서 끝나지 않고 치매에 걸려 하던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는, 슬프지만 웃긴 상황을 연출해내 오히려 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오랜만에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테마모텔을 간 부부는 우연히도 아내의 동화속의 공주와 광대 의상을 발견해 입은 후 깔깔대고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남편은 이전부터 아내에게 줄 반지를 준비해와 김동률의 ‘감사’를 부르며 아내에게 선물하려 한다. 그러나 치매로 인해 반지를 어디에 뒀는지 잊어버리고 허둥대고 만다. 그런 남편을 보며 아내는 흐느끼고, 또 그런 아내를 보는 남편은 숨을 못 쉴까봐 이를 걱정한다. 여기서의 김동률의 ‘감사’라는 노래 또한 동화만큼 큰 상징성을 띈다. 남편이 처음으로 아내에게 불러준 노래이자 서로 설레고 행복한 감정을 추억할 수 있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아내는 그 모텔에서 자신이 임신을 했다고 말하지만 남편은 그다지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미처 말 못한 병을 앓고 있는 아내에 대한 걱정 때문에 말이다. 속을 모르는 아내는 장난이라고 얼버무리며 속상해한다. 나는 이 가난하고 비극적인 병을 앓고 있는 젊은 부부가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지, 너무 암울한 상황에 그저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이 부부의 집에는 항상 웃는 얼굴의 돼지저금통이 있다. 가득 차게 된 저금통을 갈라 동전을 가지고 은행에 가는 아내는 과거를 회상한다. 동전을 손에 꼭 쥐고 있으면 이 세상에서 혼자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하던 남편을. 서로 비밀을 그러안고 아슬아슬하게 살아오던 부부는 결국 클라이막스를 맞는다. 남편이 마지막으로 권투 대회를 나가고 싶다고 하고, 아내는 불안하지만 마지막이라 말하는 남편이 안쓰러워 마지못해 허락한다. 대회당일, 남편은 비장한 마음으로 링 위에 오른다. 넘어지고 쓰러져도 자신을 응원해주는 착한 아내를 생각하며 다시 일어나 싸운다. 결국 남편은 승리를 쟁취하게 된다. 기쁨의 순간도 잠시, 갑자기 무대의 배경은 권투장에서 도로 한복판으로 바뀐다. 한편, 아내는 남편이 다니는 도장을 운영하던 친구에게서 다급한 전화를 받는다. 남편이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전화를. 아내는 불안한 기분을 떨쳐내지 못하고 뛰쳐나가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남편과 같이 찍은 사진을 품에 안고 나간다. 잠시 후 남편은 달라진 눈빛으로 집에 돌아와 방황하듯 방을 돌아다닌다. 뒤늦게 들어온 아내는 남편을 보자 참아왔던 긴장의 끈을 놓고 펑펑 운다. 그런 아내를 알아보지 못하던 남편은 펑펑 우는 모습에 기억이 돌아와 그런 아내를 말린다. 그러나 걷잡을 수 없이 감정이 과잉된 아내는 호흡곤란에 빠지게 되고, 몰래 숨겨둔 의료 기구를 찾는 남편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아 절망하게 된다. 쓰러진 아내를 보며 남편은 흐느낀다. 시간이 흘러 남편의 치매 증세는 점점 악화되어 말 그대로 웃음을 잃고, 아내를 웃겨주고자 했던 모습조차 잃은 바보가 되고 만다. 마치 동화속의 무인도에 도착한 광대처럼. 아내는 임신한 상태에서 힘겹게 남편을 돌보지만 그런 남편을 보며 늘 웃는다. 둘은 정상적인 부부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아내는 좌절하거나 삶을 포기하지 않으며 남편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 이를 보며 과연 나도 저런 희생적 사랑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매우 부정적인 상황임에도 늘 행복하다는 듯 웃는 여자가 존경스러웠다.
화면이 바뀌고 부부는 처음 만났던 당시의 상황에 있다. 마트에서 일하던 아내와 권투를 하다 마트를 들른 남편, 이 둘 사이에는 기묘한 감정이 흐른다. 아내의 손에 동전을 쥐어주며 이 동전을 쥐고 있으면 세상에서 자신이 혼자는 아니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순간 마트에서 김동률의 ‘감사’가 들려온다. 남편은 그 노래를 따라 부르다 문득 아내에게 우리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느냐고 묻는다. 데자뷰다. 아내는 그런 남편에게 울며 소리친다. “나야, 당신! 나 기억나지 않아?” 라고. 기적적으로 기억이 돌아온 남편은 아내를 껴안으며 고백하고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