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자본과 제주의 부조문화-제주인이 평생 쓰는 부조금은 얼마나 될까
사회적 자본과 제주의 부조문화
- 제주인이 평생 쓰는 부조금은 얼마나 될까
# 사회적 자본과 제주의 부조문화
『나홀로 볼링』은 미국 공동체의 사회적 자본의 변화에 대해 다룬다. 책에서 ‘사회적 자본’은 개인들 사이의 연계, 이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네트워크, 호혜성과 신뢰의 규범을 가리킨다. 사회적 자본은 우리의 삶이 사회적 유대에 의해 보다 풍부해졌음을 알려주는 신호와 같다.
사회적 자본은 ‘개인적 이익’인 동시에 ‘공적인 이익’이다. 사회적 자본에 대한 투자로부터 생긴 이득은 구경꾼에게도 일부 돌아가고, 어떤 이득은 투자자의 직접 이익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제주의 공동체 문화를 대변하는 개념어, ‘궨당’이 떠올랐다. 그리고 궨당의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매개이자, 사회적 자본의 크기를 가늠하는 지표가 되어버린 ‘부조문화’에 대해 접근하게 되었다. 특히 부조는 『나홀로 볼링』에서 언급된 것 처럼 “오늘의 수혜자가 내일의 기부자라는 호혜성의 원칙에 의거한 상부상조”에 걸맞는 의례라고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주제로서 흥미를 제공한다.
김혜숙 선생님의 『제주도 가족과 궨당』에 따르면 ‘부조’는 ‘혼례나 장례 때 돈이나 물건을 보내어 도와주는 일’로 정의된다. 제주 지역에서는 1950년대 이전까지 부조를 주로 곡식, 특히 보리로 많이 하였다. 이는 혼례나 장례 등 큰일을 치를 때는 보리밥을 해서 찾아온 사람들을 대접하는 풍속 때문이기도 하였다.
또한 1950년대 이전에는 가족 단위로 한 번만 했으나, 이와는 별도로 물이 귀했던 시절이라 여성들은 물부조라 해서 물을 몇 허벅씩 길어다 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1950년대부터 가족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로 부조하는 풍습이 자리 잡기 시작하여 현물보다 화폐 부조를 선호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우리가 흔히 아는 ‘화폐’ 중심의 부조문화는 제주의 전통사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제주의 근대화와 함께 새롭게 등장한 근대적인 산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어 김혜숙 선생님은 ‘겹부조’에 대한 설명도 이어간다. 제주 지역에서는 부부가 각자 개인적으로 부조를 하는데, 혼례나 장례에 따라 부조하는 형태가 다르게 나타난다. 혼례에 참석하는 경우 남편은 혼사를 치르는 집의 남편에게 부조를 하고, 아내는 그 집의 아내에게 부조를 한다.
장례 부조의 경우 여성은 개인 단위로, 남성은 가족 단위로 한다. 즉 남편은 시신 앞에 놓인 상 위에 부조 봉투 1개만 올리고 분향하는 반면, 여성은 그 집안의 여상주 모두에게 따로따로 부조를 한다. 즉 여성은 장례를 치르는 집안의 모친, 며느리, 기혼 딸 등에게 각각 봉투를 건네는 것이다.
김혜숙 선생님은 남성들의 가문 단위 부조에 대해 ‘남성적’, ‘가문 중심적’ 사고가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면, 여성들의 활발한 부조 활동은 경제적 독립성이 확보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보았다. 겹부조는 예전부터 비효율적인 관행으로 비판받아왔다. 그래서 겹부조를 없애자는 운동이 벌어졌지만 여전히 개인 단위의 부조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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