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놀이의 의미를 찾아서 -EBS 다큐 프라임놀이의 반란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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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잃어버린
놀이의 의미를 찾아서
-EBS 다큐 프라임놀이의 반란를 보고
“술래잡기, 고무줄 놀이. 말뚝박기 재밌는 말타기~”
집집이 양쪽으로 늘어진 너른 길에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으로 영상은 시작된다. 오랜만의 풍경에 반가움도 잠시, 아이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목소리는 말한다. 아이들이 사라졌다고. 아이들과 함께 놀이도 사라지고 있다고.
오래전부터 놀이의 중요성에 대해 고민했고 보드게임 선생님인 내가 놀이에 대한 다큐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사실 자신도 어느 정도 있었다. 내가 다 아는 것에 대한 확인, 1부 시작할 때의 내 마음이었다. 3부까지 다 본 뒤엔 충격이 너무 커서 일을 그만둬야하나 고민하긴 했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보길 잘했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놀이의 반란은 EBS 다큐프라임의 미니시리즈로서 놀이의 본질적 의미 및 발달에 필요한 이유(1부 놀이, 아이의 본능)로 개괄하고 구체적으로 적용이 필요한 가정에서의 접근(2부 아빠놀이, 엄마놀이)에 대해 논한 뒤 혹시라도 방법적으로 잘못된 접근을 할까 올바른 놀이에 대한 생각까지 정립해주며(3부 놀이에 대한 생각을 바꾸다.)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감상문은 구성 순서에 맞게 요약하고 의견을 적은 뒤 이 시리즈에 대한 감상을 최종적으로 정리할 것이다.
1부: 놀이, 아이의 본능
피아제는 유아의 놀이 경험이 인지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만 2세까지는 감각 운동기(탐색놀이, 반복놀이), 2~7세는 전조작기(상상놀이, 역할놀이), 7~13세(협동놀이)는 구체적 조작기로 각각의 시기에 따라 변화하는 놀이는 정서, 인지능력, 사회성 등을 발달시키는 데까지 관여한다. 놀이로 세상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놀이는 단순히 놀고 싶다는 욕망을 채워주는 행위 그 이상의 것이다. 갓 태어난 아이가 누구의 교육 없이도 배고프면 젖을 찾듯 아이들의 놀이에 대한 마음을 “본능”이라고 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과 독일의 만 4세들 두 그룹을 대상으로 똑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시험지에 단어 쓰기와 간단한 연산문제 풀이를 시켰는데 자기 이름이나 겨우 쓰고 연산은 손도 못 대는 독일 아이들에 비해 한국 아이들의 학습능력은 너무나도 뛰어났다. 하지만 학습 너머의 교육에서 상황은 바뀐다. 놀이로 체득한 생각하는 힘이 있는 독일 아이들은 종합적, 직관적, 사회적으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한다. 가르쳐주지 않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한국 아이들과 다른 모습이었다. 전문가는 영유아 시기의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모든 감각을 종합적으로 자극시키며 뇌가 발달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 아이들은 또래의 독일친구들에 비해 놀이 아닌 학습에 더 익숙해져있을까? 엄마들은 입을 모아 ‘내 아이가 조금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내 아이가 남들보다 뒤떨어지거나 부족하지 않길 바라는, 이른 바 조기교육으로 대표되는 풍속이다. 뱃속에서부터 사교육을 한다는 동네처럼 ‘남들보다 조금만 더 빨리’의 바람은 점점 더 낮은 연령으로 밀려 내려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학습 뇌가 발달하지 않은 영유아에게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좌절감, 실망감, 우울감 등 부정적인 심리상태를 만든다.
미국과 독일에 특별한 두 엄마가 소개된다. 최근 사교육 열풍으로 뜨거운 미국에서 남다른 행보를 걸어 “최악의 엄마”로 선정된 리노어 스커네이지와 미텐발트 숲유치원의 교사 카트린이다. 리노어는 프리레인지(자유방목 육아)를, 카트린은 숲에서 자유롭게 아이들을 놀게 할 것을 주장한다. 표현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두 의견의 골자는 모두 아이들을 자유롭게 뛰놀게 하자는 것이다. 자유를 줄 때, 뭐하고 놀까 고민할 때, 아이들은 다양한 생각을 한다고, 무언가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 이상으로 감각이 자극된다고 전문가들도 힘을 실어준다. 실제로 카트린의 딸 막달레나는 어릴 적 숲에서 마음껏 뛰놀기만 했지만 학습영역 많은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 때나 사람을 챙길 때에도 늘 중심에서 아우르는 리더 역할을 했다. 숲 유치원을 경험한 아이들을 추적 조사한 해프너 박사의 관찰 결과에서도 높은 성취도가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피터 브뤼겔의 “아이들의 놀이”는 500년 전의 그림이지만 오늘날의 놀이들과 큰 차이가 없다. 아이들의 본능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본능이 생존전략이라는 의미라면 놀이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배우는 통로와 같음을 의미한다.
아이들은 놀이를 원한다. 엄마 입장에서도 여기저기 학원 다니는 것보다 놀게 하는 것이 더 편할 수 있다. 아이 앉혀놓고 문제집 한 장 풀게 하는 것보다 10분 노는 것이 부모도 더 쉽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주 힘든 길로 자녀들을 키우고 있다. 놀이의 반란 첫 장은 아이 아닌 부모에게 던지는 일침인 듯해 뜨끔하다. 개인적으로는 말미에 나오는 놀이에 대한 전문가의 정의가 무척 좋았는데 그 중 이영애 박사님의 자신의 감정을 인식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좋은 통로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본능적인 방법으로 자기와 타인을 배우려는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벽을 친 것은 아닐까 자문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