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일본 재발견
- 과대평가와 과소평가 사이에서 제자리 찾기 -
일본이란 도대체 어떤 나라일까. 한국에게 일본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쉽고도 어려운 문제다. 대답을 한다 한들 사람의 정의 또한 제 각각이다. 사람들마다 저마다 각자의 렌즈로 일본을 바라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과 일본은 서로에게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갖는다. 한일(韓日)관계만 해도 낮과 밤이 다르다. 공식자리에서는 두터운 화장기로 ‘동반, 협력, 우애’를 강조해놓고선, 귀가 후엔 ‘대결, 갈등, 적대’의 민낯으로 돌아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은 우리에게 온통 모순덩어리다. 이웃이면서 경쟁자이고, 벤치마킹대상이면서, 우리 제품을 팔아야 할 시장이기도 하다. 나아가 역사적 앙금이 어떻든지 간에 미래에는 동반자여야 할 필요도 있다. 바로 이것들이 일본을 읽는 정확한 시선이 필요한 이유다.
이러한 현 상황에서 저자는 우리가 그동안 일본을 보는 시각이 너무 양극단에 있었다고 진단한다. 80년대 일본의 고도성장을 보았던 연령이 높은 사람들은 일본의 기술력 등 장점에 주목하여 다소 과대평가 하는가 하면, ‘잃어버린 10년’을 보고 자란 젊은 사람들은 일본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양극단의 시각이다. 그러나 저자는 과대평가도, 과소평가도 아닌 객관적 시각에서 ‘있는 그대로의 일본’을 보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일본에 대한 연구가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책의 내용은 다섯 가지 분야로 나누어 정리되어있다. ‘사회·문화’, ‘CEO’, ‘경쟁력’, ‘기업·전략’, ‘시스템’ 을 통해 과장되지도 축소되지도 않은 진짜 일본을 만나자는 얘기다. 우선 최근 일본의 젊은이들로부터 시작된 하류계급의 눈에 비친 변화모습을 통해 일본인식의 첫 발을 떼자며 사회·문화의 재발견 코드를 제공한다. 고도성장의 주역이었던 기성세대들과는 달리, ‘잃어버린 10년’시절에 성장기를 보내고 별다른 성공을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세대가 모든 면에서 의욕을 상실한 ‘하류(下流)’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최소한도의 소비만으로 만족하는 ‘미니멈 라이프’ 현상과, 술도 즐기지 않고 호텔비도 더치페이 한다는 초식남을 탄생시켰다. 또한 줄어드는 급여로 결혼하고 싶어도 결혼하지 못하는 현실은 황혼이혼 현상과 더불어 일본을 ‘더블싱글사회’로 만들었고, 가속화하는 하류 현상은 ‘1억 총중류’가 붕괴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저자는 젊은이들의 변화를 잘 분석해야 일본은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취업으로 고전하는 우리 젊은이들이 같은 현상을 겪지 않기 위해, 또 변화하는 일본 시장에 대처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는 주장이다.
2장에선 일본재계가 자랑하는 CEO의 재발견을 통해 불황극복을 비롯한 다양한 혁신과제의 해법을 제시한다. 과거 일본의 유명 CEO들이 전자와 자동차 산업 등 주력 산업에서 많이 나왔다면, 지금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면모의 리더들이 부상하고 있다. 저자는 새로운 리더들의 부상이 일본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사회·경제적으로 전혀 다른 국면으로 돌입하는 신호가 아닐까 하는 분석을 내놓는다.
역시 중요한 건 3장의 경쟁력 재발견이다. 사회시스템으로까지 정착된 일본기업의 여러 경쟁력의 원천과 진화과정을 통해, 비록 흔들릴지언정 얼마든 극복 가능한 다음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는 환경적 우수성을 배울 수 있어서다. 특히 고도성장을 일구었고, 잃어버린 10년을 지탱시켰으며, 현재도 여전한 저력을 과시하고 있는 일본 제조업에서의 ‘신뢰’, ‘스리아와세(擦り合わせ)’, ‘의미있는 낭비’의 강점들을 분석하여,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장수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요건들을 찾고자 한 점이 흥미롭다.
4장에서는 불황에도 승승장구하는 닌텐도 등 새롭게 조명받는 기업들의 전략을 분석하는 반면, JAL(일본항공) 등 이름 있는 기업이 명성을 잃어가는 배경, 본사 전략이 제조 현장의 강점을 살리지 못한 도요타 생산 시스템의 맹점을 파헤쳐 반면교사로 삼는다.
5장에서는 다수의 과학 관련 노벨상 수상 국가인 일본에서 최근 일고 있는 이공계 기피현상, 관료사회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 등을 진단한다. 특히 일본의 국기(國技)인 스모의 사례를 통해 글로벌화와 기업 투명성 제고를 위한 혁신의 필요성을 전하는 부분은 흥미롭다. 현대적인 모습을 갖춘 1684년 이래 300년 이상 스모는 흥행하고 있다. 그 비결은 인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해내는 독자적인 시스템에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 스모계에도 용병이 도입되고, 전통을 고수하는 폐쇄적인 스모계의 한계로 스모 선수 지망자를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 돼버렸다. 저자는 이를 통해 국가 시스템 혁신에 골몰하는 일본의 모습을 전한다.

분야